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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Feb 16. 2022

이상한 여행의 아이들과 호랑이

“엄마, 기차 타고 여행 가고 싶어.”


왓… 늬들… 그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고는 있니?


 “응. 그래… 막냉아… 근데… 기차로 여행 가려면 엄마 차 없이 다녀야 해. 그래도 괜찮겠어?”

 “응!! 울산에도 기차 타고 간 적 있어.”


아니, 그거야 울산에 할머니가 자차를 가지고 계시니까 가능했던 거고.


하… 그래… 백문이불여일행.

내가 암만 씨부려봤자 소용없다. 그냥 지들이 진하게 한번 겪어봐야 한다.


오케이!! 가자!! 기차 여행!!

그런데… 본능이 이성을 지배하는 저 놈들을 나 혼자서 몰고 돌아다닐 용기는 없었다. 신랑?? 놈들과 다를 바 없다. 그냥 놈들의 큰 버전일 뿐이다. 나의 어리석은 이 용기가 슬픈 결말을 초래할까 두려웠다. 하여 기차 여행의 전문가님을 모시고 갔다. (모시고 갔다기보다는 내가 얹어 간 거지만…)



1박 2일임… 진짜로.

아하! 오해하지 마시라.

9박 10일이 아니라, 1박 2일이다.


녀석들을 지하철 구석에 몰아넣기

자, 기차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미션은?!

단연 ‘제시간에 기차 타기’다. 기차역에 이르기까지 본능이 지배하는 저 녀석들을 몰고 알람처럼 몰려드는 지하철과 버스를 시시적절하게 골라타는데 성공해야 한다. 실패하면 x 된다.


안녕, 기차

아… 물론 만나는 기차, 헤어지는 기차마다 매번 인사도 해야 한다. 우리가 보기에 세상 쓸모없어 보여도 놈들에겐 굉장히 중요한 일정이니 반드시 스케줄에 포함시켜야 한다.


어찌어찌 목적지에 도착했다.

늘 그렇듯… 계획은 지금부터 짜면 된다. 기차여행의 전문가님 (대충 줄여서 지애라고 하겠다.) 지애가 물었다.


 “도통아, 도통이는 뭐 좋아해?”


으흥?! 그걸 왜 저 놈한테 묻는 거지?

하… 도통아… 여기는 춘천이다!!! 제발 닭갈비라고 말해주렴!! 너도 눈이 있다면 도처에 널려있는 닭갈비집이 보일 거 아니니?!? 우리 쉽게 쉽게 가자!!!

고민하던 녀석이 말했다.


 “네!! 저는 우주랑 동물을 좋아해요!!”


어… 그래, 너는 그렇겠지.

그런데 도통아, 과학관이랑 동물원이 그렇게 흔히 있는 게 아니란다. 그런데 녀석의 옵션을 들은 지애가 쿨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우리 동물원에 갈까?”


응?!? 왓더… 춘천에 동물원이 있었어?!?!


육림랜드

있었다!?! 심지어 동물원 정문에는 동물원과 놀이동산을 겸하고 있노라고 당당하게 쓰여있었으며, 그 이름은… 하?! ‘육림랜드’였다!!!!


와… 육림랜드? 아니, 무슨 동물원 이름이 저따위지?!? 생각의 저편에서 둥실둥실 떠오르는 ‘주지육림’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눌러 앉히며… 저 작고 낡은 동물원이 은나라의 ‘주지육림’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을 것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서는 뭉게뭉게 불안함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놈들은 육림에서도 기차를 탔다.

와… 지겹지도 않냐. 늬들도 참… 일관적이다.


우리는 여기저기 널려있는 허접스러운 놀이기구들 위에 놈들의 엉덩이를 붙여가며 문제의 동물원… 진짜 육림으로 향하고 있었다.


설마하니 정문에 떡하니 있던 곰동상 같은 곰은 없더라도, 양이나 염소 정도는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처음 마주친 친구는 다소 내성적인 수리부엉이?! 였다. 그런데 이 놈 사이즈가….


출처 : Daum 동물 검색

내가 아는 수리부엉이랑은 많이 달랐다. 근데 뭐 저렇게 집구석에만 앉아있으면 그럴 수 있다. 이해하기로 했다. 내가 이해를 안 해주면 누가 해주겠는가.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친구를 만나러 갔다. 갔는데…



$&&$)&)&!!!! 왓더?!? …이었다?! 진짜로 곰이 있었다!! 심지어는 이 곰의 사이즈도 다른 동물원에서 보던 곰들보다 컸다!! 그런데… 무엇보다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야채 먹이 주기 체험에 양, 사슴, 토끼, 염소 그리고 으흥?!? 곰!?!? 방금 이 껴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니 육림팸!! 당신들 이거 진심임??? 육림팸은 저 곰의 간식을 우리가 제공하길 바라고 있었다!! 심지어 곰 간식이라고 준 것이… 당근?! 이었다?!? 우와… 육림팸…


 ‘하… 도대체 저 곰한테 당근을 어떻게 줘야 나는 안 먹히면서 당근만 먹일 수 있을까?’


 … 걱정했는데, 당근을 미끄럼틀에 내려보내면 그걸 곰이 받아먹는 시스템이었다. 뭐… 아무리 봐도 저 곰은 당근보다는 그걸 주고 있는 나를 더 먹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득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남은 당근을 챙겨서 다음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바로 양…이었다. 그런데 이 양들 사이즈도… 조금만 더 크면 낙타와 쌍봉을 이룰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아니, 육림의 짐승들은 어째서 다들 사이즈업이 돼있는 걸까. 그리고 왜때문인지 양은 이미 화가 많이 나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곰보다도 더 난폭한 양들에게 당근을 삥 뜯겼다. (당황해서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그 후로도 동물원 친구들에게 간식을 주며 신나게 돌아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다!!

내가 이 글을 쓰게 만든 주인공…


호랑이 집 앞에 사자 동상

 … 호랑이를…

두 눈을 의심했다. 저거 진짜 호랑이야?? 게다가… 어른들은 최선을 다해 외면했지만, 아이들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던 저거!!


 “엄마! 그런데 이 동상은 사자 아냐? 왜 호랑이 집 앞에 사자 동상이 있어??”


그렇다. 세워져 있는 동상은 왠지 사자였다. 마치 나이키 옷을 입은 아디다스 매장 직원 같은 느낌이었다. 하… 육림팸… 저 질문에는 그대들이 대답해 주시길… 나는 못 하겠으니.


심지어는 눈에 거슬리는 저 노랑색 팻말…


?!?!? 우리가 무슨 수로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는데요?!?

 ‘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육림팸은 우리가 저 호랑이에게 먹이를 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수로!!!! 어떻게!!! 저 호랑이에게 먹이를 준단 말인가?!? 대가리에 총구를 겨누고 시켜도 못 할 거 같은 짓을 육림에서 금지당했다. 육림팸, 이쯤 되면 만나 뵙고 싶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경고.

흐흥!! 내가 그렇게 동물원을 뻔질나게 다녔는데, 호랑이가 영역표시?? 아니, 영역 표시고 나발이고 지금껏 호랑이 울음소리조차 들어본 적이 없다. 참으로 ‘호랑이 먹이 주기 금지’에 버금가는 기우가 아니던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대호가 일어났다?!?


 대호는 우리를 정면으로 노려보며 창살 근처로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용기만 있다면 호랑이 털을  만져볼 수도 있는 그런… 위치였다. 젠장… 창살에 눈을 붙인 대호는 우리를 노려보며 으르렁!? 대기 시작했다. 그렇다. 여기는 육림이었고, 있을 수 없는 일 따위는 없었다. 나는 난생처음 호랑이 울음소리를 육성으로 들었다. 대호는 우리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좌우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계속 으르렁댔다. 허… 저 창살 튼튼한 거 맞겠지? 나 내일 검색어 1위 하는 거 아니겠지?!


그러던 대호가 갑자기 으르렁 소리를 멈추더니, 우리를 향해 엉덩이를 들이밀었다!!!!

순간 떠오른 경고!! 피해라?!?!


나는 녀석들을 안고 슬라이딩을 하며 옆으로 피했다. 발사된 대호의 영역 표시… 피하지 않았다면 반드시 맞았을 거리였다. 하?!? 호랑이한테 영역 표시를 당했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합리적인 의심… 저 대호… 야생에서 갓 잡아온 건 아니겠지?


그 후로도 대호는 대여섯 번의 영역 표시를 더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불운한 소년이 그 결과물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소년!! 방심하지 마라. 여기는 육림이다!!


그렇다. 내가 그동안 동물원에서 본 호랑이는… 무늬만 호랑이였다. 나는 여기, 강원도 춘천 육림에서 진짜 호랑이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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