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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형광 Sep 29. 2024

그때를 살고 있습니다

나의 '그때'는 '지금'이다.

"그때가 가장 좋을 때다. 지금이 가장 행복할 때다."


  사는 동안 누구나 한 번씩은 듣고 사는 흔한 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런 말을 듣는 날이 더욱 많아졌다.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마주치는 많은 삶의 경력직 분들께서는 감사하게도 아빠, 엄마의 건강 상태를 걱정해 주시며 '힘들어도 그때가 제일 좋을 때고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라고 말씀해 주신다. 이야기해 주시는 것처럼 나는 지금 가장 행복한 삶의 그때를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이 글을 통해 기억하고, 나의 아이들에게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겠어?”


  올해 초, 휴직 계획을 한다고 누군가에게 처음 말했을 때 대부분의 반응이 비슷했다. 여기서 가능하겠냐는 반응은 직장에서 아빠의 육아 휴직을 승인(?)을 하겠냐는 우려보다는 내 성향을 너무 잘 아는 주변의 소중한 친구, 동료 그리고 가족까지 진짜로 그럴 마음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한다! 휴직!“ 일과 소속감으로 '나'를 표현하는 데에 진심이었던 직업인이 온전히 가족과의 시간을 준비를 하는 동안 혹시라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을 포함한 주변 말하면서 '선언효과'를 노렸다. 말해 놓은 것은 지키자는 마음으로, 그리고 수없이 다짐했다. 직장에서 나는 그중 한 명이지만 별빛아빠는 세상에 한 명뿐이라고. 지금의 나는 남편 그리고 아빠라는 어찌 보면 흔한 역할로 가족과의 시간 속에서 살아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사실 우리의 아침은 새벽부터 시작이다) 바로 옆에서 바라본 이 아이들의 하루하루 속에서 나의 별빛은 온전히 그들의 일상을 스스로 채워가고 있다.

  양말을 신다가 뒤꿈치가 올라온 모습을 보며, 몇 번이고 반복하고, 양치를 할 때마다 '오--- 아--- 오--- 아---' 하며 소리가 바뀌는 걸 좋아하는 장난기 많은 언니 별이와 얼마 전 태어나 드디어 중력을 이겨내고 몸을 뒤집었지만 그 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끙끙거리는 작은 빛, 아이들은 매 순간 그들 자신의 시간 안에서 수많은 기회를 경험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금세 또다시 별처럼 빛난다.

  아이들을 알고 있는 전문가에서, 하루하루 예측할 수 없는 내 아이들과 함께하며 이해하는 진짜 어른으로 자라나고 있는 요즘. 너무 많은 정보 속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아이를 잘 키우기에 혼란스러운 부모들에게 유행하는 표현을 빌려 조심스레 말한다.  아이의 일상을 위해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 바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다.

  너무 걱정하지말고 지금의 시간을 지켜보는 여유를 갖자. 아이들은 스스로의 일상을 디자인하고 있고, 우리는 모두 지금 아주 잘하고 있고 자라나고 있다.


 2024년 09월 가을, 이제 갓 30개월, 5개월짜리 삶의 주인들이다 보니 아빠, 엄마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이 많아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하다. 어린이집 그게 뭐라고 늦지 않으려고 밥 먹이고, 씻기고, 옷을 입힌다. 아니 도대체 왜 내복을 입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건지 외출할 땐 외출복을 입는다는 사회적인 약속에 대해 알려면 얼마나 더 커야 하는 것인가?! 머리를 다 묶어 놨더니 오늘은 동그랗게 묶어야 한다고 뒤집어진다. 오늘도 겨우겨우 간식 시간에 맞춰 보냈다.


  집에 남은 굴러다니지도 못하는 작은 아이는 아무것도 준 적이 없는데 뭔가를 먹고 있다. 맙소사…유일한 식사인 분유를 탈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먹여보자며 한 숟가락 더, 30 ml 더 채워 넣었지만 역시나 남기고 말았다. 이 조그마한 인간의 의사표현이 어찌 이리 명확한지, 아주 단호하게 고개를 돌려버린다. 아깝다고 아껴먹일 수는 없으니 단념하지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 아직은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 작은 인간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물론 훗날 아빠라고 불러줄 익숙한 인간을 통해 손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적당히 먹고, 적당히 자고, 잘 싸다 보면 하루가 지난다. 언니가 돌아 올 시간이다. 집에 돌아온 언니는 하루 종일 아빠를 독점한 동생에게 괜히 질투가 나는 모양이다. 은근슬쩍 옆에 누워놓고는 아기가 자신을 괴롭힌다며 칭얼거린다.

 그리고는 아이들 모두 저녁이 되면 약속한 듯이 아빠의 손을 찾는다. 침대에 누워 아빠와 함께 천천히 만들어가는 "분홍 고래 아저씨와 작은 파란 물고기의 이야기" 로 잠들 준비를 한다.이야기 속 파란 물고기는 오늘도 이곳저곳 많은 곳을 경험했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스르륵 눈꺼풀이 내려오는 파란 물고기의 작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를 통해 오늘 하루도 행복했음을 알 수 있다. 잠들어가는 순간, 세상의 말을 모아가는 작은 별이 말한다 "아빠 사랑해", 그리고 빛처럼 환하게 웃어주는 더 작은 아이의 얼굴로 하루가 저물어간다.


  거울을 본다.


하루 종일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꾀죄죄한 아빠 엄마의 모습. 이 부족하고 못난 그대로를 아껴주고, 사랑해 주는 아이들의 과분한 사랑에 대해 아빠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나서 정말로 그때가 가장 좋았는지 물어본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빠는 그때가 가장 좋았다고

그리고 지금 가장 행복하다고


아빠의 '그때'는

바로 '지금' 너희들과 함께하고 있는 순간이라고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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