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쑥 읽기만 해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고 한번 보면 절대 까먹지 않습니다.
시험지를 받으면 모든 내용이 척척 생각나서 문제를 술술 풀어 성적이 항상 만점인,
그런 삶이 있을까요?
만나는 사람마다 마음을 사로잡고 지극히 평범한 말 한마디인데 다들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가는 곳마다 분위기를 팍팍 띄우고, 있는 곳마다 웃음꽃을 터뜨리는 게 자연스러운,
그런 삶이 있을까요?
일은 뜻한 바대로 알아서 풀리고 장애물도 알아서 피해 가니 만사는 탄탄대로입니다.
기회도 운도 기막히게 척척 들어와서 사는 게 쉬워도 너무 쉬운,
그런 삶이 있을까요?
쭉쭉 뻗은 고속도로를 막힘없이 쌩쌩 달리면 기분이 좋습니다.
한 번도 헤매지 않고 단번에 목적지에 도착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아도 내 마음을 척척 알아서 맞추는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가 얼마나 있을까요?
엄동설한을 이겨낸 따스한 봄기운이 만물을 소생시키면 그동안 움츠렸던 어깨를 쫙 폅니다. 세상이 참 아름답구나 하며 감탄하는 순간 미세먼지, 황사가 우리를 괴롭힙니다.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열대야에 모기에 잠을 설칩니다. 더위에 지치지만 시원한 소낙비에 시름을 잠시 잊습니다.
빨간 단풍이 세상을 물들이고 높고 푸르른 하늘을 보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합니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낭만에 빠져보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칼바람에 손발이 꽁꽁 얼어붙고 어깨는 절로 움츠려 듭니다.
영원한 것은 없고 때가 되면 비울 줄 알아야 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겸손해집니다.
사는 게 다들 이렇지 않나요?
어떤 하루는 바라는 대로 술술 풀리는 것 같아 뿌듯하고 또 다른 하루는 생각지도 못한 일에 좌절하고요.
오늘은 기대 이상으로 일이 잘 되어 기뻐하지만 어제만 해도 일이 꼬여 힘들었습니다.
계획을 꼼꼼히 세우고 준비를 철저히 하고 마음을 굳게 먹고 살아가지만 실은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땡땡이 부리지 않고 그저 힘이 닿는 데까지 해보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선택을 하고 선택에 후회하고 좋든 싫든 결과는 받아들이며 살아야 합니다. 그러니 쉬워도 너무 쉬운 삶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웃는 날이 있으면 눈물 흘릴 날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제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지만 오늘은 기쁨의 환호성을 지를지도 모르고요. 근데 환호가 있으면 절규할 날도 있는 법, 그 또한 인생입니다.
그러니 오늘 힘들다고 좌절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 잘 나간다고 앞으로도 잘 나갈 거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라고 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성공하게 만든다는 뜻이니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늘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순간순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좀 더 멀리, 넓게 내다보며 마음을 크게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힘든 순간이 찾아옵니다. 힘든 순간을 버티다 보면 보면 즐거운 순간 또한 오는 법입니다. 영원한 건 절대 없다고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의지할 만한 신은 죽었다고, 원인 모를 고통으로 가득한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말한 짜라투스트라가 삶에 대해 이렇게 외칩니다.
"그것이 삶이었던가. 좋다, 그럼 다시 한번!"
살아가다 보면 이유도 모른 채 당하는 아픔이 많습니다. 고통이 끊이지 않는 삶이 운명 같습니다. 설령 운명이라고 해도 넘치는 생명력으로 반복되는 고통을 극복하자고 말합니다. 고난의 삶이 운명일지라도, 이를 노력하여 이겨내는 것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스러운 운명이라고 하면서요.
그러니 일이 원하는 대로만 풀리는 그런 삶이 있을까요? 신이 아닌 이상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