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9. 넷플릭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 첫 2화를 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언제든 누군가의 시선 안에 영영 갇히게 되는 일 같다. 시선이 더 많이 가는 인물일수록 그 시선의 짜임새가 더 촘촘해져서 그 사람의 일생의 사사건건을 다 관전한다. 고현정의 경우 이목을 사로잡는 외모로 주연 배우로서 스타덤에 오른 이후 그녀의 일생 전체를 우리는 지켜보았다. 89년도에 데뷔한 그녀를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보며 한 사람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목격하게 된다.
고현정이 갓 데뷔했을 때는 나는 너무 어렸기에 그녀의 20대의 모습이 어땠는지를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고현정의 작품을 팔로업하게 된 계기는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였다. '완'이라는 작가로 나오는 고현정과 엄마 고두심과의 애증의 관계를 보며 딸 완이에게 많이 공감하고 이입하게 되었고, 이 캐릭터를 연기한 고현정의 매력에 빠졌던 것 같다. 이후에는 고현정의 연기를 계속 보게 된 것 같다.
그런 고현정이 이번에는 서늘한 연쇄살인마의 얼굴로 돌아왔다. 한명도 아닌, 다섯명을 죽인 살인마. 잔인하게 사람의 목을 썰어 죽였던 살인마로 돌아왔다. <사마귀: 살인자의 외출>에서 말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살해 현장에서 시작된다. 혀가 잘린 시체, 그리고 그 혀는 죽은 이의 항문에서 발견된다. 이 모습을 보며 형사 최중호는 과거 연쇄살인마 '사마귀'의 범행 행각과 행태가 너무 유사해서 그녀를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사마귀' 정이신은 이미 수감되어 있는 터. 모방 범죄인 것이다. '사마귀'는 아동 학대나 가정 폭력범들을 죽여서 사마귀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자수를 하는 대신 독방에 커피, 음악, 그리고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바꾸는 대가를 받은 정이신. 20년이 지나고 사마귀와 똑같은 형태로 사람을 죽인 모방 범죄가 나타난다. 수사를 위해 정이신의 협조를 요청하는 수사팀. 하지만 정이신은 그 조건으로 감옥 외의 공간과 아들 차수열을 요구한다.
2화까지 공개된 현재 시점 이 드라마, 재밌다. 특히 고현정의 연기가 일품이다. 자신을 혐오하는 아들을 다시 만난 엄마. 아들의 날선 반응에 상처받는 표정이 아닌, 피 냄새가 좋다며 네가 태어날 때 나는 냄새인데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더 섬뜩한 말로 응수한다. 밤늦게 찾아온 차수열에게 감옥은 노는 곳이 아니고 자신의 공조가 필요하면 감옥의 시간에 맞춰 낮에 오라고 내치기도 한다. 고현정은아무렇지 않게 살인에 대해서 줄줄 읊는 정이신이라는 캐릭터를 잘 세상에 내 놓는다. 대체 어떤 동기에서, 왜 살인을 했는지, 정이신은 아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든 것들이 궁금해진다.
이런 복잡하고 상식 외의 인물을 배우는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할까? 나랑 접점이 하나도 없는 인물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배우의 연기 방법론은 다 다르지만, 아무리 이해가 가지 않는 캐릭터라도 어떤 부분 하나 쯤은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기에 배우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해는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배우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더 다양한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음을 말하기도 한다. 한 개인에게는 삶의 풍파이고 고통이겠지만, 그 풍파와 굴곡을 경험하면서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인물들을 여럼풋이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그래서 어떤 연기는 반드시 연륜을 요구한다. 이 드라마의 정이신이라는 캐릭터도 마찬가지. 경험을 통해 정이신이라는 캐릭터가 비로소 빚어진다.
얼마전 유퀴즈에서 고현정 배우가 나와 나이 드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것 같다. 서른으로 돌아가라고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었을지 일개 시청자는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시간에 대한 결과물은 그녀의 연기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마귀>가 어떻게 펼쳐질지 더 궁금하다. 고현정의 연기를 더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