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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02. 2024

딸들 델구 꼭 다시 가고픈 맛집 <조가네갑오징어>



"나중에 우리 딸들 델구 한 번 더 왔음 좋겠네욧!!!"

매콤하게 잘 양념된 갑오징어 불고기를 두어 젓가락 집어먹더니만 불현듯 아내가 내뱉은 한 마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오호라, 이건 정말 그동안 내가 들었던 역대급 고퀄리티 칭찬인뎃!'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내와 함께 제법 많은 맛집들을 돌아다녀 왔지만, '딸들 델구 한번 더 가고 싶다'는 말은 정말 오랫만에 들어봤기 때문이다. 대가리 좀 컸다고 걸핏하면 대립각을 세우는 딸들을 볼 때마다 웬수 같다느니 어쩌니 툴툴거리긴 해도 밥때만 되면 이마 꼭대기에 올라앉은 딸들 입높이를 어떻게 채워줄까 고민하곤 하는 아내였다. 그러니 외식으로나마 한 끼 만족스레 먹일 밥집 하나 더 생긴 게 무척이나 반가웠을 터였다.



사실  아내뿐 아니라 세상 모든 부모들 마음, 나아가 자식들 마음이 다 거기서 거기일 거였다. 여행이 됐건 모임이 됐건 어딜 갔다가 우연히 '존맛'인 무언가를 먹게 되면 거의 반사적으로 '언제 한 번 애들 델구 와야겠구만!', '언제 부모님 모시고 와서 식사대접 한 번 해야겠네!' 하고 입버릇처럼 읊조리게 되는 건.





전북 김제 금산사 입구에 자리잡은 조가네갑오징어는 그런 느낌으로 갑자기 우리 가족 턱밑으로 훅 쳐들어 온 맛집이었다. 우리 부부가 평소 매콤한 맛을 각별히 좋아하는 까닭도 있긴 하겠지만, 캡사이신 류의 독한 조미료를 이용해 인위적인 매운 맛을 내는 다른 집들과는 달리 자연스러우면서도 조화로운 매운맛을 제대로 낼 줄 아는 음식점이라는 사실이 일단 우리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우리 부부의 경우 일반 매운맛보다 보통 두 단계쯤 더 매운 걸 선호하는 터라 "좀 더 맵게 해주세요" 하고 따로 부탁을 드렸었는데, 청양고추인지 베트남고추를 첨가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되 기본맛에 사장님 내외의 손맛을 더한 갑오징어 요리는 다른 음식점에서 "더 맵게"를 요청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깊이 있고 감칠맛까지 더해진 매운맛을 선사했다.


이에 더해 알맞은 크기로 정갈하게 잘 손질한 갑오징어와 각종 야채들이 환상적인 케미를 이루면서 식감마저 좋아 우리 부부는 정말 오랜 만에 2인분으론 좀 부족하다 싶을 만큼 먹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덕분에 '탄수화물 과잉'이라며 평상시엔 남은 양념에 밥 볶는 걸 한사코 마다하던 식습관마저 과감히 깨버린 채 눈꽃치즈까지 그 위에 듬뿍 토핑해 밥을 다글다글 볶아서는 바닥 누룽지까지 박박 긁어먹는 만행(?)을 저지르고야 말았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식의 결과론적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조가네갑오징어 금산사점은 이날 식당 입구를 처음 들어서는 순간부터 아주 매우 많이 느낌이가 좋았던 음식점이었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면에 '백명의 손님이 한번 오는 것보다, 한명의 손님이 백번 오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대문짝만하게 써붙인 캐치프레이즈가 우리 마음에 확 꽂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치프레이즈만 요란할 뿐 실제 행동과는 언행일치가 안 되는 집들도 많음을 잘 알기에 우리는 속으로 긴가민가 싶었는데, 손님을 맞이하고 서비스하는 사장님 내외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섬세한 마음씀과 진정성이 느껴져 '이 맛에 이런 서비스라면 우리 못잖게 매콤한 거 좋아하는 딸들 데리고 조만간 꼭 다시 한번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조가네갑오징어 금산사점은 평일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8시30분(브레이크 타임 오후 3시~4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1시부터 저녁 9시까지 브레이크타임 없이 운영하며, 매주 화요일은 정기휴무다. 전주에서 금산사로 넘어가는 구(舊) 도로 변 전망좋은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어 저녁 무렵 창가 자리에 앉으면 넓은 유리창 너머로 아름다운 노을 풍경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도 참고하면 좋을 거다.




그래봐야 체인점 아니냐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나 역시 본점 맛 생각하며 분점이나 체인점 갔다가 실망한 경우가 많아서 일정 부분 공감하는 바다. 그래서 가급적 체인점은 잘 소개 안하는 편이다.


하지만 음식은 사람이 하는 거고 손맛이 중요한 거다. 같은 재료, 같은 레시피를 사용해도 본점 못 쫓아가는 경우가 많지만, 개중엔 청출어람으로 손맛 뛰어난 체인점 사장님도 있을 수 있는 거다. 조가네갑오징어 금산사점이 그런 케이스라고 난 생각한다.


#조가네갑오징어 #김제금산사맛집 #갑오징어불고기맛집 #가족데리고가고싶은맛집 #글짓는사진장이 #사람이있는풍경 #갤럭시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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