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보고 없습니다.”
첫날 사장이 했던 말이었다.
좋았어! 보고서에서 해방이다!
둘째 주 월요일, 단체방이 울렸다.
사장: 오전 건 어떻게 되고 있죠?
나는 바로 썼다.
도윤: 진행 중입니다.
3초.
사장: 진행 상황 공유해주세요
나는 다시 썼다.
도윤: 현재 데이터 정리 후 방향 검토 중입니다.
5초.
사장: 구체적으로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고가 아니다.
공유다.
나는 다시 썼다.
도윤: 기존 자료 기준으로 수치 재정리 진행 중이며 이후 방향 설정 예정입니다.
10초.
사장: 음
이 ‘음’은 익숙해졌다.
잠시 후, 옆자리 사람이 말했다.
“도윤님.”
“네.”
“그건 와서 보고하란 말이에요.”
“?”
나는 멈췄다.
"이 카톡에 쓴 게 다인데요?”
그는 말했다.
“카톡은 카톡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한 것 같았다.
오후 2시.
사장이 자리로 불렀다.
“도윤 씨.”
“네.”
“아까 건 어떻게 되고 있죠?”
사장이 말했다.
“지금 말로 한번 설명해보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나는 설명했다.
데이터, 방향, 계획.
말로.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리고 말했다.
“이 내용 카톡 한번 올려주세요.”
“지금 얘기한 내용 정리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자리로 돌아왔다.
노트북을 열었다.
나는 방금 한 말을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 카톡에 썼다.
도윤: 현재 진행 상황 공유드립니다…
보내고 나서 잠깐 멈췄다.
이건 뭐지?
옆자리 사람이 물었다.
“다녀오셨어요?”
“네.”
“뭐래요?”
나는 말했다.
“말로 설명해달라고 하셨어요.”
“그래서요?”
“설명했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네요.”
나는 말했다.
“아니요.”
그는 나를 봤다.
나는 말했다.
“그걸 카톡으로 올리래요.”
“그러셨겠죠.”
나는 물었다.
“왜요?”
그는 말했다.
“그래야 확인이 되니까요.”
나는 다시 물었다.
“이미 설명했는데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요.”
나는 노트북을 봤다. 그리고 카톡을 봤다.
보고는 없다.
대신 공유가 있고, 설명이 있고,
정리가 있고, 확인이 있다.
그걸 위해 나는 보고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보고는 없지만, 보고는 해야 한다.
그날 저녁. 카톡이 또 울렸다.
사장: 도윤씨 아까 내용 진행상황 공유해주세요
나는 잠깐 웃었다.
그리고 파일 이름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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