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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05. 2023

초딩 입맛 사로잡은 <메기어탕>은 도대체 어떤 맛일까?


백궁가든을 내가 처음 알게 된 건 직장 후배 녀석을 통해서였다. 녀석이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단골집이었다"고 소개를 하는 바람에 호기심이 생겨 쫓아간 곳이었다. 시그니처 메뉴이자 녀석이 자주 먹었다는 메뉴가 얼큰한 <메기어탕>이었는데, 도대체 어떤 맛이길래 초등학생 입맛을 사로잡은 걸까 궁금했다.


뚝배기에 담아 팔팔 끓여 내온 메기어탕을 일단 한 숟갈 떠먹어봤다. 순간 '그렇게 안 봤는데 이 녀석, 어릴 때부터 완전 <으른> 입맛이었구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소주 한 잔이 절로 생각나게 만드는 얼큰함에 진한 국물맛이 더해진 진짜배기 메기어탕이어서다. '후배 녀석 덕분에 정말 괜찮은 숨은 맛집 하나 찾았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후배 녀석은 이 음식점 인근 초등학교를 다녔으며, 축구선수 생활을 했었다. 마침 같은 축구부 친구 중에 이 백궁가든 사장님 아들이 있었고, 그 인연으로 출출할 때면 어슬렁어슬렁 그곳에 찾아가 메기어탕 한 뚝배기씩 얻어먹곤 했다. 메기가 대표적인 몸보신 음식 중 하나인 만큼 운동하는 사람들 보양식으로 그만이었던 이유도 있었을 거다.


아기를 낳은 산모 건강을 위해 푹 고아 먹였을 정도로 메기는 사람 몸에 좋은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그래서 그런지 메기를 곱게 갈아 일일이 가시를 제거한 뒤 시래기 등 각종 채소류와 함께 푹 끓여낸 메기어탕 한 그릇을 비우고 나자 몸이 개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먹자마자 즉효가 날 리는 만무하니 메기탕을 먹었단 생각에 괜히 드는 플래시보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배가 찬 뒤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자 식당 안을 휘휘 둘러봤는데, 그 맛에 놀란데 이어 나는 또 한 번 놀라고 말았다. 요즘 좀 괜찮다 싶은 식당에 가면 보통 2~3개씩은 붙어있는 <방송국 출연 맛집> 어쩌구 하는 홍보물이 단 한 개도 안 걸려 있어서다. 1991년 개업했다고 하니 30년 이상 된 집인데, 이 정도 맛집이 그 오랜 세월동안 단 한번도 <방송국 놈들>에게 포착 안 됐다는 게 놀라웠다.


후배 녀석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둔 뒤 사회에 나와서도 틈만 나면 이 음식점을 찾곤 한단다. 초등학생 때부터 입맛을 들여버린 그 맛을 잊을 수 없어서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동료나 선후배들에게 자신이 흠뻑 반한 이 집 메기어탕 맛을 한번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했다.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그 은혜를 입었으니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0년 이상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사장님을 위해선 이 집이 <대박>이란 게 좀 났음 좋겠지만, 나 같은 단골 입장에선 솔직히 대박은 말고 그냥 <중박> 정도만 났으면 좋겠다. 나도 쫌 먹고 살아야 하니까... 지금도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점심시간엔 빈자리 찾기가 힘들 정도이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지금처럼 <예약하면 먹고 싶을 때 밥 한 번 먹을 수 있을 만큼만> 흥했으면 하는 욕심이다.   




며칠 전 지인 한 분을 모시고 이 집에 간 적이 있다. 연배도 좀 있고, 나름 전북지역 맛집이라면 다닐 만큼 다녀본 사람이다. 그런데 이 양반 식사를 마친 뒤 식당문 나서기가 무섭게 대뜸 돌아서서 사진부터 찍으셨다. "이 식당 처음이세요?" 하고 물으니 그렇단다. 아무래도 이 집 단골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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