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와 하수의 차이

by 공감의 기술

어느 전문가가 방송에 나와 전망을 내놓습니다. 전문가는 학계에 명망 있는 학자였죠. 인터뷰에 할 내용을 정성껏 준비를 하고 방송에 임했습니다. 방송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한숨을 돌리려는데 친구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습니다.
"너 방송 나갔다며? 야, 거기 왜 나갔어? 지금 댓글창에 난리도 아냐"
친구의 말에 학자는 인터넷 댓글을 쭉 훑어보았습니다. 나름 전문가의 식견으로 열심히 분석해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한 건데 댓글의 반응은

"개풀 뜯어먹는 소리"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

"쓸데없는 소리 말고 한방에 얻는 방법은 모르나 보네. 아저씨, 내가 가르쳐 줄까?"

“시간이 아깝다. 이런 뻔한 말을 듣고 있는 내가 미친 x이다.”

"전문가 맞나요? 그런 말은 초딩들도 하는데? 요즘 아무나 전문가래"

"공부 더 하셔야 되겠는데요"

이런 댓글은 애교 수준이었습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을 하는 글도 있었고 대부분 비난과 비웃음들이었습니다.
당황하고 화날 법도 한데 학자는 댓글을 보며 허허 웃고 넘깁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머리에 든 것 없이, 아는 것 없이 입만 가지고 말만 번지르게 하는 사람은 실력과 본색이 금방 드러납니다. 이를 구분해내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지식을 말로서 얼마나 조리 있게, 설득력 있게 하는 전달하는 능력을 중요시 여깁니다. 다들 저마다의 커리어와 지식이 일정 수준 이상이라면 언변만으로 고수와 하수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고수가 이마에 '나는 고수다'라고 붙이고 다니지 않고, 하수이면서 '나는 알고보면 하수다'하며 떠들고 다니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고수와 하수는 실력 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느 분야든 테크닉, 실력, 전략과 전술을 만드는 사고 능력, 매너, 폼까지 다 갖춘 사람을 고수라고 합니다. 하수들도 어느 정도의 실력과 테크닉, 매너 등을 갖추고 있다면 진정한 고수를 알아보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TV를 틀면 방송 매체마다 고수를 초빙해 방송을 내보냅니다. TV 뿐만 아니라 여러 SNS에서도 고수는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지식만 많으면 고수인지, 투자로 성공하면 고수라고 부르는지 하루에도 수백, 수천 명의 고수가 ‘이렇게만 하면 된다’를 가르치며 ‘나를 따르라’라고 외칩니다. 마치 시키는 대로 따라만 하면 성공은 따놓은 당상처럼 보입니다.

진짜 고수는 맞는 건지, 그냥 믿으면 되는 건지 판단이 서질 않습니다. 지식도 경험도 미천한 대다수의 사람의 머리로는 도무지 알 길이 없습니다.

비록 나 자신은 고수는 되지 못할지언정 고수와 하수를 구별만이라도 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는 위험에 처했을 때 비로소 알 수 있다고 하죠.

평소 간이든 쓸개든 다 빼주겠다던 친구들은 막상 위험이 닥치자 썰물 빠져나가듯 사라집니다. 잘 나갈 때는 온갖 아부를 하며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녀석들이 위기 때는 얼굴을 확 바꾸고 제 몸만 사립니다. 만에 쓰러지기라도 하면 나를 지근지근 밟고 올라설 인간이 며칠 전까지 꼭 붙어있던 친구입니다.

평소에는 조용해서 그저 그런 친구 정도로만 여겼던 녀석이 있습니다. 위기에 빠지자 녀석은 마치 제 일같이 함께 고민을 하고 방법을 찾습니다. 상황이 악화되어도 끝까지 남아 위로와 격려를 하며 힘이 되어줍니다.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어려움을 이겨냅니다.




고수와 하수는 여러 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판단할 줄 아는 통찰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통찰력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쌓이고 발전합니다. 그러기에 늘 공부하고, 혹독하게 훈련하고, 온갖 경험을 한 사람이 고수가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고수라 할지라도 욕심에 사로잡히면 순식간에 통찰력을 잃고 하수로 전락하는 걸 자주 목격합니다. 그래서 진정한 고수는 항상 겸손합니다.


고수와 하수는 어려울 때 옆을 지키는 친구처럼 위기나 고비를 만났을 때 대처하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나쁜 환경이 닥쳤거나 상황이 급변했을 때 하수는 당황하며 외면합니다. 회피 전략으로 일관하다 나 몰라라 내빼기도 합니다. 평소 해왔던 자신만만한 언변은 온데간데없고 핑계와 변명으로 일관합니다. 힘차게 강조했던 행동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여 실망감을 안겨주는 그런 부류입니다.

반면 고수는 나쁜 환경에 처했을 때 화내거나 당황하지 않습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하나씩 풀어갑니다. 설령 꽉 막히고 더 큰 파도가 몰려와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처음의 비난과 욕설에 흔들리지 않고 웃어넘깁니다. 결과로 증명하고 설령 잘못되더라도 그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수십 억 명의 사람이 모여 사는 세상입니다. 지금 당장 돌발적으로 일어난 변수 앞에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현재와 미래가 달라집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전망하는 경제성장률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맞힌 적이 없듯이 자고 일어나면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는 사건들이 수없이 터집니다.

세상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난감한 상황을 종종 맞이합니다. 돌발 변수에 대응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하수입니다. 고수는 변화무쌍한 변수에 대응하는 능력이 강한 자를 말합니다. 돌발변수에 당황하지 않고 나쁜 환경에 처해도 흔들리지 않는 경지에 오르기까지 숱한 어려움을 겪고 이겨낸 사람이 고수입니다.




영화 '신의 한 수' 중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망가진 삶을 역전시킬 수 있는 우리 인생에서 신의 한 수가 있을까? 원래 하수는 걱정이 많지. 인생은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이다"

얄팍한 지식만 갖고는 도무지 해결할 능력이 없는 하수는 위기가 생지옥입니다. 고수는 위기 속에서 도약할 기회를 찾습니다.


인생 반전을 위해 고수를 만나고 싶다면 적어도 고수와 하수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놀이터와 생지옥을 왔다 갔다 하며 살아갑니다. 언제 생지옥으로 떨어질지 모를 불안과 초조도 있고 놀이터에서 맘껏 즐기고 싶은 소망도 있습니다.

인생을 놀이터처럼 즐기며 놀 수 있는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생지옥은 피하고 싶다면 고수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기를 피하려고만 하지 말고 말입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습니다. 어려울 때의 진정한 친구도, 위기에서 등장한 영웅도 고수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스스로 진정한 친구가 되어보지 않으시렵니까? 그러다 보면 어느새 인생 고수 자리에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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