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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국주 Jul 07. 2023

아이가 수학을 50점을 받아왔다.

엄마, 나도 칭찬해 줘요!

막냉이가 수학을 50점을 받아왔다.

초등학교 산수도 수학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둘 다 공대 출신인 우리 부부로써는 납득할 수, 아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점수였다. 다른 과목도 아니고 수학을?? 신랑이 말했다.


 “여보야, 이건 소문으로만 듣던 점수네요. 막냉이가 둘째라고 우리가 너무 신경을 안 썼나 봐요. “

 

아니다. 우리는 첫째도 신경을 안 썼다.

하… 그렇다고 고작 초등학교 성적 때문에 아이를 혼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혼내야 할 이유라면 저거 말고도 백만 스물한 가지는 더 있었다.

대충 운동화만 챙겨 들고 신랑에게 말했다.


 “여보야, 나 하체(하체운동) 하고 올게요.”

 “어?? 어… 현명한 선택이에요.”


녀석을 잡을 수 없으니 대둔근이라도 잘근잘근 다져야 했다. 아니면 대퇴사두근이라도…


그리고 다음날, 첫째 도통이가 수학을 백점을 받아왔다?!? 내 입에서는 아이의 사기충천용 형식적인 칭찬이 아닌 진심 어린 감탄사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아마도 전날 50점짜리 시험지를 목격한 후라 더 그랬으리라…


 “와!! 진짜 대단한데? 학원도 안 보내주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하지? “


실로 혼잣말 같은 찐칭찬이었다. 그러자 도통이 녀석이 말했다.


 “아, 학원은 엄마가 안 보내주는 게 아니라 내가 가기 싫은 거고요. 성적 안 나오면 엄마가 나 학원 보낼까 봐 특별히 신경은 쓰고 있어요.”


아하?! 그렇구나.

근데 저런 말에는 도대체 뭐라고 대답을 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막냉이 녀석이 말했다.


“엄마, 나도 내 수학 칭찬해 줘요.


응?? 뭐?? 칭찬?? 너의 수학을???

도대체 50점을 무슨 수로 칭찬을 해줄 수 있을까…


“하… 막냉아… 50점을 어떻게 칭찬해 주니??“

“왜요? 반절은 맞았잖아요. 맞은 부분이라도 칭찬해 주세요.“


………??? 아이가 말을 못 할 때는 대화가 안 통해서 열받고, 말을 할 줄 알게 되면 대화가 통할 것 같은데 안 통해서 열받는다.


그리고 비로소 아이와 대화가 통할 때가 오면, 대화가 통해서 열받는다. 오은영 선생님이라면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하셨을까. 역시 ‘아하? 우리 막냉이도 칭찬이 듣고싶었구나.’ 로 시작하셨을까? 고 나발이고! 내가 그걸 잘하면! 내가 닥터 했겠지?!? 무슨 그런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야 이 시키야!! 칭찬은 개뿔!!! 혼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아! 시키야!!“


사실이지 않은가! 50점은 혼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하는 점수다. 나 정도면 어어엄청 관대한 엄마인 것이다. 그러나 녀석은 되려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씩씩대며 망울망울 거리는 눈으로 대답했다.


 “엄마는!! 내가 50점을 받아와도 나를 예뻐해 줘야죠!!! 아니 빵점을 받아와도 나를 사랑해 줘야죠!!”


어라?? 이 시키 봐라?? 내가 왜??


 “엄마가 왜 그래야 하는데? “


그러자 녀석이 말했다.


 “내 엄마니까요!!! 내가 엄마 밥이 맛이 없어도 엄마를 사랑하는 것처럼요!!”


……. 어…. 어?? 어…

여보야, 나 하체 하러 다녀올게요.


뭐지… 이 의문의 1패를 먹은 거 같은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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