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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스몰웨딩의 정석’이라 부르고 싶다

작은 결혼식이 내게 안겨준 것들

by amy moong


— 그렇게 우린 진짜 ‘부부’가 되었다.



나는 종종,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과 어떻게 결혼하게 될까?’— 라는 상상을 하곤 했지만, 이렇게 맞이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결혼식만 바라보며 달려온 약 두 달 남짓의 시간 동안, 평소 완벽주의자에 걱정이 많은 나는 작은 것 하나를 결정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 고민하곤 했다. 어떻게든 최선의 선택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더욱 깊어졌고, 그럴수록 머릿속은 금세 복잡해졌다.


어느 날은 이 모든 것이 완성된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만 봐도 눈시울이 붉어졌고, 결혼 소감을 말하는 장면을 떠올리다 별안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기도 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서 잔잔히 밀려왔다.


그건 지금껏 살아오며 겪어온 익숙한 감정들과는 분명히 다른 종류의 감정이었다. 설레면서도 벅차고,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아득한, 그 낯설고도 깊은 울림이 나를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감싸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결혼식 전날 밤에도 실감은 나지 않았다. ‘정말 내가 결혼하는걸까?’— 라는 막연한 생각만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전날까지도 준비에 온 에너지를 다 쏟아낸 덕분인지 편안하게 잠도 잘잤다.



예식이 끝난 후엔,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듯한 허전함과 아쉬움 만이 남을 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충만함이 계속해서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두 달이라는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보람’과

이제 이토록 찬란한 순간은 다시 맞이할 수 없다는 ‘아쉬움’

그리고 아쉽게 함께하지 못한 이들과도 언젠간 이 따스한 순간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까지 차례로 내 마음을 스치며 지나갔다.


여기저기서 도착한 결혼식 사진과 영상을 하나씩 확인할 때면, 그 속에 담긴 하객들의 웃음과 행복한 표정에

그들에게도 좋은 추억을 선물할 수 있었다는 ‘뿌듯함’까지 조용히 차올랐다.

그 만족감과 값진 추억은 정형화된 틀에 맞춘 결혼식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귀한 것이었다.



다음날, 그리고 다다음날까지도 어질러진 공간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조금씩 현실로 돌아왔지만, 지금까지도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 그 모든 순간의 중심엔

우리 두사람 만이 아닌,

‘함께 만들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 ‘초대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 ‘살아생전 황금들판을 처음 봤다’는 말이

— ‘영화 한편 본 것 같다’는 말이

— 무엇보다 ‘너 다운 결혼식이었다’는 말이


앞으로의 내 삶에 오래도록 힘이 되어줄 것 같다.

지금도 종종 사진 속 하객들의 환한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날의 온기를 다시 느끼곤 한다. 그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떠들 수 있는 추억거리 하나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행복하다.



— 마지막으로 내 배우자,

‘그’가 아니었다면 하지 못했을 이 결혼식



결혼 전 하나의 커다란 프로젝트를 두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잘 끝내고 나자, 결혼 이후의 삶에도 확신이 생겼다. ‘우리 둘이라면, 앞으로 무슨 일이 있든 잘 해낼 수 있겠다.’는 단단한 믿음과 자신감이, 우리 앞에 놓일 미래를 더이상 두렵지 않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단순히 ‘골치 아팠던 결혼식을 끝냈다’는 느낌보다, 둘만의 감도와 손길로 완성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성취감’이 더 크게 남았다. 그 감정을 느끼고 나자 이후의 우리 일상은 한층 단단해지고 더욱 풍요로워졌다.



— 우리는 우리의 결혼식을

감히 [스몰웨딩의 정석]이라 부르고 싶다.



여느 웨딩처럼 화려하진 않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가까이 소통하며 사람 냄새 나는 온기 가득한 하루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꿈으로만 남았을, 내가 오래도록 상상해온 스몰웨딩을 정말 ‘제대로’ 해낼 수 있었던 것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다짐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늘 주변을 밝히며
다정하게 살아나가겠다고.




만약 인생에서 단 한 번, 가장 의미있는 하루를 만들고 싶다면 “본인이 직접 만들어가는 결혼식”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그 경험은 개인적인 만족을 넘어, 앞으로의 두 사람의 삶을 더욱 지혜롭고 단단하게 해줄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처럼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지 않은 예비 부부에게는, 둘 만의 특별한 공간을 구하고 꾸미는 일부터 쉽지 않을 것이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보고 직접 챙기는 과정이 여간 만만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일지라도, 처음부터 끝까지가 어렵다면, 예식의 한 부분만큼이라도 두 사람이 함께 직접 머리를 맞대고 바삐 움직여보길, 본인의 결혼식을 위해 작은 부분이라도 본인이 직접 준비해보길 바란다.


그래야 그 소중한 하루가

단순히 스쳐 지나가버리지 않고

진짜 ‘의미 있는 순간’으로

마음 깊이 새겨질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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