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들을 만나러 가는 길

아빠의 미국 방문

아빠는 미국에 사는 오빠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효자인 오빠는 아빠가 긴 시간 비행으로 힘들지 않도록

 비즈니스석으로 티켓을 마련해 편안히 모시려고 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미국 도착 후 공항에서 짐을 찾아들어 올리는 순간 허리를 다치셨다.


그 후로 아빠는 거동이 불편하시다.

그때 사실 항공사에 도우미 신청을 했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나온 도우미가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 스스로 그 무거운 트렁크를 왜 들었는지 알 수가 없다.

꼼꼼한 성격의 오빠는 항공사에, 비행기에서 내려서 출국할 때까지 도와주는 도우미를 요청했고,

순조로운 아버지의 미국 방문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었다.


미국 도착 후  가방을 찾아주고 이동을 도와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왜 스스로 들었는지 물었다.

아빠의 대답이다.  " 도우미로 나온 사람은 키가 작은 여자였다. 그 여자는 도우미로서 그 가방을 들 수 없어 보일 정도로 가냘픈 여자였다,  그래서 자신이 가방을 들었다"  도우미였지만 가녀린 여자가 가방을 들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아빠는 자신이 70대 중반의 노인이라는 사실을 망각했다.

그 순간 자신은 젊은 청년이라고 착각했을지도 모른다.

곧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흥분했을 수도 있다.

10시간 이상 침대에 누워 편하게 비행하고 난 허리는 준비운동도 없이

갑자기 무거운 트렁크를 들어 올리는  부주의한  움직임 때문에

허리뼈를 받쳐주는 근육이 손 쓸 새도 없이 뼈들은 부서지고 말았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허리뼈가 부러지는 중대한 사고를 당하신 아버지는

미국에서 여행도 못하고 누워계셔야 했다.  

자식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허무하게 허리를 다친

아버지는 이후부터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삶의 질은 말도 안 되게 떨어졌고 장애인 판정을 받을 정도의 상태가 되었다.


이 일이 있고 엄마의 바가지 레퍼토리는 한 가지다.

"내가 힘들게 집안일을 해도 도와준 적이 별로 없는데

공항에서 만난 항공사 직원은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그렇게도 넘쳤느냐고

그렇게 허리를 다치고 싶어서 자식들이 준비해준 모든 호의를 마다하고

가방을 들어 올렸느냐"며 핀잔을 시작하신다.


그 말은 다 맞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할 말이 없다.

허리가 다친 것은 안타깝고 불쌍하지만 허리를 다친 동기에 대해서는 미운 것이 사실이다.

어쨌든 허리를 다친 아버지는 자신도 무척 속이 상하셨으리라.

돌아오시는 날 내가 아버지를 마중하기위해 공항으로 나갔다.

아들과 헤어지고 허리까지 다치신 아버지는 눈물을 보이셨다.


아버지는 우리가 어릴 때 장비도 변변하지 않던 시절에

캠핑용구를 메고 지고 어린아이들을 업고, 안고  캠핑을 다니실 만큼 에너지가 넘치고

건강한 분이셨다. 그런 에너지가 넘치고 건강하시던 아버지는 이제는 볼 수가 없다.


내가 결혼식장에 아버지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갈 때 아버지는 정말 잘생기고 멋진 분이셨다.

후에 나의 친구로부터 들은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멋지게 트를 입은 그렇게 멋진 중년의 신사는 처음 본다며 자식 세명중 누구도 아버지 만한

인물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멋진 아버지셨는데,

허리를 다치시기 전에는 참 건장한 청년 같은 분이셨는데,

다리도 길고 키도 크시고 몸매가 좋으신 아버지는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제 진짜 노인처럼 허리가 구부정하시다.

걸음걸이는 느리시고, 흔들리는 차에서는 허리 통증 때문에 장소 이동하기를 어려워하신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불행하게도 허리뼈가 부러졌고 그 부러진 뼈들은 이미 고착이 되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게 되었다.

의사는 더 나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지만 다행히 누워만 있지는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덕분에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엄마의 일은 더욱 늘어났다.


 자신의 몸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자신의 일 뿐만 아니다.

이런 일은 원하지 않아도 가족들과 나누어야 하는 아픔이 되고 만다.

나를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일은 나를 위하는 것이 되기도 하고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가족의 도움과 희생과 봉사를 받지 않으려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막내 디자이너의 도시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