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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27. 2023

요상한 전주 맛집 <옴팡집>

점심시간 맞춰가면 밥 얻어먹기 힘든 맛집





한 '소문'이 있었다. 맛의 고장 전주 어느 구석에 '요상한' 식당 하나가 숨어 있다는... 그 식당은 오전 11시쯤 밥을 팔기 시작하는데, 두 시간도 채 안돼 재료가 다 떨어졌다며 문을 닫기 일쑤라고 했다. 참 요상한 식당도 다 있다고 모두들 말이 많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주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즐겨찾는 유명 관광지인 덕진공원 턱밑에서 장사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말엔 간 크게도 문을 닫기까지 한다는 소문이었다. 대한민국에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지 좀 되긴 했지만, 도대체가 장사를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이렇게나 워라밸에 충실한 식당은 또 처음 본다고 단골들은 혀를 내둘렀다.



전주시 덕진동1가 덕진공원 후문 쪽에 자리잡은 <옛날옴팡집> 얘기다. 주인 할머니가 끓여내는 청국장찌개 백반이 '옴팡지게' 맛있어 부러서 손님들이 줄을 선다는 바로 그 집이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오전 11시30분부터 영업을 시작한다 나오지만, 11시 이전부터 벌써 손님들이 앞을 다퉈 몰려와 경쟁적으로 밥을 먹는다는 그 집이기도 하다.



입에서 입으로 은밀히 소문난 맛집인 만큼 이 더운날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고생은 기본이라고 치자. 하지만 조금이라도 늑장을 부렸다가는 모처럼 맘 먹고 찾아갔다가 자칫 밥도 못 얻어먹고 돌아나와야 하는 불상사도 종종 생긴다는 게 문제였다. 장사꾼이면 장사꾼답게 한 그릇이라도 더 팔려 노력해도 부족할 판에 이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가 싶다.



사장님 내외의 영업방침이 '재료가 떨어지면 그날 장사는 그걸로 끝'이어서 그렇다. 전주 콩나물국밥 업계의 전설로까지 일컬어지는 <삼백집> 할머니께서 그 옛날 하루 300그릇을 팔고 나면 그 시간 부로 장사를 끝냈다는 전설 이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영업 방식이다. 하다 못해 오후 1시 혹은 2시 하는 식으로 어려운 발걸음 해주시는 손님들 헷갈리지 않게 시간이라도 정해줄 것이지, 재료가 떨어지면 영업 끝이라니...



단골들 말에 따르면 그 <밥줄> 끊어지는 컷오프 시간은 대략 12시 전후쯤 되는 듯하다. 그러니까 나름 서두른다고 서둘러 일반 직장인 점심시간인 12시보다 30분이나 이른 11시30분쯤 줄을 선다 하더라도 대기 인원이 너~~~무 많아 컷오프 시간인 12시 넘어서야 겨우 입장 차례가 돌아왔다면 재료가 다 떨어져 정말 부득이하게 밥을 못 먹는 수도 생긴다는 얘기 되시겠다.



하지만 이 입장 시간 문제만 잘 해결하면 나머지는 만사 오케이다. 식당 안에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는 손님 입장에선 더 이상 신경쓸 일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메뉴라고 해봐야 <청국장찌개 백반> 하나 밖에 없으니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할 여지도, 선택할 필요도 없다. 그저 얌전히 자리에 앉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다만 한 가지, 사장님이 너무 바빠 새 손님 등장을 놓칠 수도 있으니까 살포시 여기 이 자리에 누군가 새로 들어왔노라 귀뜸하듯 살짝 알리기만 하면 된다.



그 다음부턴 그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때가 돼 음식이 나오면 천천히 그 맛을 누리고 즐기면 그만이다. 서빙을 주로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사장님이 하시기 때문에 기다릴 땐 여유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월급쟁이들처럼 주말 쉴 거 다 쉬어가며, 재료 떨어지면 곧바로 그날 장사 끝내는 영업 스타일로 미루어 봤을 때 사실 손님놈이 아무리 빨리 달라 독촉해봐야 뭐가 달라지진 않을 거니까.



여기까지 미션을 잘 완수하고 참을성 있게 잘 기다렸다면 남은 건 맛나게 음식을 즐기는 것뿐이다. 메인 메뉴인 청국장찌개는 둘이 먹다가 셋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구수하고 맛나다는 얘기나, 곁들여 나오는 김치찌개는 묵은지의 깊은 맛이 배어있어 청국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남들 얘기 따윈 굳이 신경쓸 필요도 없다. 그런 부연설명 없어도 직접 먹어보면 알고, 목구멍으로 삼켜보면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남들 얘기 신경 쓸 시간에 한 숟가락이라도 더 떠먹으면 그게 남는 거다.



<옛날옴팡집>은 주차장이 따로 없다. 아예 그 앞으로는 차가 들어갈 수도 없는 차량통행 금지구역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덕진공원 후문 주차장에 주차한 뒤 100미터가 채 안 되는 거리만 걸으면 되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밥줄>이 끊어지는 컷오프 시간만 주의하면 된다. 모처럼 맘 먹고 찾아갔는데, 재료가 다 소진돼 그 맛난 청국장찌개 맛도 못 보고 돌아오면 많이 억울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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