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나무와 명품인생

by 공감의 기술


일이 뜻대로 술술 풀리고 만사 탄탄대로라면 멋진 인생일 것 같지 않습니까? 게다가 기회도 운도 때를 맞춰 딱딱 들어와 원하는 대로 모두 이루어지면 세상에 부러울 것 없는 명품 인생이지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생 시작부터 두 발로 걸으려면 수없이 넘어지며 아파 울어야 가능한 것처럼 사는 내내 고통도, 좌절도 눈물도 피할 수 없습니다.




바이올린을 만드는 데에는 가문비나무가 쓰인다고 합니다.

울림이 좋은 바이올린을 만들기 위한 나무는 어떻게 자란 나무일까요? 햇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하는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나무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라고 합니다.

가문비나무는 세계에서 가장 귀한 현악기의 울림판 재료라고 합니다. 낭랑하고 듣기 좋은 소리를 일관되게 내기 위해서는 높은 고도, 척박한 토양, 낮은 기온에서 느리게 자라는 나무라야 합니다.

현악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이 나무들은 고산지대라는 거친 환경에서 얼마 없는 영양소를 최대한 많이 섭취하려고 몸을 하늘 높이 뻗어냅니다. 서두르지 않고 느리게 느리게 수 십 년, 혹은 수백 년 동안 빛을 향해 위로 뻗어 나갑니다. 반면 햇볕을 받지 못하는 아래쪽 가지들은 스스로 밑으로 떨어뜨립니다. 사람의 눈높이쯤에 있는 떨어진 가지가 남긴 부분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자 고통의 흔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지가 떨어져 나간 이 부분이 바이올린을 만드는데 최적의 재료가 된다고 합니다.

거친 환경을 겪으며 스스로 비워낸 가문비나무일수록 울림이 좋다고 하니 신기하기만 합니다.


가문비나무의 울림을 보면서 우리의 삶도 다를 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웃는 일만 있으면 좋겠고요, 마음 편한 날이 쭉 이어졌으면 하고 바랍니다.

걱정도, 좌절도, 슬픔도 없는 삶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그럴 일은 없습니다.

웃음이 있으면 눈물도 있고 한숨이 나오면 미소도 짓기 마련입니다. 좌절을 겪어야 성공이 얼마나 좋은지를 알고 환호를 지르면 언젠가 절규할 때도 있는 게 삶입니다.

단맛을 알아야 매운맛을 알고요, 쓴맛, 신맛, 짠맛이 있어 단맛의 달콤함에 빠져듭니다.

달고 쓰고 시고 맵고 짠 양념을 한데 섞여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내듯이 희로애락이 얽히고설켜 한 편의 인생이 만들어집니다.


햇볕도 잘 들지 않고 토양도 메마른 고지대에서 빼곡히 서있는 가문비나무는 척박한 환경에서 오늘도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마치 생존이 고난처럼 보입니다.

토박한 땅이라는 위기를 겪으며 나무들이 단단해지기에 거친 환경을 이겨낸 나무일수록 아름다운 울림을 선사합니다. 그래서 가문비나무가 주는 울림은 축복이라고 합니다.


오늘 힘들었습니다. 내일은 더 힘들지도 모릅니다.

지금 행복합니다. 그렇다고 내일도 행복하리라는 보장이 있습니까?

그러니 지금 나쁘다는 게 좌절할 이유가 되나요? 내일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은 오기 마련이고 즐거운 순간 또한 올 것이니 그것이 삶이 아니던가요. 일이 원하는 대로만 풀리면 그게 삶이겠습니까? 풀리지 않아 고민도 하고 아파도 합니다.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좌절하더라도 꿋꿋하게 버텨낼 때 인생은 더 단단해집니다. 가문비나무처럼 말이죠.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메고 명품 시계를 차고 있다 한들 그 사람을 명품인생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오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괴로움을 두려워하거나 슬퍼하지 않으며 어려움을 이겨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이들을 우리는 명품 인생이라고 부릅니다.

나무가 자랄 수 없다는 수목한계선. 바로 그 아래 거친 환경에서 자란 가문비나무가 명품 악기로 탄생합니다.

이치를 보면 사람이나 악기나 명품이라고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나 봅니다.


그러니 편안하기만을 바라는 마음은 비워 내야겠습니다.

인생이 고해라고 했는데 어찌 무사 태평한 삶을 바라겠습니까.

운 좋게도 바람이 잔잔한 날이 오면 다음에 닥칠 태풍을 대비하며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이렇게 다짐하고 되새기며 겸손하게 하루를 살아감이 명품 인생을 만들어가는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통 속에 핀 꽃이 강하고 아름답습니다.

고통 속에 자란 나무가 명품 악기로 탄생합니다.

고통 속에 희망을 이어가는 삶이 명품 인생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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