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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17. 2023

간판은 없지만 맛은 있는 <간판없는 짜장면집>


<간판없는 짜장면집>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난 귀가 번쩍했다. 이름부터 벌써 맛있는 냄새가 <스멜스멜> 풍기는 느낌이 들어서다. 더군다나 그 메뉴라는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몇 손가락 안에 꼽는 짜장면이라는 데야 귀가 번쩍할 수밖에.


<간판없는>이라는 이름에서 재야의 숨은 고수 이미지가 떠올라서 더더욱 귀가 솔깃했던 거같다. 왠지 가보면 주방에서 수타면 고수가 밀가루 반죽을 탕탕 두들기며 마법 같은 면 만들기 쇼를 펼치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군만두나 탕수육 같은 부대메뉴가 전혀 없다는 지인의 설명도 이같은 내 상상을 더 부채질했다. 원래 진짜배기 고수는 일거수일투족에 군더더기가 없는 법이니까.(아쉽게도 주방은 들여다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였을 거다. 지인이 "언제 간판없는 짜장면집 가서 밥 한 번 먹읍시다"라고 얘기했을 때 난 단박에 싫다고 거절했다. 기약없는 <언제 >말고 내일이라도 당장 가서 먹자고 들이댔다. 맛 있는 건 아끼다 변 되기 전에 어서 빨리 먹어둬야 한다는 게 내 철학이니까.


그렇게 지인을 재촉해 그 이름조차 맛깔스런 <간판없는 짜장면집>을 방문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짜장면 한 그릇 먹으러 가기엔 다소 멀다 싶은 30km 거리를 달려가야 했지만,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 멀다는 생각조차 전혀 들지 않았다.


맛집임을 감안해 지루한 웨이팅을 피하기 위해 약속 시간은 11시30분으로 잡았다. 그동안의 경험에 비춰보면 맛집들은 12시에 갈 경우 웨이팅 행렬이 너무 길어 30분 이상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웬걸, 도착해보니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은 이미 만석이었다. 주차장 인근에 마침 빈 공간이 하나 있어 내가 차를 주차하는 사이에만 3~4대의 차들이 주차장 입구에서 얼쩡거릴 정도였다. 


그 중엔 허리가 걸음조차 불편해 보이는 허리 구부정하신 노모를 모시고 온 가족들도 보였다. 아마도 어머니를 위해 가족들이 모처럼 큰 맘 먹고 함께 외식에 나선 듯 싶었다 . 도대체 짜장면 맛이 어떻길래 이 시골 구석  허름한 짜장면 집에 이렇듯 사람들이 바글바글 몰려드는 걸까 정말 궁금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집 짜장면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좀 갈리겠단 생각이 들었다. 고기를 넣지 않고 감자 등 야채로 맛을 살린 덕분에 평소 고기를 즐겨먹지 않는 나 같은 사람 입맛엔 딱이었다. 고기가 안 들어가니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한 맛이 빠져 한결 담백하게 느껴지는 게 특히 좋았다.


함께 간 지인 역시 "느끼하지 않은 담백한 맛도 좋고, 잡다한 조미료 맛이 안 나 속이 편안한 느낌"이라고 칭찬했다. 건강한 맛이 느껴진다며 "이 집 짜장면이라면 곱배기도 먹을 수 있을 거 같다"고까지 말했다. 양이 많지 않은 편인 데다가 음식물 쓰레기 남기는 걸 싫어해 곱배기 같은 건 평생 먹어본 적 없는 그로서는 그야말로 최고의 칭찬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미료맛 강하고 자극적인 짜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별로라고 느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밥 먹을 때 상에 고기가 없으면 젓가락 갈 곳을 못 찾아 방황하는 사람들 역시 고기 한 점 없는 낯선 짜장면에 좀 당황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반면 나처럼 어린 시절 먹었던 짜장면 맛이 입에 붙어있는 <으르신> 취향 입맛 가진 사람들, 일반 짜장면은 느끼해서 싫다는 담백한 입맛 취향을 가진 사람들, 달달한 맛보다는 짜장 본연의 짭쪼름한 맛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발품을 팔아볼 만한 맛집이다.


영업시간은 월~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며, 일요일은 휴무다.


노파심 삼아 이 리뷰는 백퍼 내돈내산 내 주관적인 느낌을 밝힌다. 따라서 한 가지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은 <세상 어디에도 백 사람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맛집은 없다>는 거다. 내게는 맛있는 집이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건 누구 입맛이 맞거나 틀린 게 아니라 서로의 입맛이 다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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