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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25. 2023

6000원 국수값이 감동인 전주 <여만국수>

가격보단 학생들 배불리 먹이는데 집중




전북대 맛집으로 널리 알려진 '여만국수'에 처음 간 손님들은 두 번 놀란다. 첫 번째는 그 일견 허름해 보이는 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놀라고, 두 번째는 대-중-소 그릇 크기에 관계없이 국수값이 6000원으로 동일하다는 데서 놀란다.


나 역시 그러했다. 광복절 공휴일을 맞아 전북대 학생들 역시 등교를 안 할 거란 잔머리 아래 한가할 거라 예상하고 갔는데, 천만뜻밖에도 빈 좌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게 안이 북적이고 있었다. 심지어 내가 들어간 바로 다음 손님부터는 자리가 없어 줄까지 서야 했다. 놀라웠다.



대-중-소 국수그릇 크기에 상관없이 국수값이 6000원이라는 사실도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한 그릇 값에 무한리필해주는 국수집도 있긴 했지만, 양이 두 배 정도는 차이나지 싶은 음식을 같은 값에 파는 경우는 본 적이 없어서다.


양이 적은 사람 입장에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을텐데, 왜 이런 불합리한 가격 정책을 고수하는 걸까 궁금했다. 그 답을 나는 "거기 밥솥 열어보면 흑임자 죽 있으니까 양껏 드세요" 하는 사장님의 친절한 한 마디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양이 적은 사람 불만보다는 양이 많은 사람들이 느낄 부족함에 가격 정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거다.


특히나 여만국수는 전북대 맛집이란 수식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인근 대학교 학생들을 주요 고객으로 삼아오고 있는 대학가 음식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학생들 호주머니 사정이란 건 가벼운 경우가 대부분이고, 반면 뱃골들은 커서 늘 허기에 시달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 친구들이 왔을 때, 한 끼 든든하게 잘 먹여서 보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니 국수 대짜라 해서 가격을 더 받을 순 없었을 거고, 국수로 부족한 친구는 죽이라도 더 먹여야겠단 생각을 했을 터였다. 대-중-소 관계없이 6000원이라는 국수값이 비로소 이해되면서 사장님의 그 따뜻한 마음씨에 작은 감동이 밀려왔다.


그런저런 생각 끝에 나는 국수집의 본질인 국수맛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사람은 둘이었지만, 이 집 시그니처 메뉴인 열무국수를 비롯해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골고루 하나씩 시켜봤다. 배가 빵빵하게 부른 거보단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양은 모두 <소짜>로 주문했다.



그래 놓고는 살짝 후회를 했다. 혹시 소짜라는 게 어린아이들 용으로 나오는 두어 젓가락 뜨면 없는 양이 아닐까 걱정돼서다. 비록 양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어린아이들용 한 그릇 반씩으로는 배가 고플 거 같았던 거다. 다행히 소짜 양은 그리 적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비빔국수는 3분의1쯤 남긴 채 젓가락을 내려놔야 했지만.


소문난 맛집답게 맛은 아주 좋았다. 잔치국수는 국물맛이 진하면서 목넘김이 아주 부드러웠고, 비빔국수는 담큼하면서 감칠맛이 느껴지는 게 혀에 착 감기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집 시그니처 메뉴이자 한 방송에 소개돼 사장님에게 <달인>이란 명예를 안겨준 열무국수는 국물맛이 알싸하면서 사각사각 씹히는 열무김치 맛이 일품이었다.


이 집 열무국수를 먹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도 하나 있다. 열무라는 재료가 비타민 A와 C, 무기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데다가 여름철 더위를 식혀주는 효능이 있는 채소여서 보양식이라고까지 불리운다는 거였다. 가볍게 국수로 한 끼 때운다고 생각하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여름나기에 좋은 보양식 한 그릇을 제대로 챙겨먹은 거였다.


짜장면집에 가서 짜장 먹을까 짬뽕 먹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국수집에서도 비빔 먹을까 잔치 먹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여만국수는 비빔국수를 시킨 사람에겐 잔치국수 한 종지를, 잔치국수를 시킨 사람에겐 비빔국수 한 종지를 맛보기 서비스로 내주고 있다. 둘 다 맛보고 싶어 고민인 사람들이 있다면 여만국수집에서만큼은 그 고민을 내려놓으라는 말씀 되시겠다.


전북대 맛집 여만국수는 월~토요일까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한다. 매주 일요일은 휴무이며, 전용 주차장은 따로 없으므로 인근 주택가 골목이나 덕진광장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여만국수 #전북대맛집여만국수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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