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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답게 결혼한다는 것, 그 뒷이야기

그날을 위한 수많은 망설임과 그 뒤에 찾아온 아쉬움

by amy moong


우리는 흔한 공장식 예식을 벗어나, 오롯이 우리 두 사람의 색깔을 담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채워나가는 결혼식을 선택했다.


정해진 형식도,
따라야 할 틀도 없이,
우리만의 방식으로


두 달여의 준비 기간 동안 우린 어느새 웨딩 플래너이자 행사 기획자가 되어,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 시간은 분명 값지고 소중했지만, 동시에 결코 쉽지만은 않은 여정이었다. 수많은 선택의 무게가 존재했고 끝내 담지 못한 순간들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 과정에서 가장 고심했던 점, 그리고 예식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느껴졌던 아쉬움들을 하나씩 조심스레 풀어보려 한다.



— 초대의 기준, 마음의 저울질


누구를 어디까지 초대할 것인가

예전에 일반적인 결혼식을 상상했을 땐 ‘어느 정도 인간관계가 정리된 나이라, 초대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데.. 괜찮을까?’— 하는 걱정을 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작은 결혼식’을 준비하려고 하니, 오히려 초대하지 못하는 이들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고 마음을 쓰게 되었다.


사실 1부 초대손님은 직계가족, 친지, 시골 지인들 그리고 마을분들로 대략 정해져 있었기에 크게 고민하진 않았다. 하지만 2부 초대손님은 친구들이었기에 고민은 깊어져 갔다.


우리가 선택한 공간은 최대 수용 인원을 기준으로 직계 가족(10명), 도와주시는 분들(10명)을 제외하면 각자 최대 15명 정도만 초대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 가정을 꾸린 친구들이라 배우자나 아이와 함께 오는 경우도 많아 실제 초대 가능한 친구 인원은 대략 10명 남짓이었다. 이 제한된 숫자 안에서 누굴 먼저 초대할지를 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조심스러운 과정이었다.

오래도록 함께했지만 최근엔 결혼과 육아 등으로 자연스레 거리가 생긴 친구, 반대로 오래되진 않았지만 어떤 계기로 가까워진 인연들 사이에서 서로 다른 시간과 관계의 깊이를 줄 세우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단체 모임의 경우, 모두를 초대하자니 인원이 부담되고, 몇 명만 부르자니 누군가는 서운해할까 마음이 쓰였다.


무엇보다 ‘초대했지만 참석하지 못한 것’과, ‘애초에 초대하지 못한 것’은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기 때문에 더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혹자는 “그럼 그냥 다 초대하면 되지 않냐”—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기준 인원을 넘어서는 순간 주차 공간, 좌석 배치, 음식 준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줄줄이 따라오기 때문에 결코 가볍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우리는 우리가 초대해 놓고 자리가 없다거나, 식사를 못 하게 되는 상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그냥 가족끼리만 하자’ 하기엔 아쉬움이 남고, 그렇다고 인원을 늘리자니 물리적인 어려움과 ‘작은 결혼식’의 의미가 퇴색될 것 같아 무척이나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마지막까지 초대할까 말까 망설이게 되었던 분들에겐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초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아있다.



— 여유시간의 부족


우리 예식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했고, 그 사이에 약 1시간 30분의 휴식 시간을 계획했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거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너무나도 빠듯하고 숨 가쁜 시간이었다.

1부 예식이 끝난 뒤 이어진 사진 촬영은 예상보다 길어져 2부 다과를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었고 1부 마지막 행진 도중 내가 울어버리는 바람에 메이크업 수정에도 시간이 꽤 걸렸기 때문이다.

그 사이 2부 하객들이 속속 도착했지만, 나는 그들을 직접 제대로 맞이할 수도 없었건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셀카 한 장 남길 여유도 없었던 게 정말 많이 아쉽다.


지금 생각해 보면, 휴식 시간을 2시간 정도로 넉넉히 잡았더라면, 혹은 1부를 예식부터 먼저 시작하고(12:30~13:00) 뒤에 식사를 이어갔더라면(13:00~14:30), 조금은 더 여유시간을 확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만 더 여유가 있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그들과 더 오래 눈을 마주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또 하나는, 1부와 2부가 끝난 뒤 사진촬영으로 인해 마지막 배웅을 충분히 하지 못한 점이다.

돌아가는 하객들의 손을 꼭 잡고 눈을 바라보며 한 명 한 명에게 ‘고맙다, 감사하다’— 라는 인사를 직접 전하고 싶었는데, 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그래서 만약 시간이 더 여유로울 수만 있다면, 예식 시작 전에 도착한 하객과 미리 사진을 찍어두는 방식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 결국 하지 못한 두 가지,

마음에 남은 아쉬움


이번 예식을 준비하며 끝까지 고민했지만, 결국엔 생략했던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1부 예식에서의 손 씻기 세레모니

전통 혼례를 찾아보던 중 발견한 의식이었는데, 새 삶을 시작하는 준비로서 맑은 마음으로 상대를 맞이한다는 의미가 참 좋았고 시골이라는 배경과도 잘 어울렸다.

하지만 예식이 길어질까 봐 마지막에 뺐었는데 그 결정이 지금도 살짝 아쉽다.


두 번째는 2부 예식에서의 부케 전하기.

형식적으로 미혼 친구를 불러내 부케를 던져 받게끔 하는 방식은 하고 싶지 않아 뺐던 순서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의 각자 마음속에 떠오르는 한 사람에게 깜짝 선물처럼 부케를 건네줬다면, 또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우리 둘 모두에게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신부 하객이 있었기에, 서로의 친구에게 부케를 전하는 작은 이벤트로 미래의 그 순간을 미리 축복해 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던지는 부케’가 아닌, ‘마음을 담아 건네는 꽃다발’이었더라면 모두에게 의미가 깊었을 텐데 말이다.




물론, 이 외에도 작은 아쉬움은 많다.

예식장을 생각했던 대로 다 꾸미지 못한 것, 입장할 때 드레스 자락을 너무 높이 들어 올린 것, 1부 때 베일을 하지 않은 것, 듀엣 공연 중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 하객 소개를 다소 밋밋했던 것, 웃지 않고 진지한 얼굴로 공연 감상을 했던 것, 춤을 조금 더 박력 있게 추지 못한 것, 그리고 예식장에 길냥이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챙기지 못한 것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날의 모든 부족함은 다 용서되는 것 같다.


비록 ‘완벽하게 꾸며진 하루’는 아니었을지라도,

우리답게, 소박하게, 마을잔치처럼, 모두의 축제처럼,


‘우리의 마음이
가장 잘 담긴 하루’ 였다.


시간이 조금만 더 흘러 올해쯤 예식을 준비했더라면, 아마도 AI의 도움으로 자료 조사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복잡한 선택의 순간들도 훨씬 더 가볍게 넘길 수 있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에 어쩐지 조금 아쉬운 마음이 스치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바로 그 서툴고 복잡했던 순간들이 있었기에 우리의 결혼식이 더욱 값지고 우리 다운 날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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