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opywriter Diray_ Prologue
한창 새로운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다. 익숙한 사람보단 낯선 상대에게서 오는 특유의 안정감이 좋았다. 내 히스토리를 모르는 사람, 나의 약점을 들키지 않은 사람 앞에선 좀 더 마음 놓고 기고만장해질 수 있달까.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좀 더 멋있게 포장하고 싶어 진다. 가령,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도 괜히 자랑스럽게 '카피라이터'라는 대답을 하는 것이다. 직장인이 아닌 직업인으로 나를 소개하는 기분은 꽤나 괜찮다. 심지어 영어 단어니, 멋들어지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 소개에 따라오는 대답들은 늘 시원찮았다.
지금에야 드라마 <대행사> 덕분에 조금씩 내 직업을 맛본 사람들이 생겼으나, 그전에는 카피라이터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십중팔구였다. 물론 세세히 알아달라는 건 아니다. 나도 다른 직업군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모르니까. 문제는 설명이다. 좀 더 풀어서 말해주길 원하는 눈초리들 앞에서, 나는 늘 내 직업을 뾰족하게 설명해주지 못했다. 어.. 그러니까.. tv광고 보시면 나오는 문구들 있죠? 그걸 제가 써요.. 얼버무려 대답하긴 해도,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tvc카피는 하는 일의 새발의 피에다, 결정적으로 내가 하는 일은 마케팅이 아니다. 물론 마케팅, 세일즈적 관점을 키우는 게 요즘 하는 훈련이긴 하지만.. 업 자체에는 미묘하면서도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걸 설명하기 시작하면 단언컨대 3줄 요약해달라는 원성이 쏟아질 것이다. 더군다나, 사실 나도 내가 정확히 뭘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나도 나에게 묻고 싶다. 그래서 카피라이터가 뭐 하는 사람인데..?
어떻게 카피라이터가 되었는지, 카피라이터는 뭐 하는 사람인지, 뭐 때문에 집에 못 가는지, 왜 그 광고는 카피가 그런 식인지.. 나도 아직 정립 못한 내 정체성을 찬찬히 읊어보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광고가 궁금한, 혹은 카피라이터가 궁금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비록 아직 가소로운 4년 차 카피라이터의 조언(?)이 되겠지만 말이다. 잘 풀어 볼게요. 아좌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