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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08. 2023

하마터면 욕할 뻔한 김치찌개 맛집 <신대화>

맛집이 아니라면 그 골목 구석에서 장사가 됐을까?


전주시내 김치찌개 전문점 <신대화>를 난 기자로 일하는 지인 A 소개로 알게 됐다. 내가 밥 한 번 살 일이 있어 “기자 일 하다 보면 맛집 많이 알 테니 한 곳 추천 좀 해주쇼” 했더니 그가 데려간 곳이 바로 이 집이었다.


그러나 A의 안내를 받아 처음 이 음식점을 방문했을 때 나는 하마터면 욕을 할 뻔했다. 좁디 좁은 골목길, 그것도 빼곡하게 주차된 차량들로 가득한 좁은 길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가며 정말 힘들게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운전이 좀 서툴었다면 중간에 되돌아 나왔을 수도 있겠다 싶은 난이도 높은 코스였다.

 

자연 내 머릿 속엔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이런 구석까지 기어 들어와 김치찌개를 먹는다고 이딴 데다가 음식점을 차린 거람?’ 하는 불만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김치찌개 할아버지쯤 된다면 모를까 고작 김치찌개를 먹겠다고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웬걸, 막상 도착해 보니 그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놈이?’ 소리가 목구멍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 사람들이 다 어디서 왔나 싶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밀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기자생활 덕분에 입맛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앉아있는 A가 추천하는 집 다웠다.

 

A와 함께 김치찌개 2인분을 주문하고 잠시 기다리자 다른 집들과는 달리 아예 라면 사리를 넣어 끓인 채 음식이 나왔다. 찌개는 국물이 생명이니 일단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 봤다. 순간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느낌이 드는 깊은 맛이 입 안에 퍼져 나갔다. 반 오십 넘은 우리 딸 표현을 빌자면 <존맛>이었다.

 

“김치찌개가 다 거기서 거기지, 특별할 게 뭐 있겠어?”라 말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을 거다. 김치를 주재료로 넣고 팔팔 끓이는 것뿐이니 맛이 차이 나 봐야 얼마나 차이 나겠냐는 얘기일 거다. 하지만 같은 쌀을 갖고도 전기밥솥에 넣고 끓이느냐 가마솥에 넣고 끓이느냐에 따라 그 맛은 천양지차다. 김치를 넣고 대충 끓인다고 해서 다 맛있는 김치찌개가 되는 건 아니란 의미다.

 

<신대화> 김치찌개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밥 한 공기를 <순삭>하게 만드는 맛’이었다. 그래선 안 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 ‘공기밥 하나 추가할까?’ 하는 충동이 일게 만드는 맛이라고나 할까. “남편은 탄수화물 중독이야. 좀 줄여야 햇!” 하는 아내의 잔소리가 귓전에 울리지 않았다면 십중팔구 반 공기 정도는 더 시켜 먹었을 터였다.

 

이 집이 더 마음에 들었던 건 직접 김장한 김치만 사용한다는 사장님의 요리방침이었다. 비위생적인 중국산 김치 쓰는 음식점들이 많아 요즘은 어디 가서 선뜻 젓가락질 하기도 겁나는데, 좋은 재료로 직접 담근 김치를 고집한다는 건 손님 입장에선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국산 돼지고기만 사용한다는 고기 양도 다른 김치찌개집 갔을 때와 비교해보면 넉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기를 즐겨먹지 않는 데다가 찌개에 든 고기는 더더욱 싫어하는 터라 사실 나로선 별로 관심있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A는 내 몫의 고기까지 다 먹느라 배가 불러 죽겠다며 밥을 거의 다 남기다시피 했다. 그렇게 배 부르면 그만 먹음 되지 않느냐 물었더니 “난 고기 남는 꼴은 못 봣!” 하며 꾸역꾸역 먹어댔다.

 

시그니처 메뉴인 김치찌개 컨셉에 맞춘 건진 몰라도 일반주택을 음식점으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덕분에 가정집 같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욕쟁이 할머니 한 명만 더 있었으면 정말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을 먹는 느낌이 들었을 거란 생각이 언뜻 들기도 했다(너무 작위적이다. 드라마를 좀 줄여야겠단 생각이 든다)

 

<신대화>는 예전엔 점심시간에만 장사를 했다고 한다. 그것도 재료가 떨어지면 일찌감치 문을 닫아 버리는 걸로 유명했다. 맛에 대해 자신감이 넘쳐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손님 입장서 봤을 땐 모처럼 갔다가 허탕치기 딱 좋은 <배짱 영업>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점심시간은 물론 저녁시간에도 장사를 하는 걸로 영업 방침이 바뀌어서 얼큰한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술 한 잔을 즐기는 손님들도 많아졌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거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14시, 오후 17시~21시까지, 토요일은 점심타임만 영업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김치찌개맛집 #전주맛집 #신대화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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