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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09. 2023

정치인 출입금지 이색 맛집 전주 <이연국수>


전주 모처에 정치인은 출입을 금한다는 영업방침을 표방하는 재밌는 국수집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짐작컨대 '정치 얘기를 하면 밥맛이 떨어지므로 우리 집에서 국수 먹는 손님들이 맛있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정치 얘기 발원지인 정치인 출입을 금지시켜야겠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이유야 어쨌건 간에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재밌는 발상이었다.



이 국수집은 또 인테리어나 간판 따위 겉보기엔 일절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것들은 보기만 좋을뿐 음식의 맛과 질에는 하등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재료의 고급화를 위해선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는 게 이 집 영업방침이라고 했다.



전주시 인후동에서 몇십 년째 한결같은 모습으로 영업 중인 <이연국수>가 그 주인공이다. 과거 <이조국수>란 이름으로 영업을 하다가 <이조>라는 단어에 담긴 부정적 역사의식이 못마땅해 과감히 이름마저 바꿨다. 내 첫 느낌은 궁금하다는 거였다. 도대체 어떤 집이길래 정치인을 출입 금지시키느니, 겉보기 따위엔 투자를 안 하느니 건방을 떠는가 싶어서였다. 언젠가부터 유행하는 노이즈 마케팅을 이용한 장삿속 아닌가 하는 생각도 언뜻 들었다.


래서 찾아가 봤는데, 과연 소문대로 내부 인테리어 같은 건 신경 안 쓰는 느낌이 역력했다. '정치인은 출입을 금지한다' 등 안내문 비스무리한 것들이 여기저기 걸려있는 걸 빼면 정말 단촐하고 소탈했다. 심지어 음식메뉴 안내판조차 하얀 종이 위에 손으로 직접 써서 붙여놨을 정도다. 그 흔해빠진 수저통도 이곳에선 레스토랑용 무릎덮개를 연상케 하는 빨간 보가 대신하고 있었다. 겉보기는 과연 소문대로구나 싶었다.



그렇다면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궁금했다. 대표 메뉴인 멸치국수 기본에 1천원만 추가하면 먹을 수 있는 비빔국수를 추가해 먹어봤는데, 식당 인테리어와 마찬가지로 국수 역시 별로 꾸미지 않은 느낌이었다. 호박과 당근 쪼금 썰어넣고 고추가루를 약간 뿌린 외엔 눈에 띄는 게 없었다. 하지만 그 국물맛은 개운하고도 깔끔했다. 조미료를 쓰지 않은 건강한 맛이라고나 할까.


국수 면발도 다른 집 국수들에 비해 식감이 매우 부드러웠다. 그 비결을 물어보니 <이연국수>만의 면발을 만들기 위해 사장님이 전국 방방곡곡 국수공장들을 찾아 다닌 끝에 가장 적합한 곳 하나를 찾아, 자신이 원하는 밀가루 농도와 염도, 반죽시간까지 까탈스럽게 주문해 만들어 온다고 했다. 그걸 또 6개월 가량 숙성시켜 좀 더 깊은 맛을 이끌어 낸다고 했다.


비빔국수는 이 같은 맛있는 면발을 토대로 비법 양념고추장과 송송 썬 오이 고명을 얹어 멸치국수와는 또 다른 먹는 맛을 선사한다.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좀 더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멸치국수보단 비빔국수 쪽을 더 선호할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내부 인테리어 같은 겉보기에 신경을 안 쓴다는 장사철학 때문에 혹 위생이 불결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일부러 돈 들여 꾸지미 않을뿐 위생에 대한 사장님 철학이나 자신감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영국 여왕이 식사하러 오셔도 위생검사 통과할 자신이 있으며, 김치와 된장, 간장 모두 직접 만든 거여서 위생상태 99.9%를 확신한다"는 거다.


<이연국수>는 전북대병원 정문 맞은편 견훤왕궁로 골목 안쪽에 자리잡고 있다.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하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하는 안심식당이니 안심하고 식사를 해도 좋은 곳이다. 이상 백퍼 <내돈내산> 맛집 후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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