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날이었다.
나는 10분 일찍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잠깐 서 있었다.
왜 아무도 안오지?
시간을 확인했다. 9시 20분.
나는 속으로 말했다.
전부 다 자율 출근인가 보다.
자리에 앉았다.
어디가 내 자리인지 몰라서
적당히 비어 있는 곳에 앉았다.
10분쯤 지났을까.
한 명이 들어왔다.
나를 보더니 말했다.
“아, 새로 오신 분?”
“네, 안녕하세요.”
“앉아계세요, 곧 오실 거예요.”
누가?
나는 묻지 않았다.
9시 40분.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왔다.
인사는 짧았다.
“안녕하세요.”
“네.”
끝.
9시 58분.
갑자기 사무실 문이 열렸다.
사장이 들어왔다.
“왔어요?”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바로 일어났다.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부터 출근했습니다.”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리고 바로 말했다.
“잠깐 모여보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의자도 없이 그냥 서서.
회의인가?
사장이 말을 시작했다.
“우리 회사는요.”
시작됐다.
“속도가 제일 중요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들은 말이다.
“보고? 필요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잠깐 멈췄다.
“쓸데없는 문서 만들 시간에 일을 해야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크게.
“대신 공유는 해야죠.”
나는 다시 멈췄다.
공유?
“카톡방에 올리면 됩니다.”
사장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점점 느리게.
사장이 계속 말했다.
“우리는 수평 조직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래서 직급 의미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대신 책임은 다 똑같습니다.”
나는 고개를 멈췄다.
사장이 나를 봤다.
“도윤 씨.”
“네.”
“무슨 말인지 아시죠?”
나는 말했다.
“네.”
“공공기관처럼 보고서 쓰고, 검토 받고, 고치고, 이거 없습니다.”
나는 말했다.
“네.”
“바로 결정하고, 바로 실행입니다.”
나는 말했다.
“네.”
그때였다.
사장이 누군가를 불렀다.
“이거 왜 아직 안 됐어요?”
사무실 한쪽에서 누군가가 말했다.
“어제 말씀하신 방향으로 수정 중입니다.”
사장이 말했다.
“아니, 그 방향 말고.”
잠깐 정적.
“그거 말고, 어제 제가 말한 거 있잖아요.”
더 긴 정적.
나는 고개를 아주 천천히 끄덕였다.
사장이 다시 나를 봤다.
“이런 건 바로 캐치하셔야 합니다.”
나는 말했다.
“네.”
스피치는 계속됐다.
시간을 봤다.
10시 27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언제 끝나지.
10시 41분.
사장이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다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여긴 결과로 말하는 곳입니다.”
모임이 끝났다.
사람들이 흩어졌다.
옆에 있던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처음이시죠?”
“네.”
그는 웃었다.
“금방 적응하실 거예요.”
나는 웃었다.
“네.”
자리에 앉았다.
모니터를 켰다.
카카오톡이 울렸다.
단체방이었다.
메시지가 빠르게 올라왔다.
사장: 이거 왜 아직 안 됐어요
사장: 방금 말했잖아요
사장: 방향 다시 잡으세요
나는 화면을 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보고서는 없고, 회의도 없고, 검토도 없다.
대신 사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