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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19. 2023

부안 <개암곰탕>, 내 입맛대로 맛집

곰탕은 반드시 한우로 끓여야 한다는 분들에겐 비추천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내 경우 인가가 거의 없는 외딴 지역에 대규모 음식점이 세워져 있는 걸 볼 때면 이는 필시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음식맛에 매우 자신이 있거나, 그게 아니면 사장 욕심이 실력에 비해 너무 과하거나라고.​


부안 내소사를 가던 중 우연히 마주친 개암곰탕을 처음 봤을 때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마을 비슷한 것도 보이지 않는 허허벌판에 주차장만 해도 차량 30여 대는 세우고도 남을 큰 규모의 음식점이 서 있었으니까.


'이건 분명 맛집이거나 얼마 안 가 망할 집'이다 싶었다. 분명 그 둘 중 하나일 거라 판단됐는데, 가만 보아하니 주차장에 차들이 가득했다. 그 차들 가운데는 화물트럭도 여러 대 보였다. 곧 망할 집보다는 맛집일 확률이 아주 매우 많이 높다는 의미였다.


그런 판단이 들자 나는 문득 그 맛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즉시 식당으로 쳐들어가 시그니처 메뉴라는 사골곰탕에다가 내 최애 음식 가운데 하나인 육전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재빨리 주변 분위기를 살폈는데, 손님들 면면이 뜨내기 관광객이라기보다는 단골들 느낌이 강했다. 하기사 유명 관광지 주변이 아닌지라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들이 닥쳤을 리도 만무했고, 그렇다면 남은 경우의 수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거나 전국 각지를 오가는 영업용 차량 운전기사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또한 곧 망할 집보다는 맛집일 확률이 아주 매우 많이 높다는 의미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재빨리 메뉴판 등 식당 관련 정보들을 스캔해 봤다. 주메뉴는 역시나 사골곰탕을 비롯한 곰탕류였고, 여름특선으로 냉면도 판매하고 있었다. 곰탕 전문점답게 다른 잡스러운 메뉴가 없는 게 마음에 들었다. 노래 못하는 가수가 레퍼토리만 많다구 맛 없는 집들일수록 메뉴 가짓수만 많은 법이었다.



다른건 다 마음에 들었지만, 다만 한 가지 사골과 잡뼈를 한우가 아닌 국내산 육우를 쓴다는 점과 사태와 양지 등 고기류는 호주산을 쓴다는 건 옥의 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비나 원가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곰탕> 하면 한우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음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곰탕은 무조건 한우로만 끓여내야 한다는 한우 취향 입맛을 가진 분들에겐 어쩔 수 없이 비추천을 박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사골과 고기, 물과 불만을 더해 정직하게 끓여낸다>고 문 앞에 대문짝만하게 붙여놓은 홍보문구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사골곰탕 국물은 정말 진국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더 마음에 들었던 건 국물에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상태로 손님 상에 제공한 뒤, 손님들 각자 취향껏 소금과 매운 양념장, 후추, 대파, 청양고추 등을 넣어 입맛대로 세팅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거였다.


덕분에 얼큰한 걸 매우 좋아하는 내 경우 소금으로 대략 간을 맞춘 뒤 매운 양념장을 때려넣고, 그 위에 후추와 대파, 청양고추를 듬뿍 투하해 취향껏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밥보다는 국수를 좋아하는 아내는 셀프 리필코너에서 무제한 제공되는 국수사리를 무려 6개나 넣어 사리곰탕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육전까지 같이 먹어 치우느라 덕분에 밥은 반너머 남기고야 말긴 했지만.


개암곰탕이 더더욱 마음에 들었던 건 감칠맛 나는 <존맛> 석박지 덕분이었다. 곰탕이 아무리 맛있어도 그 소울메이트나 다름없는 석박지가 맛 없으면 그 집은 맛집이 아니라는 게 평소 내 지론인데, 이 집은 리필까지 듬뿍 해서 한 접시를 더 먹었을 만큼 <존맛> 석박지를 보유하고 있었다. 석박지 때문에 좀 과식을 했단 느낌이 들 정도였다. 내가 하도 맛있어 하자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는 "포장해서 좀 사갖고 갈까요?" 하고 물어오기도 했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존맛>에다가 매일 아침 직접 곰탕을 끓여낼 정도로 부지런하고 성실하기까지 한데, 여기 더해 고객중심 운영철학까지 갖추고 있어 더더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어느날 문득 곰탕이 땡겨 찾아온 손님들이 헛걸음 하는 일이 없도록 연중무휴로 가게 문을 여는 데다가, 영업시간도 아침밥 시간인 오전 7시부터 시작해 전날 과음을 했다거나 해서 해장이 필요한 손님들에게 안성맞춤이란 얘기 되시겠다.





맛나고 배부르게 식사를 마쳤다면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백제 천년고찰 개암사>를 둘러볼 것을 추천드린다. 백제 멸망의 슬픔과 개암죽염의 역사를 간직한 유서깊은 사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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