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의 호감을 얻는 한마디, '부탁해도 될까요?'

by 공감의 기술


직장에 부담스러운 후배 녀석이 있습니다. 나쁜 캐릭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싹싹함이 지나쳐 아부를 떠는 것 같고요, 자신감이 흘러넘쳐 건방져 보이기도 합니다. 왠지 껄끄럽고 불편함이 느껴져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그런 후배 녀석이 어느 날 저에게 부탁을 해옵니다.

"선배님, 이것 좀 잠깐 봐주실래요? 부탁드립니다."

공손히 부탁하는 후배를 보며 의아했습니다.

'내가 이 친구를 탐탁지 않아하는 걸 눈치챘을 텐데 왜 부탁을 해오지?'

그리 어려운 부탁도 아니었습니다. 부탁을 거절해야 하나? 아님 그냥 들어줘야 하나? 마음에 갈등이 생깁니다.

언제부터인가 미디어를 보면 '부탁'이라는 제목을 단 프로그램이 넘쳐납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냉장고를 부탁해', '여름아, 부탁해', '엄마를 부탁해,'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부탁 하나만 들어줘', '심야 라디오 DJ를 부탁해'.

이쯤 되면 이 부탁들을 들어주지 않고는 못 배길 것 같습니다. 거리에 길냥이들도 보살펴야 되지 않을까 싶고요, 냉장고도 꽉꽉 채워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는 말할 필요도 없고 심야 라디오도 꼭 들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부탁이 들어간 제목을 보고 있으면 요즘 사람들은 부탁을 참 잘하는 것 같습니다. 남에게 사소한 부탁도 하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는 일부러라도 부탁해보는 연습을 하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호감을 사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부탁이라고 하니까요. 부탁만 잘해도 껄끄러운 대인관계가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미국의 건국 아버지이자 과학자, 정치가, 교육가인 벤자민 프랭클린의 일화입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이 주의회 의원 시절에 공개적으로 자신을 비판하고 싫어하는 정적(政敵)이 있었습니다. 그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던 벤자민 프랭클린은 정적에게 책을 며칠 동안만 빌려달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책을 빌려본 프랭클린은 며칠 뒤 감사 편지와 함께 책을 돌려주었고 이후 둘의 관계는 급격히 발전하여 평생의 친구가 됩니다.

프랭클린은 이 우정을 언급하면서 "적이 당신을 한 번 돕게 되면, 더욱 돕고 싶어 하게 된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고, 이 사례에서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라는 말이 유래되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란 '도움을 준 사람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에게 호의를 느끼는 현상'이라는 뜻입니다.

심리적으로 보면 정적을 미워하는 생각과 정적의 부탁을 들어준 선의의 행동은 서로 일치하지 않아 불편한 혼란과 갈등에 빠집니다. 그러면 정적은 '내가 생각했던 프랭클린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바꾸고 자신의 선한 행동을 합리화하여 불편했던 심리적 갈등을 해소합니다. 아울러 자신이 호의를 베푼 상대방에게 호감이 생기고 친밀감이 더해져 관계가 개선된다는 설명입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누군가에게 묻고 협조를 요청할 일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남에게 아쉬운 말을 못 하거나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용기를 내어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의외로 호의적으로 대해줘 이후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 내게 불편한 사람, 껄끄러운 사람이 있다면, 그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먼저 호의를 베풀기보다는 사소한 부탁을 하는 편이 더 확실한 방법이라고 벤자민 프랭클린은 말합니다.


처음엔 불편한 상대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도 부탁을 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먼저 말을 꺼내기도 어색하고요, 도움을 요청한다는 게 왠지 모를 자존심이 구겨지는 것 같습니다. 큰 맘먹고 호의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할까 봐 망설여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불편한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그 또한 괴로운 일 아니겠습니까?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요. 불편한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 전에 먼저 손을 내밀고 정감 있는 도움을 요청해보는 시도가 관계 개선의 시작입니다.

"제가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저, 조언을 얻고자 합니다."

먼저 들어줄 수밖에 없는 사소한 부탁부터 합니다. 그리고 변화가 있는지 지켜보시고요. 이미 벤자민 프랭클린이 써먹은 방법입니다. 이후 많은 심리학자들이 실험으로 증명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저에게 도와달라고 한 후배의 부탁을 어찌할까 잠시 고민을 합니다.

부탁을 거절해야 하나?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거절했다가는 소심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고요. 그럴 바엔 부탁을 들어주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편하게 여겼던 후배의 부탁을 들어주고 나니 마음에 일었던 혼란이 사라졌습니다. 덩달아 제 마음도 편해지고 후배를 괜히 오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녀석을 싫어하는데 왜 부탁을 들어줄까? 어쩌면 후배는 내가 생각했던 건방지고 아부하는 녀석이 아니라 자신감 넘치고 싹싹한 친구일지 몰라'

후배에 대한 악감정을 걷어내고 나 자신의 친절한 행동을 합리화합니다.


껄끄러운 상대가 있다면 먼저 사소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손길을 마주 잡으면 모두에게 힘이 되어 믿고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할지도 모르니 말입니다.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한마디, '부탁해도 될까요?'

누구에게 해보시겠습니까?




P.S

2020년 경자년 마지막 날입니다. 작가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많으시고요. 미국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인 벤자민 프랭클린을 떠올리며 새해엔 다들 대박 나시길 기원해 봅니다.

아울러 새해에도 작가님들 모두 좋은 글, 멋진 사진, 이쁜 그림 많이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 부탁 들어주실 거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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