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한 건 아낌없이, 불필요한 건 덜어낸 웨딩소비
우리는 수제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며 꼭 필요한 부분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고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항목은 과감히 제외하며 우리만의 방식으로 나름의 합리적인 웨딩 소비를 실천했다.
형식보다는 진심에 집중하고, 남의 시선보다는 우리의 마음에 충실하고자 했던 선택들이었다.
혹시라도 작은 결혼식을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실제로 투자한 항목과 제외한 항목을 정리해 보았다.
대관료 : 없음
예식은 배우자가 운영하는 한옥 숙소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별도의 대관 비용은 들지 않았다. 공간을 스스로 구성할 수 있었던 점도 우리 예식이 더 ‘우리 다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다만, 예식을 위해 숙소를 꾸미느라 예식 전 5일과 예식 당일, 그리고 그 다음 날까지 일주일간 숙소 운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매출 손해는 감안해야 했다.
하객 식사 대접비 : 331.2만 원
음식은 1부와 2부 각각 넉넉히 총 60인분씩, 1인당 약 3만 원대로 준비했다.
1부 : 직계가족(10명) + 도와주시는 분들(10명) + 시골 지인(10명) + 마을 어르신(15~20명) + 여유분(10명)
2부 : 직계가족(10명) + 도와주시는 분들(10명) + 신랑신부측 친구(30명 / 친구의 배우자, 아이포함) + 여유분(10명)
직계가족과 도와주시는 분들은 1, 2부 식사 모두 제공
생각보다 음식이 많이 남긴 했지만 하객을 대접하는 식사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항목이라 아끼고 싶진 않았다. 인당 2만 원대 메뉴도 가능했고 박스케이터링처럼 더 저렴한 방식도 있었지만 음식만큼은 온전히 마음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우린 1, 2부로 나눠 진행하다보니 중복되는 인원도 있었고, 마을에서 하는 결혼식이라 마을분들까지 초대해야 했기에, 작은 결혼식임에도 총 인원은 적지 않게 되버렸다. 하지만 더 작은 규모로 진행한다면 이 비용은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웨딩 의류 및 소품 구입 : 총 56.5만 원
웨딩드레스, 예복, 웨딩슈즈, 베일 구입비 : 48.1만 원
살사용 구두, 구두장식, 헤어꽃핀 : 1.2만 원
부케, 부토니아, 헤어피스, 코사지, 장갑 : 7.2만 원
드레스와 예복은 모두 온라인을 통해 각자 10만 원대에, 웨딩 슈즈와 베일도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저렴하게 구입했다. 우리처럼 화려한 치장보다는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찾는데 집중한다면 온라인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디자인의 옷과 신발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조화 부케와 부토니아, 헤어피스도 5만 원대에 구입했고 나머지 코사지와 혼주용 장갑은 테무에서 더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생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퀄리티였고 예식 후에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어 더 좋았다.
헤어메이크업(신랑신부, 가족) + 헬퍼 : 139만 원
비용이 부담스러워 고민도 많았지만 결국 투자하게 된 항목이다. 특히 신랑신부 메이크업은 출장비와 헬퍼비까지 포함된 다소 높은 금액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물론 꼭 필요한 항목은 아니지만,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날을 조금 더 특별하게, 소중하게 기억되게 만들어준 투자였다.
웨딩반지 : 165만 원
예물은 생략했지만, 웨딩반지만큼은 조금 욕심을 냈다. 커플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우리에겐 의미 있는 상징이었고, 지금도 일상에서 가장 애정하는 반지로 잘 착용하고 있다.
물론, 이 비용 역시 생략할 수 있는 항목이다. 두 사람의 굳은 사랑만 있다면 만 원짜리 실반지라도 충분히 의미 있으니까.
웨딩촬영 : 40.8만 원
지인 찬스를 통해 30만 원에 자유로운 야외 촬영을 진행했고, 예식 당일 사진도 지인이 직접 촬영해 줬다. 전문 스냅 작가 없이도,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촬영 의상도 평소 활용 가능한 옷 위주로 준비해 실용성을 높였다.
만약 지인 찬스가 없다면 셀프 촬영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쇄 제작물 : 총 3.2만 원
청첩장 : 1만 원
스티커 : 1.3만 원
2부 안내문 : 9천 원
청첩장과 스티커, 안내문의 모든 디자인은 배우자가 직접 작업했고 인쇄만 업체에 맡겼다.
요즘은 AI 디자인 도구들이 잘 마련되어 있어, 디자인 경험이 없더라도 조금만 시도하면 본인이 직접 충분히 멋진 결과물을 생성해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혼주 한복 대여 : 45만 원
혼주어머님 두 분 모두 대여 한복을 착용하셨다.
만약 기존에 보유한 한복 색상이 맞지 않더라도(신랑 : 블루계열 / 신부 : 핑크계열) 부모님과 협의만 잘 된다면, 그대로 입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하지만 부모님이 강하게 원하신다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대여로 준비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 않을까?
예식장 장식 : 총 67.9만 원
조화 재료비 : 24만 원
방석, 천, 아치, 사진장식 : 36.8만 원
조화 팜파스, 화병 : 5.7만 원
풍선, 꽃잎 등 기타 소품 : 1.4만 원
장식의 대부분은 직접 만들거나 테무 등에서 저렴하게 구입했다. 특히 조화 센터피스는 직접 만들어 재료값만 들었다. 물론 결과물은 매우 어설펐지만 직접 만들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그리고 하객 좌석용 방석 비용이 예상보다 많이 들긴 했지만(약 21만 원), 하객들이 앉을 공간이라 아깝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최종 결혼 비용
848.6만 원
예물/예단
단순히 형식적인 주고받음에는 관심이 없는 우리였기에 예물/예단은 과감히 제외시켰다.
혼수
큰 집에 크게 욕심이 없는 우리는 새 집을 구하기보다는 그냥 배우자가 살고 있는 투룸에서 함께 살기로 했다. 그렇다 보니 별도의 혼수는 준비하지 않았다.
폐백용 한복
우리만의 방식으로 예식을 구성했기에 폐백은 넣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폐백 한복도 준비하지 않았다.
사실 우리는 처음부터 예산을 정해놓고 결혼 준비를 시작한 건 아니었다.
‘스몰 웨딩’을 원했던 이유는 단순히 결혼 비용을 아끼기 위함이 아니라,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 다운 결혼식’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지출보다는, 정말 필요한 부분에는 아낌없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항목은 과감하게 덜 어내며, 결과적으로는 약 850만 원이라는 비용으로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하루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만약 비용을 조금 더 줄이고자 했다면, 웨딩반지와 헤어메이크업을 생략했을 경우 약 500만 원대, 예식을 1, 2부로 나누지 않고 하객 수를 줄여 한 번만 진행했을 경우에는 약 300-400만 원 대로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결혼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이게 아닌가 싶다.
내가 정말 원하는 모습으로,
나중에도 후회 없이
기억할 수 있는 결혼식인가
그렇기에 두 사람이 가능한 예산 안에서 합리적이고도 나다운 웨딩소비를 한다면, 가장 후회 없는 나다운 결혼식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