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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May 16. 2024

허영만도 극찬한 극강 산채비빔밥 맛집, 고창 <뭉치네

<백반기행>서 "내 입으로 들어온건 봄이었다" 감탄사 자아내



전북 고창 선운사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뭉치네 집>을 내가 처음 찾은 건 십몇 년 전쯤 일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선운사로 주말 나들이를 나선 길이었는데, 어린 딸들에게 이 동네 대표 먹거리인 풍천장어를 한 번 먹여주고 싶어 이집 저집 기웃거리던 끝이었다.


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고창 선운사 방향으로 가다보면 진입로 초입부터 '원조풍천장어'라는 큼지막한 간판을 내건 음식점들이 줄을 지어 서있다. 나름 맛집이라고 이름난 곳들도 여럿인데, 이런 이름난 맛집들의 경우 기본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이 가능하다느니 어쩌니 하며 콧대를 치켜세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가족 모두가 풍천장어를 먹을 생각이었으면 별 문제가 안 됐을 일이지만, 이때 하필 아내와 나는 장어가 별로 안 땡겼었다. 하지만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어린 딸들에겐 꼭 맛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하필 여행객들이 한창 많은 시즌이었던 탓에 풍천장어 1인분만 파는 집 찾기란 거의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선운사 입구 쪽 식당들을 죽 둘러보다가 비교적 한가해 보이는 한 곳을 골라 "풍천장어 1인분도 가능한가요?" 하고 물은 끝에 들어갔던 음식점이 바로 뭉치네 집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물론 됩니다"라는 사장님의 시원한 대답이 일단 마음에 들었고, 사장님 첫 인상을 보건대 왠지 인심도, 맛도 좋을 거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우리 가족은 바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담이지만 사실은 <뭉치네 집>이라는 음식점 이름을 딱 보는 순간부터 나는 마음의 끌림을 느꼈더랬다. 대학 시절 재밌게 읽었던 뒷골목 소재 소설이 하나 있었는데, 건달들 은어로 '뭉치=어머니'라는 대목이 인상에 남았던 영향이었다. 어쩌면 뒷골목이나 떠도는 지들같은 '사고뭉치' 아들을 걱정하는 어머니께 죄송해서 건달들 사이에 그런 은어가 생긴 건 아닐까 싶기도 한데, 어찌됐든 그 간판을 보는 순간 내 경우 어머니의 푸근한 정이 연상되면서 마음이 확 끌렸다는 얘기 되시겠다.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어린 딸들 몫으로는 풍천장어 소금구이 1인분을, 아내와 내 몫으로는 이 집 사장님이 직접 산에서 캐온 산채들로 만들었다는 산채비빔밥을 주문했다. 유명한 절집 근처 식당가엘 가면 개나 소나 다 내걸고 있는 메뉴가 산채비빔밥인 까닭에 좀 식상해서 평소엔 잘 안시켜 먹는 편인데, 사장님이 직접 캐온 산나물들로 만든다는 말에 호기심이 동했던 것같다.





덕분에 그 인연을 발판 삼아 10년 넘는 세월이 흐른 뒤 TV 화면을 통해 반갑게 이 뭉치네 집 산채비빔밥을 재회할 수 있었으니, 그 이름도 유명한 미식가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떡하니 소개가 되었던 거다. '직접 채취해 온 산나물로 만든'에 액센트를 준 이 집 산채비빔밥을 보는 순간 어찌나 반가웠던지.


그 <백반기행> 방송국놈들 덕분에 몇년 만에 다시 찾은 뭉치네 집은 여행객들 발길로 북적거려 예전의 여유로운 느낌을 잃긴 했지만, 산채비빔밥을 비롯한 음식 하나하나에 깃든 사장님 손맛은 여전해서 입과 기분이를 즐겁게 만들어줬다. 특히 겨우내 땅의 기운을 잔뜩 머금은 채 생명력 넘치게 피어난 봄나물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맛은 다른 곳에선 쉽게 접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그 맛에 대해 허영반 화백은 "간과 향까지 완벽한 맛"이라며 "아~~ 새삼 봄의 위력을 느꼈습니다. 내 입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음식이 아니라 봄이었습니다"라고 감탄하기도 했는데, 내가 생각하는 뭉치네 집의 최대 장점은 다양한 산나물들을 중심으로 손맛 좋은 어머니표 음식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는 거다. 종류에 관계없이 손맛 좋은 이 뭉치네 집 어머니 손을 거치면 '존맛'으로 거듭나곤 한다.




고창 선운사 맛집 뭉치네 집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한다. 내비게이션에 '고창 뭉치네'라고 입력하면 '뭉치네풍천장어전문'이라는 상호로 나와 좀 헷갈릴 수도 있는데, 그 집이 바로 그 집이니 그냥 목적지로 선택하면 된다. 바로 앞에 선운사 방문객들을 위한 넓은 공용주차장이 자리잡고 있어 주차 환경도 매우 좋은 편이다.




30화까지 쓰고 나니 '내돈내먹 맛있는 여행 시즌1 브런치북엔 더 이상 글을 올릴 수 없다는 에러메시지가 떠서 시즌2를 만들었다. 혹시라도 시즌1에 실린 맛집들이 궁금한 분은 아래 링크 참조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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