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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24. 2023

냉면이나 먹으라는 청국장 맛집 <옴팡집>





"이 더운 날, 냉면이나 먹으러들 가지 뭐덜러 뜨건 청국장찌개는 먹겠다고 이래 오셨소?"

단 한 차례 방문 만에 아내와 나의 최애 단골집 중 하나가 돼버린 전주 '옴팡집' 두 번째 방문날, 우리가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할아버지 사장님은 툴툴거리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르는 베이비가 들으면 '이놈의 할아버지가 장사가 너무 잘 돼 배가 부르셨나?' 하는 오해하기 딱 좋은 말투다. 언뜻 잘못 들으면 손님을 나무라거나, 심하게는 냉면집으로 가버리라는 축객령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오해는 절대 금물이다. 앞뒤 맥락을 잘 따져 들으면 이는 할아버지 사장님의 <손님을 위하는 마음>이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전날 점심 무렵, 35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더위 아래 일부 손님들의 경우 1시간 반이나 줄서서 기다린 끝에 겨우 밥을 먹고 돌아갔다는 하소연 끝에 나온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님들을 고생시키는 게 당최 미안해 죽겠다는 거였다.



"오늘도 봐봐요, 아직 11시도 안 됐는데 벌써 자리가 꽉 찼잖아요. 환장할 일이여 정말!"

손님이 너무 많은 게 불만이라는 듯 할아버지 사장님은 또 한 마디를 더 덧붙이셨다. 전날 땡볕 아래 1시간 반이나 기다렸다 밥 먹고 간 손님들이 계속 눈에 밟혀 죽겄는데, 오픈 시간도 되기 전에 자리가 꽉 찬 걸 보노라니 한숨만 나온다는 거였다. 손님들이 계속 찾아주는 건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걸 보면 <너무 너무 너무> 미안하고 마음이 안 좋으시단다.



그래서였을 거다. 일주일여 전 갔을 때까지만 해도 안 보이던 파라솔 2개가 식당 입구에 떡하니 서있길래 웬거냐 여쭈니 할아버지 사장님은 "뜨거운 데서 기다리는 손님들한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부랴부랴 설치했소"라고 답하셨다. 얼마나 미안하고, 얼마나 손님들 생각하는 마음이 컸으면 식당 얼굴이나 다름없는 간판 가려지는 것도 마다않고 그렇게 입구에 파라솔들을 설치했을까 싶었다.



<존맛>인 청국장 맛도 맛이지만, 순간 그런 손님을 위하는 지극한 마음이 있기에 옴팡집이 이토록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구나 싶었다. 폭염 아래 길게 줄지어 기다리는 손님들 모습을 안타까워 하는 마음, 날도 더운데 그렇게 줄서서 기다릴게 아니라 어디 시원한 냉면집에라도 가시지 그러냐는 장사꾼답지 않은 마음, 그래봐야 대여섯 사람 머리나 겨우 가려줄 수 있을 테지만 기어코 파라솔을 갖다 문 앞에 세워두는 마음들이 모여 청국장보다 더 진한 구수한 향기를 식당 가득히 피워내는 거였다.



그러니 그 청국장 맛이 구수하지 않을 도리가 없고, 그러니 그 달달한 <마음 양념>에 한 번 더 버모려뎌 반찬 하나하나가 <존맛>일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 맛이 그립고 그리워서 나같은 손님들은 찾고 또 찾을 수밖에 없게 되는 거였다. 그런 끌림을 가진 집이었다, 요상한 전주 청국장 맛집 옴팡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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