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한 달 살기 세 번째 이야기
어느새 엄마와 아빠에게 가장 행복한 계절은 여름이 되었다. 그것은 내가 매년 여름 한국을 찾기 때문이다. 여름은 부모님께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자, 가장 들뜨는 계절이 되어버렸다. 아마 내가 한국에 함께 살고 있었다면 사계절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타국에 살고 있기에, 내가 머무는 한 달 남짓한 여름의 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선명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해외 생활은 내게 크게 힘든 일은 아니다. 물론 달고 쓴맛이 뒤섞인 인생의 진리야 어디서든 다르지 않다. 다만 내가 선택해 떠난 삶이기에 나와 잘 맞는 옷처럼 느끼며 살아왔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늘 아쉽고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부모님과의 시간이다.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부모님을 향한 마음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속에는 늘 미안함이 자리 잡고 있다. 성인이 되어 독립해 살면서 부모님 속을 썩인 적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언제나 같은 하늘 아래 있지 못한 죄송스러움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엄마가 내 마음과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셨다. 시골에 계신 외할머니를 서울에서 자주 찾아뵙지 못해 늘 죄송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하셨다. 같은 한국 땅에 살아도, 같은 도시에 있지 않으면 자주 뵙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듯, 엄마도 나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엄마와 아빠도 서울 태생은 아니시다. 부모와 형제가 없는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터전을 잡으셨다. 어쩌면 내가 타국에 나와 살게 된 용기도 부모님의 DNA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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