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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11. 2024

3대 걸쳐 69년 이어온 인심맛집, 봉동할머니국수




그 옛날 하루 세 끼 먹고 사는 게 전쟁같던 시절, 어머니들께서는 밥 먹고 돌아서기 바쁘게 콩당콩당 뛰노는 우리 자식놈들을 보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곤 했다. "야야, 그래 뛰지 좀 마라. 배 금새 꺼져뿐다잉!"


저 유명한 그룹 지오디 노래에서조차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시면서 슬그머니 자식들 그릇에 당신 몫을 덜어주시곤 했더랬다. 그렇게 없는 살림 쥐어짜가며 국수나마 배불리 먹이려 노력하셨는데, 철없는 자식놈들은 그런 어머니 속도 모른 채 천방지축 뛰노느라 금방 또 배가 고파져선 밥 달라고 쫓아오곤 했으니...


생강으로 유명한 전북 완주군 봉동읍 생강골시장 터줏대감 격인 봉동할머니국수는 그 배고프던 시절, 어머니의 마음으로 넉넉지 못한 손님들 호주머니 사정을 배려해 가성비 좋은 국수를 파는 걸로 주목받아온 맛집이다. 싼값에 배가 부르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일 만큼 푸짐한 양을 제공해 장꾼들은 물론 장보러 나온 손님들까지 가게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렸다.




어쩌면 과거 한때 전국적으로 큰 유행을 이끌었던 세숫대야 냉면 원조쯤 되는 곳이 바로 여기 아닐까 싶을 정도다. 오로지 물국수 한 가지 메뉴만 취급하고, 손님들 뱃골 크기에 따라 특대와 대-중-소 4가지 그릇 크기로만 나눠 국수를 판매하는데, 먹방 고수쯤이나 되면 모를까 어지간한 장정들도 특대 사이즈는 손을 들 정도로 양이 어마무지하다.


그렇다고 해서 양만 무지막지하게 많이 주는 인심만 넘쳐나는 음식점이란 얘기는 아니다. 돈주고 사먹는 음식인데 맛이 없으면 아무리 양이 푸짐하다 한들 장사가 잘 될 턱이 없으니까. 당연히 맛도 좋다는 얘기 되시겠다. 특히 멸치를 베이스로 맛있게 잘 우려낸 구수한 국물맛에 3대에 걸쳐 69년째 다져온 비법 양념장을 더하고, 맵싸한 고춧가루 한 숟가락까지 얹어낸 맛은 가히 일품이다.


버뜨, 내가 누누이 강조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입맛은 다 제각각이라 백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맛이라는 건 원래 없는 거다. 손님에 따라서는 "그냥 평범한 맛", "국수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하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단골로 들락거려온 손님들은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맛", "어렸을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것과 같은 속이 편안하고 입에 익숙한 맛"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한다.


봉동할머니국수의 역사는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전쟁 직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쟁 직후 먹고 살기 위해 봉동 시장 한편에 1대 사장님이 문을 여셨고, 갓 시집온 새댁 시절부터 '양 많고 맛도 좋은 국수집'이라는 입소문을 얻는데 일조해온 올해 일흔여섯 며느리 정현자 씨가 2대째 가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현재는 아들 내외가 어머니를 도와 3대째 69년 역사를 함께 써나가고 있는 중이다.




일견 평범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69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어온 맛의 비결은 바로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언뜻 보면 다른 국수집들처럼 멸치를 재료 삼아 한 번 끓여냈을 뿐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남들 한 번 끓여낼 때 그 천 배 만 배쯤 되는 긴 세월동안 반복해서 끓여내며 쌓아온 비법이 그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는 거다.  평범한 사람도 1만 시간을 투자해 한 분야를 깊이 파고 들면 전문가가 된다는데, 하루 9~10시간씩 69년에 걸쳐 20만 시간 가까이, 그것도 멸치국수 단 한 가지 메뉴로 내공을 다져왔으니 고수가 안 될래야 안 될 도리가 없었을 거다.


봉동할머니국수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영업을 하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무다. 앞서 한 차례 설명한 것처럼 메뉴는 단일 메뉴인 멸치국수 한 가지 밖에 없고, 특대 8천원, 대-중-소는 각각 7천원, 6천원, 5천원이다. 중 사이즈 정도만 해도 양이 제법 많아 성인 남성이 먹기에 충분한 편이며, 본인이 먹방 나갈 정도 된다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가급적 특대는 주문하지 말기를 권한다. 주차장은 바로 옆 봉동생강골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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