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시접을 덧대 만든 걸작

2026. 6. 고레에다 히로카즈 <괴물>을 다시 보다

by 김산

3차원의 시간선 앞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은 모든 맥락을 알았을 때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사건의 관계자들이 솔직하게 모든 것을 소통해야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침묵을 택한다. 그것이 우리가 어긋나고 상처받고 헤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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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은 시간의 시접을 세 번 덧대 주름을 잡아 박음질한다. 첫 번째 시접은 소년 미나토의 엄마가 재봉질한다. 신발을 잃어버린 아들을 보고 마땅하게 엄마로서 아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의심하고, 그 걱정에서 시작된 의심이 선생님으로 향한다. 교장과 선생은 수동적이고 매뉴얼대로 표면적인 사과만 하고, 엄마의 속은 더 바짝 타들어간다. 엄마의 시선에서 이 세상은 답답하고 화가 난다.


두 번째 시접은 동일한 시간선을 다시 담임 선생님의 눈으로 따라가 본다. 담임 선생님은 소박하고 다정하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그들을 위해 진심을 다한다. 하지만 어른이 투과할 수 없는 아이들의 세상이 있다. 아이들의 세계는 필연적으로 더 순수하거나 선하지만은 않다. 논리적이지는 더더욱 않다. 어떨때는 어른들의 세계보다 더 잔인하다. 그 이유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여과없이 흡수해서 증폭해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세계에 어른이 침투하려는 순간 아이들은 차갑게 그를 밀어낸다. 아이들이 다 함께 거짓을 고하는 상황은 선생에게도, 그걸 보는 우리에게도 상처이다. 한순간에 아이들을 학대한 쓰레기가 된 선생님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의 세계에서도 공격받는다. 선생님은 집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시접은 아이들의 시접이다. 어른들을 잔인하게 밀어낸 어린이들의 세계는 어떤 것이었을까. 아이들의 세계에서 어른들의 말은 생각보다 크게 진동한다. 엄마가 습관적으로 뱉은 말들, 선생님이 힘내라고 무심결에 고른 단어가 그 말들과 다른 자신을 의심하고 베게 만든다.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내비치는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는 그것이 진리인 것처럼 행동한다. 비밀을 가진 아이들은 더욱 수그러든다. 아이들의 세계에서 자신의 비밀은 절체절명의 무언가이다. 그렇기에 무고한 선생님을 궁지에 몰아넣고 침묵한다. 그리고 그 비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알게 된 순간 비로소 우리는 아이가 왜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오해에서 시작한 이야기의 엮인 매듭을 하나 하나가 벗길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맥락을 획득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다 보고 나서야 비로소 어른의 시선이 아닌 있는 그대로 아이들을 바라보게 된다. 이 세 관점을 나선형으로 풀어낸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점이 만나 탄생한 걸작이다. 2023년 영화관에서 봤을 때의 그 충격을 잊을 수가 없다.


<괴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라는 타임 머신을 현현한다. 일상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각도로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고, 다시 보고, 또 다시 본다. 이렇게 모든 관련인들의 사정을 다 풀어헤쳐 놓고 보면 괴물은 없다. 모두가 모두를 무심결에, 조금씩 오해하고 상처낸다. 그리고 그것이 꼬이고 엮어 괴물적인 결과를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우리가 어떻게 괴물을 해체할 수 있는가를 알려주기도 한다. 꼬인 것들을 하나 하나 내려놓으면 비로소 우리는 괴물이 아닌 진실에 더 다가갈 수 있다.


아이들만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 누군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에 어떻게 감히 먹칠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러고 있고, 누군가의 반짝거리는 세계를 진흙탕으로 처박고 있다. 감히. 그리고 그렇게 처박은 타인의 세계는 우리에게 괴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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