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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pr 25. 2024

금값 삽겹살 싸대기 날리는 소고기맛집 <장수한우마을>




삼겹살 1인분에 2만원씩이나 부담해야 하는 고물가 시대, 그나마 그 1인분이 150그램 안팎인 사악한 고깃집들도 한둘이 아닌 세상에 고급진 한우 1인분을 3만원에 모시는 '혜자로운' 고깃집을 하나 발견했다. 그것도 마블링이 살아있는 1등급 채끝살 1인분을 200그램 꽉꽉 채워서 제공하는.


전북 장수군 계남면 지소골길에 자리잡은 <장수한우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지난해 가을 아내와 함께 장안산 억새를 보러 갔다가 갑자기 뭔가 맛난 게 먹고 싶어져 열심히 열심히 인터넷 검색 찬스를 활용한 끝에 우연히, 그리고 운좋게 발견한 한우고기 맛집이었다.



아내와 나 둘 다 평소 산을 즐겨찾지 않는 편인데다가 체력도 그닥 좋은 편은 아니라 힘든 등산을 마친 뒤 물 먹은 솜처럼 몸이 무거워지는 우리 자신에게 뭔가 보상을 해주고 싶다는 느낌으로, 나름 큰맘 먹고 점심식사로는 평소 잘 선택 않는 고기를 먹자며 의기투합한 덕분에 가보게 된 고깃집이기도 했다.


그때 아주 매우 많이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남아있었던 까닭에 얼마전 장수 쪽 벚꽃 나들이길에 다시 한 번 그곳을 방문했다. 앞서는 잔뜩 지친 상태로 갔던 길이라 허겁지겁 먹기 바빠 제대로 뭘 느낄 여유가 없다가 어느 정도 배가 찬 뒤에야 뒤늦게 맛있단 생각이 들었던 터라 이번엔 찬찬히 그 맛을 음미해보고 싶단 마음이었다.






그래서 고기 부위도 채끝등심을 선택했다. 평소 질겅질겅 씹히는 류의 식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취향을 잘 알기에 아내가 골라준 거였다. 소의 다양한 부위 중 안심과 함께 가장 연한 부위여서 부드럽게 씹히는 데다가, 마블링 또한 남달라서 먹는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나름 고급진 부위다.


한우를 밥먹듯 자주 먹고 사는 건 아니라서 이 채끝등심 1인분 가격 3만원이 얼마나 싼 건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투뿔이라 그랬는지 좀 고급진 고깃집이라 그랬는진 몰라도 1인분에 5~6만원 정도 했던 기억이 있는 내 입장에선 이 가격이 '혜자롭게' 느껴졌고, 맛 또한 앞서 먹었던 다른 어느 한우전문점 이상으로 맛나게 느껴져 마치 횡재라도 한 기분이었다. 웻에이징과 드라이에이징의 숙성방법을 조합한 이 집만의 숙성기법으로 뭘 어떻게 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더니만 아마도 그 영향이 아닌가 싶다.


더더욱 기분이가 좋았던 건 밑반찬 하나하나가 뭐 하나 버릴 게 없을 만큼 하나같이 맛있었다는 것. 대개 고깃집 밑반찬이라는 건 메인요리를 돋보이게 만드는 들러리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수한우마을의 그것들은 최소 비중있는 조연 역할쯤은 너끈하다 싶을 만큼 아주 매우 많이 맛있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석박지 등 몇몇 밑반찬들은 남은 걸 싸들고 오고 싶을 만큼 정말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기도 했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건 한창 먹던 도중 사장님이 "서비스"라며 슬그머니 건네준 땅두릅이었다. 직접 농사 지으신 거라며 많이는 못 드린다고 주면서도 오히려 살짝 미안해하는 그 모습이 정겨운 시골 이웃같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고, 갓 수확한 땅두릅의 쌉쌀하면서도 생명력 가득한 풍미에 다시 한 번 미소가 지어졌다. 그 인심과 맛에 반해 우리 연락처를 남긴 뒤 이 집 두릅 수확시기에 맞춰 추가로 두릅을 구매한 건 안 비밀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장수한우마을 위치였다. 상호를 찾아 일부러 내비를 찍고 찾아가지 않으면 찾기 힘들 만큼 주변에 상가나 인가조차 드문 외진 곳에 홀로 위치해 있는 데다가, 진입로도 농로 수준의 좁은 길이어서 운전이 서툰 사람은 조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여서다.


다행히 고깃집 안쪽 공간은 넉넉한 편이어서 차량 수십 대를 주차하고도 남을 만큼 여유롭고, 숙박업을 겸하는 지 어떤지 제법 쓸만한 수준의 풀장과 야외 평상들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겐 특히 맛나고 혜자로운 소고기도 즐길 겸 안성맞춤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업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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