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Jun 08. 2021

행복도 강박적이진 않았나요?

 TV 채널을 틀면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라고 광고를 해댑니다.

 길을 걷다 들려오는 노래는 '행복하자, 행복하자'라고 불러댑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다들 '행복하세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라는 인사를 주고받습니다.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으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라고 대답합니다.

 언론매체뿐만 아니라 SNS에서도 행복해지는 법, 행복하게 사는 방법들이 매일같이 쏟아집니다.  




 지금 행복하신가요? 행복하다면 얼마큼요?

 여태껏 행복했던 적이 있으신가요? 앞으로는 행복할까요?

 이렇게 묻는다면 선뜻 '예'라는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면 행복할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행복할지 알듯 말 듯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다면 찾고 싶고, 얻고 싶습니다. 여기저기 '이러이러하면 행복해진다'라고, '행복을 찾는 법'이라고 나와 있는 이야기는 수두룩하지만 사는 내내 행복이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구름 같아 보입니다


 삶의 목표가 마치 행복 찾기인 것 같습니다. 행복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하려고 하지 않았나요?

 어릴 때는 좋은 대학에만 가면 청춘은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대학 캠퍼스에서는 이름난 직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행복이 찾아온다고 믿었습니다. 결혼하면 행복한 가정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요.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이면 느긋하고 여유롭게 행복을 즐길 거라 생각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대학가서는 취업 걱정, 취업해서는 결혼 걱정입니다. 결혼은 안 해도 걱정이고요, 결혼해서는 대출 걱정에 자식 걱정, 나이가 들면서는 노후 걱정, 걱정은 알아서 잘만 찾아옵니다. 사회생활은 밑에서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꾸역꾸역 올라갑니다. 올라가면 편해지나 싶었는데 현실은 위아래로 치이며 버텨냅니다.  


 행복을 찾는다고 여기까지 달려온 길을 돌아보니까 행복할 거라 믿었던 일 다음으로 이어지는 삶도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합격의 기쁨도,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뚫은 희열도, 성취의 보람도, 연애의 짜릿함도 모두가 잠시의 기쁨, 잠깐 동안의 즐거움이었습니다. 그 잠시가 지나면 언제나 회전문을 밀고 돌아야 했고요. 잠깐의 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다람쥐 쳇바퀴를 힘껏 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외치고 소망합니다. 행복하자고 말입니다. 아침에도 외쳤고 자기 전에도 내일은 행복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자고 다짐하며 인사도 주고받았습니다. 그 다짐처럼 오늘은 행복하셨나요? 행복 별점을 매긴다면 5개 중에 몇 개인가요?

 그런데 말입니다. 행복, 행복하니까 마음은 편안해지기는 하지만 혹시 우리는 행복에게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있지는 않나요? 행복하려고 몸을 사리지 않고 행복하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행복이라는 이유로 밤을 새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아무리 맛난 음식도 매일 먹으면 질려버리듯이 자꾸 행복 행복하면 행복도 내성이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에도 내성이 생기면 행복 민감도가 떨어지고, 행복을 제대로 누리기가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행복만 찾다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옆에 두고도 모르고 지나가듯이 말입니다.


 집안의 빈 공간을 물건으로 꼭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그냥 비워두면 넓고 시원합니다. 이처럼 머릿속도 무료하게 또 고요하게 텅 비우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뭐라도 해야 행복해진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 두고요.

 그러려면 조금 심심하게 사는 날도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매번 매 순간 행복할 수 있겠어요? 그저 별일 없이 자극 없이 지루한 듯 뒹굴뒹굴 사는 게 만만하고 편합니다. 그런 날이 진짜 행복한 날이 아닐까요?  


 혹시나 내가 행복에 살짝이라도 강박적이진 않았나요?

 현재(present)가 선물(present)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선물보다 다른 행복을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처럼 말이죠.




 수많은 위인들이 노년에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여태껏 살아오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 합쳐봐야 채 하루가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니까."라고요.


 그러니 일을 하는 데 있어서도요, 거창한 이유나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합니다. 삶이랑 그저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모여 이루어지니까요. 섣불리 장담하지도 말고 함부로 속단하지도 말고 그냥 묵묵히 내 길을 갈 뿐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삶은 내 것이니까 불안해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덤덤하게 말입니다. 비울 건 비우고 현재를 즐길 건 즐기면서요. 그러다 보면 그렇게 쫓아가려고만 했던 행복이란 녀석이 알아서 찾아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전 11화 스티브 잡스가 들려주는 결정장애 극복 팁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