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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사진장이 Aug 08. 2024

게짜박이 등 이색 대게요리 맛집, 울진 왕비천이게대게

허영만 백반기행 등 숱한 방송들이 잎다퉈 다녀간 로컬맛집





'왕비천이게대게'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점 상호 앞에 붙은 '왕비천'이란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라떼' 중국 무협영화 단골 주인공이었던 무림고수 '황비홍'을 떠올렸다. 왠지 황비홍 같은 절세고수가 주방에서 부엌칼을 현란하게 휘두르고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고나 힐까.


울진 가족여행길에 가족들과 함께 가볼 만한 맛집을 물색하던 중 허영만이 백반기행을 찍고 간 곳이란 얘기를 듣고는 부쩍 관심이 동해 이것저것 따져볼 겨를도 없이 다짜고짜 찾아간 길이었다. 그런데 웬걸, 내 느낌과는 달리 그곳은 중국집이 아니었다.


왕비천이라는 앞에 붙은 이름 탓에 그런 오해를 했던 건데, 알고 보니 이곳은 이색적인 대게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대게요리 전문점이었다. 미들네임 격인 '이게대게'라는 게 '이게 바로 울진대게 요리욧!' 하는 뭔가 손님들 기억에 콕 박히는 멋진 대게 요리를 보여주고야 말겠다는 주인장의 의지이자 다짐이었던 것.


불필요한 사족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이 대목에서 왕비천이란 퍼스트네임이 어떤 의미인지 짚고 넘어가자면, 일단 사람 이름은 아니다. 이 음식점 풀네임인 '왕비천이게대게 왕비천점'을 풀이해 봤을 때 사람 이름이라기보단 지역 이름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마침 이 음식점이 있는 바로 옆 동네 이름이 '왕피천'이란 사실에 비춰보면 어떤 이유에선가 '피'란 글자가 '비'로 바뀐 채 사용되고 있는 걸로 판단된다.


각설하고, 이날 우리 가족이 선택한 메뉴는 왕비천이게대게 시그니처메뉴인 게짜박이와 게살 돌솥비빔밥, 게살 채소비빔 수제만두. 허영만의 백반기행에서 소개됐던 게살짜박이 즉석밥도 한 번 먹어보고는 싶었지만, 흰쌀밥과 게살 비빔밥이라는 약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 기왕이면 좀 더 고급진 맛을 즐겨보기로 했다.


여기서 게짜박이라는 음식 이름이 낯선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짜글이'라는 음식 이름엔 친숙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건데 '짜박이=짜글이'라 보면 된다. 짜글이의 경상도식 버전이 짜박이라고 보면 된단 얘기이며, 게짜박이라는 건 울진 특산물인 게를 주재료로 된장과 고추장 등을 넣은 뒤 매콤하고 자박하게 끓여낸 음식을 일컫는다.





옛날부터 게가 많이 나오는 지역으로 유명했던 울진에서는 다리 등이 떨어져 상품성이 없는 것들은 이웃에게 나눠주는 일이 많았고, 냉장고가 없던 시절이라 게가 상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된장이나 고추장 사이에 박아 보관해온 전통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게짜박이라는 음식이 탄생한 것.


백문이 불여일먹이라는 말도 있어 직접 먹어본 결과 집게발 등을 몸통째 넣은 위에 게살을 발라넣은 뒤, 된장과 고추장 등 양념을 더해 매콤하고 자박하게 끓여낸 게짜박이는 폭염경보가 내린 가운데 여기저 돌아다니느라 잃어버렸던 우리 가족 식욕을 되살리고도 남을 만큼 별미 중의 별미였다. 밥도둑이라는 별명을 가진 간장게장 멱살을 잡고도 이단 옆차기 한 방쯤 더 날려버리는 느낌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기에 게살 돌솥비빔밥을 곁들이자 존맛 더하기 존맛 '대존맛'이 입 안에서 구현됐다.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살짝 달콤한 게살 맛이 녹아든 가운데 돌솥 열기로 누룽지가 가미된 아삭한 식감의 밥맛, 그 위로 게짜박이 특유의 매콤한 감칠맛이 더해지면서 입 안에서 맛이 폭발하는 느낌이었다.



게살 채소비빔 수제만두는 그 위에 화룡정점을 찍어줬다. 만두라면 사족을 못쓸 만큼 내가 아주 매우 많이 진심인 만두돌이라서 더 그랬겠지만, 맛이 없기가 오히려 쉽지 않은 군만두를 겉바속촉으로 잘 튀겨낸 뒤 게살과 채소와 양념을 적절히 잘 배합한 비빔재료를 얹어먹는 맛은 먹는 즐거움을 극대화시켜 줬다.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음식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무더위 속에 성류굴 등 울진지역 여행명소 몇 군데를 돌아다니느라 너무 지쳐 식욕마저 잃어버렸던 두 딸과 아내가 몇 숯 가락 떠먹 무섭게 심봉사 눈을 뜨듯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밥그릇이 마르고 닳도록 열심히 수저질을 했을 정도.






왕비천이게대게 왕비천점은 주말이나 휴일 없이 매일 오전10시부터 저녁 7시30분까지 영업을 하며, 저녁 6시50분까지 라스트오더를 받는다. 오후 2시30분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이고, 음식점 앞에 넓은 주차장을 구비하고 있어 차를 갖고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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