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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파파 Mar 27. 2023

[한달살기] 말레이시아 페낭의 모닝마켓. 진짜 과일!!

말레이시아 페낭 한달 살기 12

핵심 포인트!!

1. 페낭에서 제대로 된 과일 먹을 수 있는 곳

2. 잘 못 걸린 그랩

3. 이제 그만 한국음식 좀 먹고 싶다.



오늘은 교회 가는 날이다. 아침부터 교회갈 준비를 했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모닝마켓에 가기로 했다. 


페낭의 모닝마켓은 일종의 야시장 같은 느낌인데, 현지 과일부터 호커까지 모두 아침에 열고 빠지는 것이다. 관광객부터 현지인들까지 사람이 많다. 아침만 하고 빠지는게 의아하지만,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여기 사람들의 특성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랩을 타고 탄중붕가 교회 옆에 있는 모닝마켓으로 갔다. 탄중붕가도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우리를 설레게 한다. 미니의 주목적은 과일이다. 페낭 와서 제대로된 과일을 못먹어봐서, 동남아 왔는데도 저렴한 과일을 왕창 못먹은거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아있었다. 채소도 많았지만, 지나고 지나 끝에 집에 있는 과일집으로 갔다. 

우리나라 시장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름 정답다.



보통 1kg에 10링깃이다. 망고 2개, 스타프룻 3개, 망고스틴 10개 정도를 구매했는데 20링깃을 냈. 

망고 하나에 천원 꼴인 것 같다.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정육도 한번 봤으나 여긴 미니가 견딜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냥 고기가 덩그라니 널려있고, 바로 잘라준다. 냉장 유통이 아니다. 빨리 빠져나가서 아침 식사를 하는게 나을 것 같았다. 우리 왕자님 준이는 시장에 오는 순간부터 얼었다. 밥도 별로 먹기 싫어하는거 같다. 로띠를 그렇게 좋아하더니, 옆에서 손으로 만드는걸 봐서 그런가 이제 질렸다고 한다. 갑자기 로띠가 질리다니. 손으로 돌리고 돌리고 또 손으로 누르고. 이걸 본 준이는 이제 로띠 안먹게 생겼다.


손으로 만드는 모습에 준이는 얼음이 되었다.


로띠 만드는 모습은 정말 재밌다. 반죽을 떼어내서 몇 번 툭툭 치고 돌리더니 바로 불판에 지지직. 기름 쫙쫙. 계란도 넣고. 저거 바로 먹으면 진짜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늘은 먹고 싶은게 따로 있다. 완탄미와 호켄미. 케이시는 차쿼띠아오. 준이는 치킨밥이다. 내가 선택한 완탄미가 인기가 많다. 6링깃에 꽤 배부르다. 한서의 차꿔띠아오는 거니드라이브 맛을 따라오지 못한다. 치킨밥은 치킨이 아니라 닭가슴살이라 별로였고, 호켄미도 언제 먹어도 맛있다. 찐빵도 하나 먹어보았다. 안에 고기 조금 들어간 간장 채소 볶음으로 채워져있다. 꽤 맛있다.

흔한 호커센터 풍경. 모두들 여기서 아침을 먹는다.
고기찐빵. 준이 심부름 시켰더니 손발짓으로 어떻게든 사왔다.


케이시는 내 완탄미를 하나 더 시켜먹었고, 준이도 완탄미는 먹을 수 있겠다고 하면서 조금 먹었다. 우리 왕자님은 그냥 완탄미 시켜주면 될 것 같다. 나오는 길에 두리안을 만났다. 무사 킹은 아니지만 20링깃이면 딱 먹기 좋게 포장해준다. 살짝 고민하긴했지만, 교회 가는 길이라서 못샀다. 앞에 나오니까 두리안 15링깃으로 해준다고 한다. 무사 킹은 아니고 좋은 등급이라고 강추한다. 역시 시장은 흥정하기 나름이다.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아쉬운 발걸음을 한다. 무사 킹을 그래도 한번 먹어는 봐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교회에 일찍 갔다. 거의 1시간을 일찍 들어갔다. 뻘쭘하긴했다. 할 것도 없고, 다른 사람들은 서로 친해서 어색하다. 우리야 뭐 아는 사람이라고는 식사 같이 한 목사님 뿐이니까. 여기 저기 다니다가 그냥 예배 자리에 앉았다. 기도하고, 예배를 준비했다. 미니가 집사님들과 얘기를 나누고 자리로 왔다. 충실한 예배시간이었다. 베드로의 얘기와 지금 너무 힘든 사람들, 톡 건드리면 폭발하는 사람들. 서로를 위로해주자고 했다. 추수감사절 글귀도 작성하고, 끝나고 목사님과 인사도 했다. 아이들이 신나서 나왔고, 우리는 신발장 위에 올려둔 과일을 챙겨 바깥으로 나갔다. 참, 교회라는 곳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준다. 우리가 뭐 여기서 오래 살거는 아니지만, 우리가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고, 또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먼 길 여행자들에게 밥한끼 잘 나눠주는 곳. 교회는 우리에게 그런 곳이다.



오늘은 한국 음식을 좀 먹어보기로 했다. 미니가 음식을 하겠다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도저히 여기 음식 만으로는 안되겠다며 항복 선언을 했다. 여행지 와서 밥을 해먹는다니. 진짜 여행이라기보다는 한달살기 느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 달을 살려면 밥을 해먹어야한다. 안그러면 살 수 없다. 스테이츠 퀴에 가서 킴스마켓을 들러 김치를 사고, 두부, 라면 등을 샀다. 옆에 마트에 가서 소세지, 쌀 등을 사고 그랩을 불러 숙소로 왔다. 


역시 우리는 스테이츠 퀴가 잘 맞는다. 깨끗하다. 보기 힘든 깨끗함이다.


이번 그랩 기사는 최악이었다. 지금까지 그랩 기사에게 나쁜 마음이 없었는데, 이 친구는 정말 나쁜 XX였다. 숙소 가는데 가까운 거리임에도 7링깃이나 들어가는데, 이 XX는 에어컨도 미리 틀지 않고, 우리가 있는 곳이 아닌 바깥 도로에 주차를 하고 있었다. 차는 완전 오래된 경차라 4명이 타기 힘들고, 심지어 스틱이다. 일단 차가 덥다는게 너무 황당하다. 우리가 타니까 그제서야 에어컨을 켠다. 스틱이고 너무 오래된 경차라 좁고 덥다. 우리 짐도 많은데 황당하다. 지난번에는 5링깃이었음에도 훨씬 쾌적하게 오고, 더 넓은 도로로 왔는데, 꼬불꼬불 오면서 스틱에 환장하겠다. 그런데 아파트 앞에서 못들어간다고 길거리에서 내려준다고 한다. 터치앤고가 있으면 무료로 들어갔다 올 수 있는데, 자기가 없다고 한다. 잔액이 부족하다고 못 들어간다고 쇼를 한다. 결국 우리는 짐도 많은데 멀리서 내렸다. 이럴거면 뭐하러 그랩을 불렀나. 그냥 걸어오고 말지. 최악이다. 앞으로 차종을 보고 취소까지 해봐야겠다. 다시는 이런 XX의 차를 타고 싶지 않다. 이 때부터 나의 그랩 차 고르기가 시작되었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 나는 경고를 먹고 그랩을 부르지 못할 뻔 했다^^;; 어쨌든 원하는 차 배정 받을 때까지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는하다.



미니가 과일을 먼저 손질하고, 짐을 정리하고 바로 점심 식사 준비를 했다. 후다닥. 벌써 밥이 되고 있고, 김치찌개가 끓었다. 너무 많은 양에 이걸 누가 다 먹어 했지만, 우리는 한번도 남긴 적이 없다. 준이는 밥은 4번을 먹었다. 찌개 국물만 가지고도 너무 잘 먹는다. 저렇게 잘 먹는 아이가 호커센터만 가면 빌빌거린다. 정말 맛있었다. 200링깃 장을 봤는데, 절반 이상이 남았고, 쌀이나 라면은 그대로 있다. 한끼에 200링깃을 먹었던 지난 삶을 반성해본다.

과일이 맛있다.

     

아파트 수영장으로 나왔다. 가족과 함께하는 이런 휴식을 또 가질 수 있을까. 언제나 오늘이 가장 행복하다. 인생에 불만 갖지 말자는 생각이 또 든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급히 숙소로 돌아왔다. 로비에서 아가 돌잔치를 준비한다. 이런 분위기의 돌잔치도 재밌다. 한번 구경가볼걸 그랬다. 올라오니 미니가 과일을 준비해두었다. 그녀는 천사다. 나는 망고가 제일 맛있다. 망고스틴을 아이들은 제일 좋아한다. 까먹는 재미도 있고, 달콤한 과일이 정말 맛있기는 하다. 나는 망고가 최고다. 시원하게 먹으면 정말 맛있다. 스타 프룻도 괜찮다. 아무도 안먹는걸 보니 남은건 내가 다 먹어야할 듯 싶다. 


근데 나는 이 아얌 라면이 왜케 맛있지ㅠㅠ


과일을 먹고 나니 이제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다. 저녁은 컵라면. 아까 먹고 남은 밥과 함께 먹기로 했다. 애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컵라면에 밥이라니. 한국 컵라면. 미니는 스낵면, 케이시는 도시락, 준이는 참깨라면이다. 나의 택배도 왔다. 닭가슴살. 무언가 영양분을 보충해야해서 닭가슴살을 시켰는데 이건 뭐 냉장도 안되어서 왔다. 황당하다. 우리 같았으면 꽝꽝 얼려서 아이스팩하고 같이 왔을텐데 그냥 툭하고 왔다. 황당하기는 하다. 음식은 택배 안시키는게 나을 것 같다. 그래도 현지에서 택배 성공했다는게 어디인가. 그냥 해보면 된다.


나는 운동도 하고 왔기 때문에 닭가슴살과 프로틴으로 저녁을 먹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닭가슴살이 맛이 없어서 문제이지만. 이제 운동하는게 조금 지치기도 한다. 1988을 또 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은 좀 일찍 자려고 한다. 내일부터 다시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벌써 13일이 지났다. 신기하다. 그냥 여기가 내 집 같다. 

또 하루가 간다. 


내일부터는 애들 보내고 둘이서 점심도 먹어보고, 어디도 한번씩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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