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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r 07. 2024

3월~9월만 배짱장사 괴팍한 냉면맛집 <봉가면옥>

'냉면순이' 별명 아내한테 포스팅 금지당했던 비밀의 맛집





매년 3월1일과 9월 말 무렵이면 아내와 내가 항상 달려가는 곳이 있다. 춘향이로 유명한 남원 광한루 인근 함흥냉면 맛집 <봉가면옥>이 바로 그곳이다. 냉면을 좋아하는 아내가 단연 첫 손가락에 꼽으며 애정하는 맛집인데, 특이하게도 장사를 3월1일부터 9월 말까지만 하는 배짱영업을 일삼고 있는 까닭이다.


궁금하긴 했지만 왜 그런 특이한 영업 방식을 고수하는지 사장님에게 직접 물어보진 못했다.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항상 바쁜 터라 시시콜콜 묻기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10월부터 2월까지 5개월씩이나 장사를 쉬는 대신 3월부터 9월까지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문 여는 걸 아는 까닭이다.





주 5일제 근무로 환산하면 얼추 만근을 하는 셈인데다가, 그것도 하루 8시간이 아닌 오전 11시부터 밤 9시까지 10시간씩 꽉꽉 채워 일하는 만큼 왜 그렇게 쉬엄쉬엄 장사를 하느냐고 따질 여지도 없었다. 음식재료 준비시간까지 따지면 하루평균 최소 12시간 이상씩은 일할 걸로 예상되는 만큼 오히려 좀 쉬엄쉬엄하시라고 말려야 할 판이었다.


봉가면옥과 우리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대략 10여 년쯤 된 것같다. 광한루 인근에 콩국수로 유명한 맛집이 하나 있는데, 한 번은 어딜 좀 갔던 길에 모처럼 들렀더니 하필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 헛걸음을 치고 말았다. 당시만 해도 브레이크 타임 있는 음식점이 흔치는 않았던 상황이라 미처 생각도 못했더랬다.


나름 먼길을 일부러 찾아갔던 터라 실망도 되고, 배가 많이 고프다 보니 얼마간 원망스런 마음도 들었다. 그대로 전주 집까지 돌아오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아서 근처에 갈만한 음식점을 물색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마침 얻어걸린 게 바로 봉가면옥이었다. 아내가 냉면을 워낙 좋아하는 지라 맛만 괜찮다면 오히려 콩국수보다 나을 수도 있겠단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세상에나 마상에나였다. 처음 가본 봉가면옥에서 마주한 냉면 맛은 그동안 나름 맛집이라 소문나 찾아갔던 다른 집들보다 아주 매우 많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집 육수나 비빔 양념소스가 마침 아내와 내 입맛 코드와 찰떡궁합을 이룬 탓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우리에게 냉면 맛집 한 곳만 추천해 달라 얘기하면 주저없이 이곳을 추천하고 싶을 만큼 <대존맛>이었다.


함흥냉면 기본기에 충실하게 고구마 전분을 주재료 삼아 뽑아낸 면발은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었으며, 물냉면 육수는 달콤하단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은 풍미를 풍기며 혀끝에 살살 녹아들었다. 물냉면파인 아내가 이후 다른 음식점에선 아예 냉면 먹을 생각을 안하게 됐을 만큼 독보적인 맛이었다.


비냉파인 내가 애정하는 비빔냉면은 함흥냉면의 진수를 보여준다 싶을 만큼 혀가 얼얼할 정도 매운 양념맛(각 테이블에 비치된 추가 양념장통을 활용해 맵기 조절도 가능하다)으로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어 주는 화끈한 매운 맛을 자랑한다. 신기한 건 이마에서 땀을 한 웅큼 뽑아낼 만큼 매우면서도 통각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카타르시스 류의 통쾌함내지 즐거움을 안겨준다는 거다. 한 마디로 말해 맛있는 매운맛이란 얘기 되시겠다.





냉면을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아 있으면 물 대신 마시라며 서비스로 한 주전자 가져다 주는 진국 육수도 봉가면옥을 찾을 때면 입을 즐겁게 해주는 이 집 대표 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다른 곳에서도 그런 식으로 제공되는 육수를 먹어본 적은 있지만, 이 집처럼 진하고 고소한 맛은 일찌기 맛본 적이 없다. 최소 한 컵 가득, 좀 더 땡길 때는 두 컵쯤은 먹게 만드는 <존맛>이다.


덕분에 봉가면옥을 알게 된 이후 아내와 나 사이엔 일종의 묵계 아닌 묵계가 하나 생겨버렸다. 3월부터 9월까지만 장사를 하는 이 집 영업 스타일에 맞춰 냉면이라는 음식은 해당 기간 중에만 먹는 걸로 암묵적인 동의를 해버린 거다. 자연 5개월 여나 되는 긴 휴업을 마치고 봉가면옥이 다시 문을 여는 3월1일이 되면 아내도, 나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냉면을 먹으러 달려가는 것 역시 연례행사가 돼버렸다.


봉가면옥은 사실 아내가 워낙 애정하는 집이다 보니 그동안 내 맛집 소개에서 유일하게 금지된 포스팅 대상이었다. 지금도 이미 점심시간 전후면 만만찮게 웨이팅이 걸릴 정도로 손님이 많은 판인데, 남편이란 베이비가 동네방네 소문을 내버리면 더더더더더욱 손님이 많아질까 봐 포스팅 금지령을 내렸던 거다.


하지만 섬진강에 물 한 양동이 더해봐야 홍수날 일은 없다고 설득한 결과 아내는 마침내 봉가면옥 포스팅 봉인을 해제해줬다. 콩그레추에이션이다. 작년에 <남편, 나 미쳤나 봐!> 글을 통해 익명으로 이 냉면집을 소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어디 있는 무슨 집인지 상호를 알려달라 난리를 쳤었는데, 이제라도 밝힐 수 있어 다행이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봉가면옥은 3월1일부터 9월 말까지 매일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하며, 브레이크타임은 따로 없다. 여럿이 갈 경우 시그니처 메뉴인 비빔냉면과 물냉면, 회냉면 등을 골고루 시켜 나눠 먹으면 좋으며, 인기메뉴인 고기만두는 점심시간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소진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곁들여 먹고 싶다면 좀 서둘러 방문하는 편이 좋다.


주차장은 좁은 편이긴 하나 바로 앞 도로변 주차가 가능해 크게 불편하지는 않으며, 화장실이 얇은 벽 하나만 격한 남녀 공용이라 민감한 분들은 다소 불편할 수도 있으니 유념해 두면 좋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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