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여행을 계획하면서 내가 북면하고도 부구리라는 작은 동네에 있는 '실비자연산횟집'을 가족들과 함께 밥먹으러 갈 맛집 후보에 넣은 건 전적으로 우연히 발견한 한 SNS 맛집 포스팅 때문이었다. 포스팅 내용으로 봤을 때 회를 많이 좋아하는 분으로 판단됐는데, 실비자연산횟집이란 음식점이 그녀와 그녀부모님이 "지난 20년 간 꾸준히 단골로 드나들고 있는 집"이며 "최근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왔다"는 후기가 그것이었다.
회를 좋아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 맛에 대해 '존잘알'은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자연산 회에 액센트를 찍으며 '20년 단골집'이라 말하는 부분이라든가, 최근에 '부모님을 모시고' 또 갔다는 대목이 눈길을 확 잡아 끌었더랬다. 이는 곧 유명 관광지도 아닌 부구리라는 작은 동네에 있는 실비자연산횟집이라는 음식점이 오랜 세월 동안 단골들이 꾸준히 찾아올 만큼 아주 매우 많이 믿을 만한 맛집이라는 얘기에 다름 아니니까.
그래서 찾아가봤는데, 음식점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 가족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고야 말았다. 출입문을 중심으로 디귿자 구조로 이뤄진 마당 있는 시골집 스타일의 그 음식점 처마를 따라 몇 송이인지 헤아리기조차 힘들 만큼 수많은 포도송이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건 뭐 포도밭에다가 횟집을 차린 건 아닌가 하는 느낌적인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걸 보며 아내는 "이거이거 포도농사를 지어야 할 양반들이 길을 잘못 들어 횟집하고 있는 거 아냣?" 하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에 내가 "이 양반들 포도농사 솜씨 보아하니 음식솜씨도 좋겠네!" 하고 말하자 아내는 '이게 뭔 도그 껌씹는 소리얏?' 하는 눈길로 나를 쳐다봤는데, "원래 농사 잘 짓는 양반들이 음식도 잘 하는 법이거든" 하고 내가 덧붙이자 아내는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거려줬다.언뜻 이 무슨 영구와 맹구 간 대화인가 싶기도 하겠지만, 그냥 첫눈에도 맛집 냄새가 스멜스멜 나더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대충 넘어가자.
그런 기대감을 안은 채 실내로 들어가보니 '이 집 이거 맛집 맞네!' 하는 생각이 또 한 번 들게 만드는 풍경이 그 안에 펼쳐져 있었다. 오가는 행인조차 뜸한 변두리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손님들용 상차림이 여기저기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나지 않은 맛집을 찾아간 줄 알았더니만 알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소문이가 날 만큼 난 유명맛집을 찾아간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날 우리 가족이 선택한 메뉴는 11만원짜리 자연산모듬회 대짜. 평소 동네 횟집에서 네 식구가 먹던 가격 견적에 비하면 좀 많이 헐한 편이라 양이 부족하진 않을까 우려했는데, 서비스로 나온 이런저런 기본 음식들과 곁들여 먹어본 결과 아주 맛나고 알차고 만족스럽게 먹을 수가 있었다.
그 만족스러움 덕분에 한 가지 새삼 알게 된 사실이 있었으니, '실비자연산횟집'이라는 음식점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가 바로 그것이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아무 생각도 없었으나 여름 피서지인 동해 바닷가에서, 그 정도 맛난 자연산 회를, 겨우(?) 11만원 남짓한 가격에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는 횡재 같은 사실에 비춰보니 '시장 도매가격 정도 실비 수준으로 맛난 자연산 회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은 게 '실비자연산횟집'이구나 싶었다. 20년 단골이 괜히 있는 게 아니고, 나처럼 한 번 가본 사람은 또 가고 싶어지게 만드는 게 허투루, 거저 되는 게 아닌 거다.
장사꾼이라기보다는 근면성실한 농부님 같은 느낌을 간직한 부부가 운영해 믿음이 가는 울진 실비자연산횟집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을 한다. 매주 일요일은 정기휴무이며. 오후 1시30분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타임으로 일반 음식점들보다는 브레이크타임이 다소 긴 편이니 방문 시 참고하시기 바란다.
식사 후에는 걸어서 1~2분 거리에 작은 백사장을 낀 바다와 해안 산책로도 있는 만큼 시원한 동해 바다 풍경을 눈에 담으며 산책을 즐기는 것도 한번 추천해주고 싶은데,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더위 속에 바닷가 걷는 걸 싫어하는 분들은 바로 앞에 오션뷰가 끝내주는 카페도 하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