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사진장이 Jan 18. 2024

건강한 국물맛이 일품인 군산 <비행장정문부대찌개>

오래 끓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는 40년 부대찌개 맛집



"백종원 이놈의 베이비를 기냥 확 마 쌔리..."

찌개 국물이 막 끓기 시작했을 무렵, 맛이 궁금해 한 숟가락 떠먹어본 아내는 이렇게 대뜸 불만 어린 툴툴거림부터 내뱉었다. 부대찌개 먹으면 몸이 부어서 싫다는 걸 "백종원의 3대천왕에 나온 집인데 정말 맛있답니다" 어쩌구 하는 입에 발린 소리로 간신히 간신히 꼬득여 멀리 군산까지 모시고 갔는데, 그 맛이 영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모양이었다.


예기치 못한 아내 반응에 깜짝 놀란 나는 재빨리 한 숟가락 떠먹어봤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볼 때 어지간히 맛이 없지 않고선 그런 노골적인 반응을 내비친 적이 없는 터라 여차하면 밥숟갈을 놓고 일어서야 할 수도 있겠단 판단이 들어서다. 아내 말마따나 갓 끓기 시작한 문제의 부대찌개 맛은 좀 밍밍한 데다가 이게 부대찌개인지 김치찌개인지 정체성마저 모호하다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2015년인가 그 이름도 떠르르한 <백종원의 3대천왕>에 출연하는 등 군산 맛집으로 성가를 떨치고 있는 나운동 소재 비행장정문부대찌개에서 마주친 예기치 못한 상황이었다. 평소 방송에 소개된 맛집을 곧이 곧대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백종원>이라는 이름에 대해 나름 깊은 신뢰를 갖고 있는 데다가 <3대천왕>쯤 꼽힌 집이면 최소 기본 이상은 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이때 마침 내 눈에 들어온 게 하나 있었으니 백종원 사진과 함께 벽에 붙어있는 <비행장정문부대찌개 맛있게 먹는 방법>이 바로 그것이었다. 해당 매뉴얼에 따르면 이 집 부대찌개는 국물이 걸쭉해질 정도로 오래 끓일수록 더 맛이 있다고 했다. 그걸 보는 순간 '한우스페셜 부대찌개라는 이름마따나 일반 부대찌개집들과는 달리 묵은지와 한우 생고기가 듬뿍 들어가서 그런가 보네!' 하는 판단이 들면서 우리가 너무 성급했구나 싶었다.



이에 아내와 나는 찌개를 좀 더 팍팍 끓이는 한편 매운맛을 좋아하는 우리 취향에 맞춰 베트남 고추를 추가로 듬뿍 집어넣고, 부대찌개를 먹음에 있어 <영혼의 단짝>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라면 사리도 함께 넣어 면발이 노골노골해질 때까지 계속 끓여줬다. 그 결과 다른 부대찌개집에서 먹어본 국물들과는 느낌이 완전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이 우러나는 진한 국물맛을 느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끓여낸 비행장정문부대찌개 맛이 더더욱 좋았던 건 '건강한 맛'이라는 느낌이 들어서다. 다른 부대찌개집들의 경우 입에서는 "아주 매우 많이 맛있다"고 반기긴 해도 그 반대편에선 '그런데 이거 먹고 나면 몸에는 별로 안 좋을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만큼 자극적인 맛 일변도로 치닫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 집의 경우 자극적인 맛이라곤 거의 없으면서도 건강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물론 먹는 사람마다 느낌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내 경우는 그랬다는 얘기 되시겠다.



계란 후라이 위에 얇은 치즈를 올려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 있게 해준 것도 먹는 즐거움을 더해줬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앞서 언급한 <비행장정문부대찌개 맛있게 먹는 방법> 매뉴얼을 미처 보기 전에, 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만 이 계란후라이를 홀랑 다 먹어버렸다는 거다. 백종원 매뉴얼에 따르면 예의 계란 후라이는 부대찌개가 맛있게 다 끓은 후 밥 위에 올려 국물과 함께 먹어야 최상의 <존맛>이라고 했는데 말이다.



또 하나 아쉬웠던 건 부대찌개와 더불어 또 다른 이 집 시그니처 메뉴로 손꼽히는 햄버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것. 찌개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는 사전정보를 듣고 햄버거를 주문해 놓긴 했으나, 막상 라면 사리까지 추가한 부대찌개를 앞에 놓고 보니 소식가에 속하는 아내와 내 배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될 듯해 포장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따로 먹어본 바로는 한우 고기 패티와 치즈, 계란에 양파와 샐러드를 듬뿍 넣어 만들어서 햄버거 역시 아주 매우 많이 건강한 맛이었다.


참고로 특이한 식당 이름 때문에 이곳을 찾는 손님들 중 상당수는 "그런데 비행장 정문은 도대체 어디 있어요?" 하고 두리번거리며 묻는 사례가 많다는데, 안타깝게도 비행장 정문은 현재 거기 없다. 과거 비행장 정문 앞에서 장사를 할 때 지었던 이름인데, 현재 위치로 음식점을 이전하면서 단골손님들 찾아오시기 편하도록 그 이름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뿐이란다.



비행장정문부대찌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하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 휴무다. 곧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설날 당일만 휴무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하며, 음식점 앞에 제법 규모가 큰 무료주차장이 자리잡고 있어 주차 사정은 비교적 좋은 편이다.


#비행장정문부대찌개 #군산백종원맛집 #백종원3대천왕맛집 #군산맛집 #군산가볼만한곳 #내돈내산맛집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갤럭시폰카

이전 13화 국밥에 고기를 말아주는 수육집, 정읍 <이레식당>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