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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04. 2024

라면보다 싼 가격에 맛까지 잡은 조치원 <광진짜장>




이 무슨 미친짓인가 싶었다. 유튜브 먹방을 보던 중 한 프로그램에서 3천원짜리 가성비 좋은 짜장면이 눈에 들어온 순간 확 필이 꽂혀버려서는 우리집에서 족히 100km도 넘는 멀고 먼 길을 기어이, 기필코 달려가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덧 조치원 세종전통시장 앞이었다. 짜장면 한 그릇 먹겠다고 자그만치 승용차로 1시간 반이나 달려가는 미친짓을 기어이, 기필코 하고야 말았던 거다. 기름값과 고속도로 통행료, 운전하는 수고로움을 더한 값이면 3천원짜리 짜장면 대신 전가복이나 삭스핀 같은 고급진 요리도 먹을 수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먹방을 보자마자 엉덩이 가볍게 그 먼 길을 쪼르르 달려간 건 3천원짜리 '혜자로운' 짜장면값도 짜장면값이지만, 시장 골목에 자리잡은 노포 느낌 점포에 메뉴라고는 딸랑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세 가지만 있는 구성이 딱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어서였다.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 정도 되는 요리의 초초초초고수쯤이나 된다면 또 모를까, 내 경우 어중간한 실력으로 메뉴 가짓수만 잔뜩 벌여놓은 음식점은 딱 질색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지만 요리 역시 대성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그 주체가 대장금급 초초초초고수가 아닌 평범한 요리사라면 특히나 더더우기.


그런 의미에서 세종전통시장 내 골목길에 자리잡은 광진짜장은 아주 매우 많이 흥미롭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맛집이 아닐 수 없었다. 요리사 스스로 주제 파악을 제대로 잘해 그 많은 중국요리들 다 패대기쳐 버린 뒤 기본 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에 올인을 한 사실 한 가지만 봐도 그랬다.


단순히 올인만 한 게 아니라 이에 더해 '혜자롭다'고 밖엔 달리 표현하기 힘든 가성비 가심비 좋은 가격으로 맛난 음식을 제공하고 있는 것도 남다른 매력포인트였다. 흔히들 가격이 너무 싸면 그 수준에 맞춰 맛이 떨어지거나 재료를 아주 매우 많이 아끼는 사례가 많은데, 광진짜장은 그렇지 않아서다.




오히려 이렇게 팔고도 남는 게 있을까 걱정이가 될 만큼 마구마구 퍼주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혜자로운' 가격에 맛난 음식을 먹는 건 모든 손님들의 바람이요 감사드려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런 좋은 맛집은 오래오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켜주고 싶은 것 또한 현명한 손님의 마음가짐이니까.


특히나 공장에서 사온 라면 한 봉지 끓여내는 가격이 5~6천원에 달하는 고물가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고 보면 '혜자로운'데다가 맛까지 있는 3천원 짜장면의 존재 가치는 더더욱 빛날 수밖에 없었다. 탕수육까지 곁들여 배 터지게 먹어봐야 1만2천원이면 충분한 음식점을 달리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을까.


가장 결정적인 건 맛이었다. 가성비 좋은 음식점들이 흔히 놓치기 쉬운 '가심비'를 광진짜장은 정말 잘 살려내고 있었다. 옛날짜장 느낌의 그리 달지 않은 짭쪼롬한 맛을 잘 담아낸 짜장면은 특히 연배가 좀 있는 중장년 손님들에게 추억 어린 <존맛>을 선사해주고 있었으며, 9천원짜리라고는 믿기 힘든 푸짐한 양에 맛까지 겸비한 탕수육은 이 집 손님들에게 필수선택으로 자리잡았을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건 짬뽕이었다. 직접 먹어보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앞선 이용객들의 이용후기들을 보다 보면 가성비는 좋지만 재료나 맛 부분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들이 보여서다. 아무래도 국물 요리인 만큼 풍부한 해산물 등 재료가 들어간 비싼 짬뽕에 비해선 입 안에 느껴지는 맛의 깊이가 부족할 수도 있겠다 싶은데, 방문 시 참고하면 좋을 거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십여 년째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을 2,500원으로 유지해 왔다는 광진짜장은 세종전통시장을 찾는 인근 지역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통해 지속적인 인기를 끌어오고 있는 중이다. 몇 년 전 방송에 소개되면서부턴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어 점심시간이면 적잖은 웨이팅 행렬까지 생기고 있다.


매일 오전 9시(10시부터라는 설도 있다)부터 저녁 7시까지 영업을 하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세종전통시장 안 골목길에 위치해 있는 만큼 주차는 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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