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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n 19. 2023

<존맛>이라 싫어하는 맛집 <동락가든>

밥이 국물을 부르고 국물이 밥을 부르는 수제비 어탕


벌써 10년 이상 단골로 드나들고 있는 <동락가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맛집이자 가장 싫어하는 맛집이다.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히 맛이 있어서고, 싫어하는 이유는 이곳에만 가면 항상 과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빠가사리 매운탕과 닭백숙 등 많은 인기 메뉴가 있지만, 이 집에 가면 내가 선택하는 메뉴는 100% <수제비 어탕>이다. 오랜 세월 들락거리며 눈동냥한 경험에 따르면 이곳 동락가든을 찾는 사람들 중 최소 70~80% 이상은 이 메뉴를 선택하지 싶다.


문제는 이 수제비 어탕이란 녀석이 아주 매우 많이 <존맛>이라는 거다. 그 맛에 취해 열심히 먹다 보면 밥이 국물을 부르고, 국물이 다시 밥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 국물에 수제비를 비롯한 각종 건더기들이 함께 딸려오게 마련이고, 그것들을 열심히 먹다 보면 어느덧 평소 식사량의 1.5배 내지 2배 정도를 먹어버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들의 경우 좀 배가 부르다 싶으면 '개들도 먹고 살아야짓!'(요즘 개들은 남은 음식 따위로 구차하게 연명하지 않는다는 거 나도 잘 안다. 그냥 <라떼>를 잊지 못하는 아재개그 정도로 이해해주기 바란다) 하며 남길텐데, 이 집 수제비 어탕은 바닥까지 닥닥 긁어 밥에다 비벼 먹게 만드는 못된 마력이 있다. 과식을 안 할래야 안 할 도리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평소 식사량을 크게 넘겨 과식을 한 상황에서 후식으로 <존맛> 누룽지가 또 나온다는 거다. 내 경우 배가 더부룩할 정도로 부른 걸 아주 매우 많이 싫어하는 터라 평소 같으면 안 먹는게 정상인데, 다른 곳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고소한 맛을 가진 누룽지라 또 꾸역꾸역 먹게 된다. "오 마이 갓!"이다.



내 최애 음식 중 하나인 동락가든 수제비 어탕은 메기 등 민물고기 맨살을 발라내 시래기, 새우, 수제비 등을 넣고 끓여내 국물 맛이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게 특징이다. 손으로 직접 뜬 수제비가 첨가돼 국물에 전분이 녹아서인 듯 끈적하게 혀에 감기는 편인데, 맑은 탕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수제비 어탕보단 메기매운탕이나 빠가탕을 선택하기도 한다.


밥을 다 먹고 식당 문을 나설 때 나처럼 너무 과식했다 하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은 바로 앞에 있는 300년 된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 잠시 쉬거나 고산천 산책로를 따라 좀 걷는 것도 좋다. 강 주변으로 탁 트인 풍경을 즐기며 이름 모를 들꽃들과 풀꽃들 향기에 취해 쉬거나 걷다 보면 배도 부르겠다, 세상 행복한 여행이 따로 없다.



동락가든은 전북 완주군 고산면 끝자락 고산천 천변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엔 슈퍼마켓을 겸했던 듯 <동락가든슈퍼>란 상호를 사용해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기도 했었다. 지금은 손님들이 너무 많아 슈퍼마켓 같은 건 겸업할 짬조차 없어 그런 상호를 썼었다는 사실은 오랜 단골들만 아는 비밀 아닌 비밀이다.


한 가지 단점은 주차장이 따로 없다는 거다. 예전처럼 별로 알려지지 않은 슈퍼마켓 겸 식당이었다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아무런 문제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밥 때면 대기줄이 생길 만큼 사람들이 몰려들기 때문에 주차 문제가 쉽지 않다. 이 식당을 찾는 손님들 외엔 별로 이용자가 없는 식당 앞 천변길 주변에 적당히 주차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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