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11. 2024

국밥에 고기를 말아주는 수육집, 정읍 <이레식당>

시그니처메뉴 소머리곰탕



아내도 그렇지만 나 역시 백종원이라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그 전부터 동네 아저씨 같은 푸근한 느낌 때문에 좋아했었지만, TV프로그램 <골목식당> 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한층 좋아졌다.


<님아 그 시장을 가오>라는 백종원 유튜브를 즐겨보기 시작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냄새나는 과장된 리뷰들이 많아서 SNS나 유튜브 맛집 소개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백종원이 소개하는 맛집들은 아주 매우 많이 신뢰가 가서 거리가 멀더라도 한번씩 달려가는 이유다.



전북 정읍에 있는 이레소머리곰탕도 거의 전적으로 백종원 때문에 가보게 된 맛집이다. 곰탕에 들어가는 고기가 너무 푸짐하다며 "이 집은 곰탕집이 아니라 국물에 고기를 말아주는 수육집으로 이름 바꿔야겠다"는 농담을 곁들여 후루룩 쩝쩝 너무너무 맛있게 먹는 모습이 아내와 나의 침샘을 자극했던 거다.


그 결과 전주 우리집에서 거의 왕복 100km는 되는 먼 거리를 소머리곰탕 한 그릇 먹으러 기어코 달려가게 만들고야 말았다.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그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로 집 가까운 곳에서 소머리곰탕 곱배기, 아니 두 그릇을 시켜먹어도 오히려 그 편이 더 싸게 먹힐 테지만, 세상 일이 그렇게 계산적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니까.


소머리곰탕 동생쯤 되는 인기메뉴 설렁탕


그래서 맛은 어땠냐고? 예상하고 기대했던 대로 아주 매우 많이 맛있었다. <님아 그 시장을 가오> 유튜브에서 봤던 것처럼 고기는 '국물에 고기를 말아주는 수육집'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아주 푸짐했고, 무슨 비법으로 어떻게 끓여냈는 지는 몰라도 국물맛 또한 잡내 하나 없이 매우 깔끔하면서도 진하고 깊었다.


다른 음식점들과는 달리 군대밥을 연상케 하는 식판에 담겨나온 밑반찬들 역시 사장님 손맛이 워낙 좋은 까닭인지 한결같이 맛있었다. 그 중에서도 부추무침은 절로 리필을 부르는 <존맛>이었는데, 사람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인 듯 셀프반찬 코너로 3번째 리필을 하러 갔을 땐 유독 이 친구만 품절 사태를 빚고 있었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함께 나온 깎두기 등이 맛이 떨어졌단 얘기는 절대, 결단코 아니다.



덕분에 국밥을 먹는 건지 수육을 먹는 건지 좀 헷갈릴 정도로 열심히 양념장에 고기를 찍어먹느라 손이 바빴는데, 그 바쁜 와중에도 국물맛 역시 포기가 안돼 둘 사이를 오가느라 더더욱 바빴다는 건 안 비밀이다. 그래봐야 소머리곰탕 아니겠냐며 <자낳괴>식 과장된 리뷰를 의심하는 분들도 분명 있을 텐데, <백문이 불여일먹>이라 했으니 기회되면 직접 한번 먹어보고 그런 말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시그니처 메뉴인 소머리곰탕은 물론 밑반찬들까지 두루 맛있었지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백종원 유튜브 방송 이후 손님들이 폭증한 탓이라 판단되긴 했지만, 직원들의 손님 응대가 다소 미흡하게 느껴졌다는 게 그것이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손님을 응대하는 기본기가 좀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다고나 할까.


원래는 가운데 칸에 수육 메뉴가 있었는데, 소머리곰탕에 고기가 너무 많이 들어가다 보니 시키는 사람이 없어 용도폐기됐단다.



예를 들어 이미 대기 손님이 많은 상황에서 뒤늦게 자리를 잡은 다른 손님이 주문을 위해 직원을 부르기라도 할라치면 "아직 주문할 차례 아니니까 좀 기다려주세요" 하고 답하는 태도가 특히 그랬다. 손님 입장에선 마치 '나도 바빠 죽겠으니까 잠자코 좀 기다렷!' 하고 직원이 짜증을 내는 걸로 오해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다.


한정된 서빙 인력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라면 차라리 다음 손님 입장을 잠시 중지시킨다든가, 주문 응대에 맨아워를 너무 많이 뺏긴다 싶으면 테이블오더 시스템을 도입한다든가 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제주 연돈 등 대기 손님들이 백미터 이상 길게 줄을 늘어서는 유명식당들도 그런 식의 개선을 통해 손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는 만큼, 그보단 여유로운 편인 정읍 이레소머리곰탕 규모 음식점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위기의 다른 이름은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잘 극복하면 좋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반대로 기회의 다른 이름이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정읍 이레소머리곰탕처럼 백종원이라는 유명 인플루언서 덕분에 갑자기 손님이 많아진 케이스는 일종의 큰 기회를 잡았다 할 수 있는데, 이걸 잘 살리지 못하면 오히려 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금 당장이야 유튜브 방송 효과로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어 감당이 힘들 만큼 장사가 잘 되고 있지만, 바빠 죽겠다는 이유로 음식맛에 소홀해진다든가 서비스 마인드까지 국밥에 말아 먹어 버리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세계 탑클래스로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인터넷 파워는 한순간에 신데렐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정읍 이레소머리곰탕이 꾸준한 맛과 한층 버전업 된 서비스로 재무장해 모처럼 찾아온 좋은 기회를 잘 살리고, 기존 단골 고객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먼 길 무릅쓰고 달려오는 수많은 맛객들이 오래도록 즐겨 찾을 수 있는 가성비 맛집으로 자리매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상 내돈내산 내돈내먹 솔직한 이용 후기 되시겠다.


정읍 이레소머리곰탕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하며, 매주 일요일은 정기휴무다. 주차장은 따로 없으나 주변 골목길 여기저기에 주차할 공간이 있으니까 눈치껏, 요령껏 주차를 하면 된다.



#이레소머리곰탕 #정읍곰탕맛집 #백종원정읍맛집 #님아그시장을가오맛집 #정읍가볼만한곳 #정읍가성비맛집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갤럭시폰카

이전 12화 허름한 외모에 속으면 후회할 전주맛집 <동해바다처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