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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웨딩을 준비하는 예비부부에게

부부로서 함께 살아갈 삶의 예행연습

by amy moong


셀프로 작은 결혼식을 준비한다면, 그 과정 속에서 신랑과 신부는 마치 동업자가 된 마냥 인생의 큰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함께 설계하고 완성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그 과정이 늘 설렘으로만 가득한 건 아니다. 직접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기에, 자연스레 ‘차이’와 ‘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신랑 신부는 어쩌면 처음으로 깊은 다툼의 시간을 보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시간이, 결혼 이후의 삶을 함께 살아갈 두 사람이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고 때론 함께 부딪히며 해결해 나가는 법을 배워가는, 귀한 연습의 시간이라 느꼈다.



— ‘생각’의 차이, 그리고 믿어주는 용기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과 의견은 조금씩 다르다. 아무리 ‘스몰웨딩’이라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더라도, 세부적인 준비과정에서의 우선순위나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의견을 나누는 태도와 서로를 믿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은 각자가 더 잘하는 영역을 맡아 진행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업무 분담’이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은 단순한 역할 분배가 아니라, 서로가 맡은 역할에 대해서는 온전히 믿고 존중해주는 것이다.


서로의 생각이 다를 땐, 일단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되, 최종 결정은 그 일을 맡은 사람이 내리도록 믿고 맡기는 걸 추천한다. ‘맡겼으니 난 몰라’식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반대로 상대가 맡은 일에 대해 끊임없이 간섭하거나 통제하려 한다면 오히려 서로 간의 신뢰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다. 나는 꼼꼼한 성격이라 음식, 드레스, 반지 등 외부 업체와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과 조화 데코 관련 준비를 주로 맡았고, 배우자는 시각적 감각과 기술적인 능력이 뛰어나 청첩장/스티커 제작, 사회자 대본 작성, 배경음악 리스트 정리 등 감성적이고 기술적인 영역을 책임졌다. 나머지 예식장 꾸미는 일은 그때그때 의견을 나누며 함께 진행했다.


서로의 의견이 충돌할 땐, 각자의 생각을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전달’하는 데에 집중했고 마지막 결정은 그 부분을 책임지는 사람이 내릴 수 있도록 믿고 맡기려고 노력했다. 때로는 상대의 제안에 귀 기울여 내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반대로 내 의견을 다시 설명한 후 그대로 밀고 나가기도 하면서 말이다.



— ‘기준’과 ‘속도’의 차이, 그리고 조율하는 대화


결혼 준비를 함께 하다 보면, 두 사람의 ‘체력’ 그리고 ‘열심히’에 대한 기준의 차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더라도, 준비하는 속도나 집중하는 에너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사람은 “왜 나만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고 있지?”— 라는 생각에 상대에 대한 불만이 생기는 순간도 종종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대화’, 그 중에서도 상대를 향한 비난이 아닌,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 나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고 부드럽게 ‘잘’ 전달하는 방식의 소통이다.


— 왜 아무것도 안 해? 왜 나만 이렇게 준비해? 도대체 뭐하는거야? 와 같이 상대를 비난하는 감정 섞인 말은 방어적인 반응을 유도할 뿐이지만,


— 나는 이 부분을 이렇게 준비하다보니, 때론 조금 지치기도 하고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해.

— 네가 이 부분에서 조금만 더 힘을 보태준다면, 나도 더 힘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식으로 내 감정을 솔직하고 부드럽게 전달한다면, 상대는 내 마음을 더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이 손을 내밀게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나는 꽤 계획적인 스타일이고 배우자는 비교적 유연한 스타일이었기에 준비 속도에서 오는 엇박자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동안 우린 진솔한 대화를 많이 나눴고 나와는 다른 상대의 특징을 ‘다른 리듬’으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연습을 하며 점차 건강한 균형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상대가 ‘내 기준’까지 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내려놓되, 둘 사이의 소통 이후 상대의 작은 변화나 노력을 발견하는 데 더 집중하려 했다. 그렇게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프로젝트를, 우리만의 호흡으로 무사히 잘 완성할 수 있었다.



— 부모님의 개입에도

‘우리다움’을 지키는 용기


하나 더 덧붙이자면, 결혼 준비에서 종종 마주하는 건 바로 ‘부모님의 개입’이다.

다행히 우린 양가 부모님의 큰 간섭 없이 우리 뜻대로 준비할 수 있었지만, 주변을 보면 부모님의 의견과 충돌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이럴 때 중요한 것은, ‘불효’라는 감정에 얽매이기보다는 ‘주체적인 태도’를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다운 결혼식을 만들어가려면
때론 적당한 거리두기와
미움받을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물론 부모님의 다른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다. 충분히 경청하되, 최종 선택과 결정은 당사자인 두사람이 직접 내리는 것이 가장 건강한 방식이라 믿는다. 결국 이 결혼식은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갈 인생의 첫 장면이니까.



— 결혼 준비,

함께 살아갈 삶의 예행연습


돌아보면, 스몰 웨딩을 준비한 시간은 단순한 결혼식 준비가 아닌,

앞으로 부부로서 함께 살아갈 삶을
연습한 시간이자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누구 하나가 일방적으로 이끄는 것이 아닌,

각자의 생각과 방식을 존중하고 조율하며 함께 만들어간 시간이었으며,

그 안에 녹아든 충돌과 이해, 타협과 성장의 순간들은 결혼 이후의 삶에 가장 튼튼한 뿌리가 되어주었다.


특히 셀프로 진행하는 작은 결혼식은 분명 쉽지만은 않다.

어느 정도의 소규모로,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결정할 것도, 부딪힐 것도, 직접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그 모든 선택의 중심엔 오로지 신랑, 신부만 존재하기에, 가장 중요한 업무파트너는 바로 ‘서로’가 아닐까.


그렇기에 그 과정 속에서 둘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풀고 서툴지만 함께 의미를 완성해나가는 그 경험은 어떤 값비싼 예식보다도 오래도록 의미 있게 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마치며, 우리처럼 자신만의 색깔로 결혼식을 준비하는 모든 예비부부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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