"아빠랑 탈 거야!!"
평소와 다름없는 아이의 익숙한 투정이지만 오늘은 엄마도 조금 서운한가 보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화창하다는 표현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그림 같이 예쁜 날씨에 아이가 좋아하는 회전목마가 있는 곳에 가자고 한 것은 다름 아닌 아내였기 때문이다.
"아냐! 엄마는 저기 있어! 아빠랑 탈 거야! 엄마는 저기!!"
다시 한번 아이를 설득해 보지만 아이의 반응은 변함이 없다. 결국 오늘도 어김없이 아빠와 줄을 섰다. 내 입장에서 보면 매번 같은 패턴이지만 둘 다 질리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게 긴 줄을 기다리고, 원하는 모양의 말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하고 손잡이를 꼬옥 잡는다. 아직은 기둥을 손안에 들어오도록 잡기엔 어린 손 끝에 하얗게 힘이 모인다. 나는 그저 옆에 서서 혹여나 아이가 떨어질까 말 위에 손을 올려둔다. 그리고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하면 우리 둘만 아는 익숙한 대화가 시작된다.
"아빠! 엄마는 어디 있지?"
아이는 회전목마에서 언제나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조금만 빙그르 가다보면 ‘저기'에 기다리고 서 있는 엄마를 발견한다. 아이에겐 조금 무섭게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회전목마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용기 내서 손 끝에 힘을 풀고 작은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혹시나 엄마가 찾지 못할까 싶어 크게 소리친다.
"엄마!!"
서로를 발견한 엄마와 아이의 얼굴은 그 날의 날씨만큼이나 화창하고 예쁘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몇 번을 돌아와도 또 웃으면서 아이의 서로를 부른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아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 있는 엄마를 향해 이제는 용기 내서 두 손 번쩍 손을 흔든다. 잠시 보이지 않아도 항상 기다리고 있을 미소를 향해 말은 달리는 것처럼 위아래로 움직인다. 노래가 천천히 멈추고 말에서 내려온 아이는 하나뿐인 세상에 달려가 안긴다.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는 뻔하디 뻔한 두 주인공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사실상 조연이자 관객인 나는 마냥 행복하다.
느릿느릿 돌아가는 회전목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더 빠르게 혹은 더 높은 곳에서 감각을 자극하는 다른 놀이기구와 달리 어찌 보면 평범하고 뻔한 움직이는 놀이기구. 배를 타고 시원한 바람을 가르거나 레일을 따라 세상을 뒤집어보는 재미는 없지만 놀이동산 가운데에서 언제나 반짝이는 회전목마 위에서는 울타리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엄마가 보인다. 몇 번이고 돌아가며 반복되는 모습이지만 항상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배운다. 가끔 아이가 시선을 놓칠 때면 더 큰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며 돌아가는 말을 따라 뛰어온다. 그리고 빙글 빙글 정신없이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나를 따라오는 엄마의 모습이 분명히 보인다. 아이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 때의 미소를 보기 위해 그렇게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아이는 엄마와 함께 회전목마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