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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Feb 29. 2024

제주 흑돼지 맛집 싸대기 날리는 전주 <추억과 낭만>




그럴 사람이 절대 아님은 익히 잘 알고 있었지만, 친구 녀석이 자기네 집 앞 한 고깃집에서 만나자고 처음 말했을 때 나는 '이 베이비가 홈그라운드 어드벤티지를 누리시겠다 이건가?' 하고 잠시 오해 아닌 오해를 했었다. 나름 미식가인 나를 동네 골목 어디메쯤 위치한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식당으로 불러냈으니 사실 오해할 소지는 다분했다(친구야, 미안하다 ㅠ).


어쩌면 그가 거느리고(?) 있는, 혹은 그를 따르는 수많은 후배들 중 누군가가 운영하는 식당이라서 부러 그곳을 택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도 했었다. 낯을 많이 가려 소수정예의 인간관계를 지향해오고 있는 나와는 달리 친구 녀석은 포용력이 태평양 바다급이어서 수많은 선후배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인맥 끝판왕인 까닭이었다(친구야, 재차 미안하다 ㅠ).


하지만 그런 생각들은 내 기우에 불과했다. 집 앞이라서도 아니었고, 친한 후배가 운영하는 식당이라서도 아니었다는 얘기 되시겠다. 하고 많은 고깃집들 다 놔두고 그가 나를 굳이 자기네 집 앞 골목에 위치한 전주 송천동 <추억과 낭만>까지 불러낸 건 그곳이 고기 매니아들은 물론이요, 나처럼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까지도 너끈히 만족시킬만한 맛집이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나를 가장 먼저 감탄케 만든 건 여느 고깃집과는 비주얼 자체가 다른 두툼하면서도 신선해 보이는 흑돼지 목살이었다. 숯불에 잘 달궈진 불판 위로 그 영롱한 모습을 나투신 이 집 시그니처 메뉴 흑돼지 목살은 현 위치에서만 10년 이상 장사를 해왔다는 <추억과 낭만> 사장님이 그동안 갈고 닦은 내공을 손끝에 모아 직접 손질하고 칼집까지 냄으로써 최상의 구이감으로 재탄생시킨 극강의 비주얼을 자랑했다.




예의 흑돼지 목살이 불판 위에 놓이는 순간부터 먹이를 노리는 사자 같은 눈빛으로 돌변한 친구 녀석의 잘 숙련된 고기 굽기 기술도 최상의 맛을 구현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어설픈 아마추어는 저리 가라는 듯 다른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려는 내 손길을 한사코 밀어내더니만 친구 녀석은 가장 알맞은 타이밍에 고기를 뒤집어 노릇노릇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냈고, 다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냄과 동시에 육즙을 잘 갈무리해 한우 스테이크급 고기맛을 구현해냈다.



그 솜씨와 맛에 내가 감탄사를 연발하자 그는 "내가 개업 직후인 10년 전부터 이 집 단골인데, 선배건 후배건 내가 구운 고기 한번 먹고 나면 그 다음부턴 다른 고깃집 못 가겠다더라 ㅎㅎ" 하며 잘난 척을 했다. 쫌 재수없단 생각이 들지 아니한 건 아니지만, 제주도 여행길에 본토 맛집이라며 어깨를 으쓱대는 흑돼지 구이를 몇몇 집에서 아본 기억에만 비춰봐도 솔직히 그 맛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느낌이라 나는 순순히 친구녀석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 본토 흑돼지 맛집들 싸대기를 날려버릴 듯한 <대존맛>이었다.


<추억과 낭만>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면 기본 세팅된 한 접시 외에 고봉밥처럼 푸짐하게 담은 리필 접시 한 사발을 추가로 먹고 나오곤 한다는 친구 녀석의 최애 먹거리 마늘장아찌를 비롯해 농익은 깊은 맛이 일품인 묵은지 김치, 밭으로 걸어들어갈 것처럼 싱싱한 상추 등 밑반찬들의 든든한 화력 지원도 먹는 즐거움을 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더 배가시켜줬다. 환상의 짝꿍이랄지 환장할 짝꿍이랄지 맛난 흑돼지 고기와 더불어 최강의 조합을 이루고 있는 느낌이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화룡정점을 찍는 건 가성비와 가심비를 두루 겸비한 착한 가격이었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가파른 물가상승 추세로 말미암아 가격은 유지하되 고기 그램수를 줄이거나 200그램당 18,000~20,000원씩 받는 동네 고깃집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추억과 낭만>은 200그램 1인분에 15,000원대 착한 가격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있어도 고프(컵)가 없으면 못 먹습니닷!" 하는 코미디언 서영춘 선생의 명대사처럼 아무리 맛나도 너무 비싸면 먹기가 부담스러운 우리 같은 소시민 입장에선 정말 '혜자로운' 가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인근 지역에선 이미 입소문을 통해 맛집으로 널리 알려져 피크타임인 저녁 6~7시쯤 가면 웨이팅 손님들까지 있을 정도인 <추억과 낭만>은 매일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영업을 한단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은 정기휴무이고, 골목길 식당인만큼 따로 주차장은 없으므로 차를 갖고 갈 경우 눈치껏 주변 공터에 주차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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