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경주를 했습니다. 처음부터 토끼는 압도적으로 앞서 나갑니다. 거북이가 한참 뒤처진 걸 본 토끼는 시시해서 중간에 잠을 잡니다. 거북이는 그동안 쉬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가 먼저 골인,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거북이가 이기게 됩니다.
다들 너무나 잘 아는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끝난 줄 알았던 경주는 그 이후에도 여러번 이어졌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시합이 끝나자 이런저런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토끼는 토끼 가문의 망신과 함께 '거북이에게 달리기로 진 최초의 토끼'라는 굴욕적인 타이틀을 달게 되었고요, 한편에서는 잠자는 토끼를 깨우지 않고 지나친 거북이는 페어플레이 정신이 부족하지 않냐며 승자인 거북이에게도 비난이 일었습니다. 물론 토끼가 잠들어 경주에 진 것은 토끼 자신의 잘못인데 거북이가 왜 깨워야 하냐며 억지 주장이라는 반박도 있었습니다.
토끼 가문의 어른들은 '시합 중에 잠은 왜 잤냐'라며 토끼를 추궁했습니다. 이에 토끼는 이겨봐야 본전인 경주라 의욕이 떨어져 자신도 모르게 잠을 잤다며 우승 상금이라도 걸렸다면 잠을 잤겠느냐고 항변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자신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 하면서 말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패자는 말이 없는 법, 육지에서 빠르다고 소문난 토끼는 엉금엉금 느림보 거북이에게 졌다는 사실만으로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고 한동안 고개를 들고 다니질 못했습니다.
가문에서 쫓겨나기 직전인 토끼는 와신상담, 거북이에게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거북이는 토끼의 도전을 받아 줄 이유는 없었지만 토끼가 몇 날 며칠을 따라다니며 졸라대는 바람에 마지못해 시합에 응했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자만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토끼는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려서 큰 차이로 거북이를 이겼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시합에 진 거북이는 한순간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처음 시합에 이겼을 때는 거북이 가문에 영광이라며, 천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한 천재 거북이라며 칭송이 자자하더니 이번 시합에 지자 영광은 물거품처럼 사라졌습니다.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거북이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한동안 전략을 고심하던 거북이는 토끼를 찾아가 리턴매치를 하자고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달리기 장소도 바꾸고요. 코스에는 육지를 달리고 나면 넓은 강을 건너는 곳이 포함되었습니다.
세 번째 경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육지에서 앞서간 토끼는 강 앞에서 머뭇머뭇거립니다. 그사이 거북이는 여유 있게 헤엄을 쳐서 결승점에 도착합니다.
처음 달리기를 제안했을 때 토끼는 엉금엉금 기어가는 거북이를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넓고 깊은 강에서는 자유자재로 헤엄치는 거북이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육지에서 달리기를 하면 질 게 뻔해서 경주 코스에 강을 넣어 이긴 거북이는 자기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몇 번의 시합을 치른 뒤 토끼와 거북이는 친해졌습니다. 서로의 장점은 인정하게 되었고 부족한 점은 채워주는 사이로 발전했습니다. 이제 둘이 한 팀이 되어 달리기를 합니다.
강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토끼가 거북이를 업고 달리고 강에서는 거북이가 토끼를 등에 태우고 건너갑니다. 토끼의 등에 업힌 거북이는 빠르게 질주하는 쾌감을 느끼고요, 물이 무서웠던 토끼는 거북이 덕분에 수상스키를 즐깁니다. 둘은 환상의 복식조가 되어 찰떡궁합을 과시합니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는 능력보다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제가 돋보이는 이솝 우화입니다. 그래서 아이들 교육용으로 많이 쓰이면서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둘이 누가 이기느냐 치열한 경쟁만 할 게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연대한다면 토끼도 거북이도 모두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 협력과 연대는 토끼와 거북이 사이뿐만 아니라 사람과 동물, 아울러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당연히 필요한 자세입니다.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마음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니까요.
세대와 상관없이, 성별과 관계없이, 능력에 차별 없이 모두가 협력하고 모두가 발전하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토끼와 거북이, 그들의 질주는 오늘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