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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Jul 11. 2024

30년 넘게 어죽만 죽어라 판 노포맛집 <무주어죽>



방송에 맛집이라고 소개됐다 해서 그걸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 특히 나처럼 여행 중 우연히 마주친 '방송소개 맛집' 간판에 혹하거나, 방송국놈들의 화려한 화면빨과 말빨에 혹해 찾아갔다가 실망을 하고 돌아나와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특히 더 그럴 거다.


무주읍에서 내도리 방향으로 몇백 미터쯤 가다 보면 나오는 <무주어죽> 앞을 꽤 여러 차례 지나쳤지만, 그래서 나는 몇 번이나 그냥 지나치곤 했더랬다. 지나가는 차들도 잘 볼 수 있도록 도로변에 'SBS 생방송투데이', 'MBC 생방송 오늘저녁', 'KBS 아침마당 등 방송출연 이력을 줄줄이 써붙여 놓은 걸 보고는 무의식 중에 안 좋은 선입견을 가졌었던 듯하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또 한 번의 무주 여행 계획을 잡으면서 비로소 이 무주어죽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단은 노포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 알맞게 30년 이상 어죽 하나에 올인해 온 정통성이 맘에 들었고,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이집 사장님이 밝힌 "무주에서 나는 좋은 재료와 직접 농사지은 식자재만 엄선해 사용한다"는 음식철학도 좋았다.


이에 더해 마치 자신들이 무주 대표선수라도 된다는 듯 자신만만하게 무주어죽이라 가게 이름을 지은 당당함도 호감이 갔고, 직접 다녀온 사람들이 SNS나 이용후기를 통해 남긴 후기들이 전반적으로 호의적이었던 점 역시 한 번 가서 맛을 봐야겠단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동네 여행명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안성 두문마을 낙화놀이를 보러갔던 지난 6월 어느날, 수많은 여행객들 틈바구니에서 밤 늦게까지 버티려면 일단 속부터 든든히 채워둬야겠단 생각으로 무주어죽을 찾아가봤다. 보양식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음식인만큼 배는 물론 건강까지 그득 채워줄 것같아서다.


이날 내가 선택한 메뉴는 이 집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가장 즐겨찾는다는 시그니처메뉴 가운데 하나인 어탕수제비. 반딧불이가 서식할 만큼 청정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무주 맑은 개천에서 잡아올린 생선을 10시간 동안 푹 끓여 사골처럼 우려낸 육수에다가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 간을 한 위에 직접 농사 지은 상추와 깻잎을 더하고, 하루 전날 미리 반죽해 숙성과정까지 거친 밀가루반죽으로 수제비를 만드는 일품 요리였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냄새나 비린내 등 잡냄새 때문에 어탕이나 어죽 류 요리는 절대 안 먹는 사람들도 더러 있는데, 30년 넘는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무주어죽에서 끓여낸 어탕수제비는 한 마디로 '존맛'이었다. 잡내가 안 나는 것은 물론이요, 오랜 시간 끓여낸 덕분에 깊은 맛이 잘 우러나면서도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 등 천연양념에 힘입어 진하고 얼큰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워줬다.


뿐만 아니라 보양식이란 말을 들어 선입견이 생겨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탕 한 그릇을 비우는 그 얼마 안 되는 시간동안 왠지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적인 느낌까지 스멀스멀 기어올라 왔더랬는데, 알고 보니 이 무주어죽 음식에는 손님들 건강을 생각하는 한약재료들까지 함께 들어있단다.





최고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에 더해 오시는 손님들 건강까지 챙기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이 집 사장님이 주변 음식점들 중 최초로 한약재를 사용하는 어죽 요리법을 개발한 덕분이었다. 예로부터 임산부에게 잉어탕을 먹였다는 민간요법이 전해오는 것처럼 민물고기 자체도 영양가가 높은 터에 한약재까지 더했으니 보약 효과가 날 수밖에.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만일 손님이 음식을 많이 남기고 갈 경우 뭔가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사장님이 직접 확인을 한다는 얘기도 맛에 대한 믿음을 한층 높여줬다. 이에 더해 SNS 등에 무주어죽 관련 이용후기가 올라오는 게 있는지 매일매일 모니터링해 나날이 까다로워져가는 손님들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려 애쓰신단다.


내 경우 평소 식사량이 많지 않은 편인데다가 아내와 단 둘이 갔던 길이라 수제비어탕 한 가지 메뉴만 먹어보고 말았는데, 만일 여럿이 함께 방문할 경우 무주어죽 3대 시그니처메뉴라는 어죽과 도리뱅뱅이, 민물매운탕을 고루 맛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사장님 손맛이 좋은 데다가 좋은 재료들만 엄선해 사용하고 있는 30년 넘는 노포 맛집이기 때문에 어떤 메뉴를 선택해도 기억에 남을 기분 좋은 한 끼가 될 거라 확신한다.


무주어죽은 매일 오전 9시30분(일요일은 10시30분)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문을 열며, 오후 3시30분부터 4시30분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다. 매주 수요일은 정기휴무이고, 음식점 앞에 주차장이 꽤 넓은 편이어서 버스를 이용하는 단체여행객들도 충분히 수용이 가능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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