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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21. 2024

백종원 3대천왕에 예의까지 바른 익산 황등시장비빔밥

4대 80년 역사가 증명하는 유서깊은 육회비빔밥 맛집



익산 황등시장비빔밥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받은 첫 인상은 '이 집 사장님 참 예의가 바른 분이로구낫!' 하는 거였다. 항공사 스튜어디스처럼 깍듯한 자세로 손님을 맞아서도 아니고, 청학동 훈장님처럼 유교적 예절이 몸에 밴 태도여서도 아니다.


태도나 자세와는 상관없이 혼자 앉기엔 아주 매우 많이 넓어보이는 4인용 테이블에 편안히 앉아 여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손님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을 비롯해 여러 차례 방송에 소개된 유명 맛집이다 보니 웨이팅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더 놀라웠던 건 혼자 오는 손님이 쭈볏거리거나 눈치보는 기색 하나 없이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들어와서는 당당하게 4인 테이블을 꿰차고 앉곤 하더라는 사실이다. 맛집이라고 소문나서 장사 좀 된다 싶으면 혼자 와서 매출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싶은 손님은 아예 문전박대를 하거나, 심지어 장사도 잘 안 되는 주제에 콧대만 높아 가지고는 '2인분 이상만 주문 가능', '2인 이상만 예약 가능' 따위 꼴갑 떠는 식당들이 넘쳐나고 있는 시대이고 보면 정말 아주 매우 많이 보기 드문 광경이라 말하지 아니할 수가 없다.




한 마디로 말해 익산 황등시장비빔밥은 '사장님 마인드가 장사할 준비가 제대로 갖춰진 사람이구낫!'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식당이었다. 전국적으로 큰 유명세를 떨친 덕에 줄을 서야 맛볼 수 있을 만큼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심을 잃지 않은 채, 혼자 오건 여럿이 함께 오건 일관되고 예의 바르게 맞이하는 자세에선 작은 감동조차 느껴질 지경이었다.


예의 바른 것도 좋긴 하지만 그래서 맛은 어땠냐구? 그거야 두말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할 만큼 <존맛>, 좀 더 후하게 평가하면 <대존맛>이었다. 과거 이 동네에서 성황을 누리던 대규모 우시장 덕분에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신선한 소고기 육회 등 좋은 재료를 기반으로 손맛 좋은 사장님이 빚어낸 맛인 만큼 한 숟가락 입에 넣는 순간 즐거움을 넘어 행복감마저 밀려드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에 더해 줄 선 손님들을 순삭하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전광석화같은 밥 나오는 속도도 이 익산 황등시장비빔밥의 매력 가운데 하나. 알고 보니 이 식당이 위치한 황등면 지역은 예로부터 돈 좀 된다는 석재산업이 발달해 석공 기술자 손님들이 유난히 많았고, 시간이 곧 돈이신 이 분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자면 가능한 빠르게 식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수적이었다.


그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메뉴가 바로 신선한 육회를 가미한 '황등비빔밥'이었다. 재료들을 밥 위에 올려 손님이 직접 비벼먹어야 하는 일반 비빔밥과는 달리 손님들 시간과 수고를 아껴주기 위해 아예 비벼서 제공되고, 너무 뜨겁거나 퍽퍽하면 먹기 불편하다는 점을 고려해 미리 끓여둔 순대국물에 토렴하는 과정까지 거침으로써 빠른 식사가 가능토록 만들었다.




덕분에 비빔밥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고장인 전주의 아성을 비집고 들어가 전국적으로 알아주는 '황등비빔밥'이라는 독보적인 장르까지 따로 만들어냈을 정도이다. 이에 힘입어 1945년부터 무려 4대에 걸쳐 80년 간이나 식당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식당이나 자영업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특히 잘 알겠지만 100년 기업을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풍토에서 일개 식당이 4대 80년이라는 '역사'를 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익산 황등시장비빔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에 딱 3시간만 영업을 한다. 일요일은 정기휴무이며, 식당 위치가 황등시장 안이어서 주차장은 넉넉한 편이다. 백종원의 3대천왕 등 이런저런 방송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는 전국구 맛집이다 보니 주말에는 여행객들까지 몰려 웨이팅도 발생하는 만큼 오픈 시간에 맞춰 가급적 서둘러 방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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