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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Oct 04. 2021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 한다?!?

  “엄마, 배고파요.”


뭐?? 배곺?!!  너 방금… 두 그릇 먹었잖아.


 “도통아… 너… 배고플 리 없어. 다시 생각해 봐.”


 그러자 지나가던 고여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아유… 국주야. 도통이가 배고프다고 하면 진짜로 배고픈 거겠지. 애들은 거짓말 안 혀.”


아니, 저건 차라리 거짓말 이어야 한다. 저게 진실이라면 그것도 그것 나름 심각한 문제다.

녀석이 대답했다.

 

 “아니에요. 할머니. 괜찮아요. 내가 좀 참아볼게요.”

 “그럴려? 아유… 우리 손주 착하네. 배고파도 좀만 참고 있어. 할머니가 버터에 식빵 구워줄게.”


왓더?!? 버터에 식빵?!? 제발 그만둬요. 엄마.


그렇다면 정말로… 아이들은 거짓말을 안 할까?

(엄마들의 아우성이 벌써부터 들리는 듯…)


이번엔 살짝 과거로… 도통이가 다섯 살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하루는 녀석이 장난을 치다 물을 엎질렀다.


 “도통아, 이거 누가 엎질렀어?”


 잠깐 고민을 하던 녀석이 이렇게 대답했다.


 “아빠가….”


 아… 하하하. 녀석은 내가 뻔히 보고 있는 앞에서 물을 엎질러 놓고도 함께 있지도 않았던 아빠한테 그 죄를 뒤집어씌웠다. 그러자 방에 있던 신랑이 억울한 마음에 튀어나와서 항변했다.


 “도통아!! 아빠는 방에 있었는데?!? 이거 누가 엎질렀는데?”


 그랬더니 녀석이 또 한 3초간 고민을 하더니 대답을 했다.


 “… 엄마가…”


하… 하…. 이 새끼가…

내가 녀석을 물을 엎질렀다는 이유로 혼낸 적이 없건만, 왜 그리 사활을 걸고 거짓말을 했던 걸까. 그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 다섯 살짜리의 본능적인 방어기제였는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있다 해도 내가 알 수 없고…


그렇다면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열 살 도통이는 어떨까? 요즘 일주일에 반이상을 zoom 수업을 하는 도통이… 며칠 전부터 수업하기 전에 머리를 빗어달라고 요구를 하는 것이었다. 충분히 수상했다.


 ‘이 녀석… 같은 반에 좋아하는 여자 친구라도 생겼나?’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흐뭇한 마음으로  군말 없이 물까지 발라줘 가며 머리를 빗어줬다.

그런데 하루는, zoom 수업을 하다 말고 뛰쳐나와서 머리를 빗어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어? 이건 아닌데? 왜 수업을 하다 말고 나와서 머리를 빗어달라고 하는 거지? 그래서 물었다.


 “도통아, 너 왜 자꾸 머리를 빗어달라고 해?”


그랬더니 녀석에게서 의외의 대답이 튀어나왔다.


 “응! 선생님이 빗고 오래.”


아?? 선생님이??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나는 그날 바로 녀석들을 데리고 헤어숍을 갔다. 고민할 것도 없었다. 녀석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고 머리를 빗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빗어줄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시켜서 억지로 빗는 것이라면? 나에게는 그걸 계속해줄 이유도, 의향도 없다. 선생님께서 이 머리를 맘에 안 들어하신다면 그 원인을 제거하면 그만이다.


 “이 놈들 머리… 빡빡 밀어주세요.”

  (막냉이도 덩달아 밀어버림.)


어차피 놈들도 지들 머리카락에 애착 같은 건 없다. 수업 도중에 튀어나와서까지 머리를 빗어야 할 이유 따위 사방으로 찍어봐도 없었다.


그런데 나의 이 깔끔한 판단이 도통이로 하여금,

‘아… 우리 엄마가 또 빡쳤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안 빗어도 되는 깔끔한 머리 1, 2

다음날, 도통이에게 zoom 수업을 시켜놓고 운동을 가려고 현관을 나서는데… 노트북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도통아, 머리 시원하게 잘랐네?”


 순간… 나는 모든 행동을 정지했다.

 내용이 무엇이건 간에 담임 선생님에게서 내 아이의 이름이 나오면 세상이 일시 정지 상태가 된다. 심지어는 저 평범한 질문에서 왜때문인지… 불안감이 스물스물 피어올랐다.


도통이 엄마 경력 9년 차의 직감이 말했다.

지금 당장 달려가서 녀석의 입을 틀어막아라. 아니, 노트북 뚜껑을 닫아라. 그런데… 그럴 새도 없이 녀석의 입에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네. 선생님께서 자꾸 머리 빗으라고 하시니까, 엄마가 열받아서 그냥 밀어버렸어요.”


 아… 씨바… x 됐다.

그렇다고 zoom 화면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놈의 멱살을 잡고 탈탈 털 수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발길을 돌려서 하체를 조지러 갔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

 에너지와 운동 에너지 (and 그 밖의 다른 에너지)는 상호 전환이 가능하며, 이때 총량은 일정하다.

다시 말해 나는 이 에너지(분노)를 열손실과 함께 운동에너지로 전환을 시키는 것이 시급했다.


그래, 그러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건만,

내가 간과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때 발생한 열 에너지가 한없이 방대하다는 것이었다. 에너지의 총량은 일정하다. 즉, 엔간한 운동으로는 이 분노를 전부 승화시키는 것이 불가했다. 나는 집에 돌아와서도 잔재되어 있는 열… 아니, 분노를 즈려 잡고 녀석에게 물어봤다.


 “너… 왜… 선생님이 머리… 왜 그렇게 대답했어?”


 그 말을 들은 녀석이 태연하게 말했다.


 “응? 나는 솔직하게 대답한 것뿐인데?”


녀석의 눈은 ‘나는 솔직했을 뿐인데 뭐가 문제지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 녀석은 그저 솔직했을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놈을 잡을 명분이 없었다. 그렇다고 운동을 더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간 이 에너지가 운동에너지가 아닌, 생명 에너지와 등가 교환이 될 것 같았다.


하여 친구에게 하소연을 했다. 이럴 때 아줌마들한테는 또 수다만 한 게 없어서…


 “윤아, 글쎄 zoom 수업 때 ₩@&@, 머리를 ₩&:₩&;&&;;& 그랬는데 도통이 놈이 ₩&₩&3&.”


한참 듣던 친구가 하는 말,


 “꾹, 근데… 아무래도 도통이가 니 머리 꼭대기에 있는 거 같은데?”

 

뭐? … 왜?!? 또 나만 모르는 게 뭔데?!?


“내가 아까 도통이를 만났는데… 도통이한테 ‘머리 잘랐네?’ 라고 했더니 도통이가 그냥 웃으면서 ‘네! 시원하게 잘랐죠?’ 라고 대답했어.”


왓 더?!? 그놈… 평범한 대답이 가능한 놈이었어??

그런데 왜 선생님한테는… 하?!?


그렇다. 열 살 도통이는 더 이상 눈에 보이는 쓸데없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녀석은 이제… 거짓말이 아닌 진실로 어른들을 주무를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이다. 열 살… 결코 만만한 나이가 아니다.

 

나도 이제 슬슬… 정신을 다 잡을 때가 온 것 같다.

사춘기 아들과 동거하기’ 글을 연재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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