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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04. 2024

허름한 외모에 속으면 후회할 전주맛집 <동해바다처럼>




전주 아중리에 위치한 숨은 맛집 <동해바다처럼>을 알게 된 순간 나는 엉뚱하게도 중국소설 <삼국지>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복룡(伏龍)'이란 별명을 가진 제갈공명과 더불어 천하 제일의 책략가로 손꼽히던 '봉추(鳳雛. 봉황의 새끼)' 방통이 유비를 찾아갔다가 그 못생긴 외모와 불손한 태도로 인해 지방 작은 고을 현령으로 내쳐지는 장면이 그것이다.


자신의 능력을 몰라보고 작은 고을 현령으로 내쳐버린 처사에 화가 난 방통은 몇 달 동안 공무는 도외시한 채 술만 퍼마셨다. 이 소문을 들은 유비는 아우 장비를 보내 혼내주려고 했다. 그러나 방통은 험상궂은 장비가 공무를 도외시한 까닭을 따져묻기가 무섭게 코웃음을 날리며 앉은 자리에서 몇 달치 업무를 일사천리로 처리해 버렸다. 그 짧은 시간 내에 내린 처결 하나, 판결 하나가 판관 포청청 찜쪄먹을 수준이었다고 한다.



문과와는 거리가 먼 천생 무관이었지만, 이를 보며 장비는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작은 고을 현령 따위를 시켜선 안 될 사람을 잘못 대접했다 싶어 그 자리에서 유비에게 방통을 중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때마침 지방순시를 갔다가 돌아와 이같은 소식을 접한 제갈공명은 크게 탄식하며 "하늘같은 큰 새를 작은 조롱에 넣어두면 갑갑해서 죽는 법"이라며 못생긴 외모만 보고 큰 인재를 내친 유비에게 쓴소리를 고했다.


아중리 <동해바다처럼>은 비유컨대 이 삼국지에 나오는 방통 같은 맛집이다. 겉보기에는 전혀 맛집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허름하기 그지없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속이 꽉 찬 방통처럼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알짜배기다. 다른 음식점에선 구색 맞추기 혹은 가짓수 늘리기로 내놓기 쉬운 밑반찬 하나하나마다 다 깊은 손맛이 깃들어 있어 접시깨기 류의 먹는 즐거움을 안겨준다고나 할까.



이 집 음식의 핵심인 자연산 회는 이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이 가장 선호하는 가성비 넘치는 시그니처 메뉴다. 들리는 얘기로는 낚시 매니아인 이집 사장님이 직접 잡아온 고기들로 회를 떠서 손님들에게 내놓고 있다는 썰도 있는데, 바닷가 횟집도 아닌 전주 도심에서 낚시질로 횟집 물량을 댄다는 건 좀 무리지 싶다. 어쩌다 한번이라면 몰라도 매일매일 영업하는 횟집인 데다가 테이블 수도 제법 되고, 손으로 직접 써 벽에 붙여놓은 예약 리스트를 보면 단골 손님들도 적지 않음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런 판단이 든다.



낚시로 잡아오건 어쨌건 자연산 회를 가성비 좋게 제공해 준다는 게 가장 중요한 뽀인트인데, 이에 더해 내가 <동해바다처럼>을 아주 매우 많이 좋아하는 이유는 사장님의 푸짐한 인심 때문이다. 2인상에 뭐뭐가 나가고 4인상엔 뭐시기뭐시기가 추가되는 그런 정형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그날그날 준비되는 재료에 맞춰 깜냥껏 서비스를 내주는 인심이 마치 그 옛날 주머니 가벼웠던 우리 아버지들 단골가게처럼 푸근한 느낌을 준다.



나처럼 노포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한두 가지 단점도 있다. 음식점은 무조건 신장개업한 가게처럼 깔끔한 분위기라야 한다는 주의를 가진 사람은 다소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는 게 그 하나요, 좁은 골목길 안쪽에 위치해 있다 보니 차를 갖고 가면 주차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내 경우 술 마시러 갈 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지라 이 역시 전혀 상관이 없지만.


아날로그 갬성의 빼곡한 손글씨 예약캘린더


아중리 <동해바다처럼>은 아중역 앞 도로 맞은편 골목 안(덕진구 아중2길 12)에 위치하고 있다. 오후 5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하며, 일요일은 정기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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