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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차중 Nov 09. 2023

글을 쓰는 이유

나는 어려서부터 50세 이후의 삶은 멋지게 살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아버지께서 50세의 이른 나이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누리지 못한 50세 이후를 아버지의 몫까지 잘 살아 보겠다는 다짐이었다. 열두 살 때의 일이었다. 이루지 못한 꿈을 첫 번째 이루어야 할 가치로 정했다. 그 이유로 46세가 되던 때 20년 동안 중단하였던 글을 다시 쓰기 위한 몸부림 시작하였다. 


중학교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비 오는 가을 교정을 걷다가 낙엽이 비와 함께 떨어지는 풍경을 보고 시를 써내려 갔다. 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 그리고 어려운 집안 환경 탓에 쓸만한 소재는 머릿속에 가득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특별히 두뇌가 좋은 편은 아니었을지라도 데도 스스로 글쓰기 공부를 한 이유로 어문 관련 과목 다른 과목에 비해 높은 성적이었다.


집안의 반대로 가고 싶었던 국문학과 대신 공과대학을 택했지만, 대학에 소속된 문학회에 들어가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문학회 선배들의 시는 나의 시와 비교 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높았다. 단순히 정서와 풍경으로 써 내려간 나의 시는 고민과 철학이 들어간 그들의 시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글을 읽고 쓰는 수준이 조금씩 향상됨을 느꼈다. 글을 쓰는 것에 전보다  흥미가 더해졌고 글을 쓰며 먹고살 수 있는 삶을 꿈으로 정하기도 하였다.  


선배보다 후배의 숫자가 많아졌을 무렵이었다. 나는 별안간 글쓰기를 중단했다. 시작노트를 모두 불태워버렸고 모아 둔 시집들도 모두 후배에게 넘겼다. 시 쓰기로 점점 어두워져 가는 성격으로 변하는 나를 발견했던 것이 첫 번째 까닭이었고, 나에게서 점점 이질적으로 멀어지는 문학회의 문화가 두 번째 이유였다. 나는 그렇게 40대의 중반까지 20년 가까이 글을 쓰지 않은 채로 지내왔다.


오랜 시간이 흐르고 글쓰기는 오래전에 사라진 연인처럼 아른거렸다. 글을 쓰지 않았던 동안에도 나는 가끔 글쓰기를 그리워했었다. 수십 차례 시도를 해보았지만 예전의 글쓰기 감성이 나오지 않았다. 책을 읽어보고 새 노트도 사서 글을 적어보았지만 나의 글에 힘을 느낄 수가 없었다. 끄적거린 문장들은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고 찢긴 채 나뒹굴다가 휴지통으로 버려졌다.


글쓰기의 기초부터 다시 잡기로 했다. 여러 권의 글쓰기 관련 서적을 찬찬히 살폈고 시와 함께 산문 쓰기 시도했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한 지 수개월 만에 모 문예지에 응모한 시가 당선되어 시인이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산문에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두 해동안 월간 문예지에 십여 차례 기고도 해보았지만 산문은 덩치 큰 친구의 옷을 걸친 것처럼 어색하였고 나의 글은 스스로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는 시보다 수필 쓰기에 비중을 더했다.


산문은 운문과 달랐다. 문법을 정확히 따라야 했고 구체적인 문장을 구사해야 했다.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명확해야 했고 주장의 근거는 확실해야 했다. 시를 처음 배울 때 수많은 고통을 느꼈었는데 산문 또한 만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글을 쓰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는 것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전업 작가가 아닌 이상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고달픈 부분일 것이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몸 상태가 편치 않으면 펜을 잡기가 힘에 겨웠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뿐 아니라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필수임을 새삼 깨달았다. 시간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사용해야 했다. 들락거리는 감정을 다스려야 했다.


나는 두 해 동안 썼던 수필을 찬찬히 살피고 다듬었다. 스물한 편의 글을 열 번은 넘도록 다듬고 고쳐 썼다. 나는 그렇게 2년간의 글을 6개월의 시간 동안 다듬어 2023년 2월에 <책 한 권 들고 떠나는 여행>이라는 감성여행 수필집을 출간하였다. 인생에서 이루고 싶었던 일중의 하나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2024년 10월이면 만 50세가 된다. 이제 목표의 시점에 거의 다 왔다. 시간을 살피고 감정을 살피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고 나는 조그만 사업을 시작했다.  그렇다 하여도 글쓰기에 한결 익숙해졌으니 시간을 내어 술술 바람 부는 곳을 찾아 글을 쓰러 다녀야겠다. 그리운 사람들과 그리운 기억들을 마구마구 그려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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