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국주 Dec 29. 2021

좀 더 천천히 어른이 되어주길…

 “엄마, 우리는 도대체 젖꼭지가 왜 있어?”


8살 도통이의 질문이었다.

저 말인즉슨, 인체의 다른 기관의 쓸모는 모두 찾았으나 젖꼭지의 쓰임새는 찾지 못했으니, 그건 엄마가 좀 찾아봐라. 뭐 대충 그런 뜻이었다.


하…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도 늬들 젖꼭지의 용도는 모르겠다. 사실은 나도 예전부터 저게 내심 궁금했었다. 그래서 연애 시절, 신랑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선배님, 남자들은 젖꼭지가 왜 있어요?”


연애 시절이었기에 적잖이 당황했던 그가 겨우 했던 말…


 “아니, 그걸 왜 나한테… 하늘이 하신 일을 왜 나한테 묻는 거죠? 후배님?”


아하… 모른다는 뜻이었다.


15년이 지나 이 질문을 내 새끼한테서 고스란히 되받았다. 그래… 이번에도 신랑에게 토스하자!!

미안해요. 여보야.


“응, 도통아. 미안해. 엄마는 잘 모르겠다. 아빠한테 물어볼래?”


그랬더니 녀석이 냉큼 아빠한테 달려가서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녀석을 지긋이 바라보던 그…


 “흠… 여보야… 나 방금 왠지 데자뷰가… 왜 늬들은 나만 보면 젖꼭지의 용도를 묻는 거지? 하… 이 놈 니 새끼가 맞나 봐.”


그런데 가끔은 신랑에게도 넘길 수 없는 질문이 들어온다. 예를 들면…


“엄마, 내 동생은 도대체 언제 만들어줄 거야?”


이런 거!!

이 물건 사놓고 도대체 언제 보내줄 거냐 물어보는 이 진상 고객 같은 질문은 엊그제 7세 막냉이한테서 받았다. 이런 건 배우자에게 넘겨봤자 내가 먹을 물에 내 발을 씻는 꼴이 된다.


분명하게 말하자면 나는!! 셋째 생각이 1도 없다. 물론 셋째가 생기면 소재는 빅뱅 터지듯 무한대로 늘어나겠지. 그런데 나는 소재랑 내 인생을 맞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내가 2023년에 브런치 대상 작가가 된다면 모를까. 하여 제일 만만한 인간에게 토스했다.


 “막냉아, 그건 재희 이모한테 말해볼까? 재희 이모는 아이가 하나라 아직 빈자리(?)가 있을 거야.”

미안하다. 신재희.


 “응? 이미 말했는데? 이모부한테”


왓?!? 이미 말했다고?!? 그것도 이모부한테?!?


 “이모부한테 얘기했다고?? 하… 이모부가 뭐래??”

 “응!! 노력해 보겠데!!”


아… 저 대답이 최선이었음을… 죄송함에 잠시 묵념하고 갑니다.


 “그런데 엄마!! 이모가 지금 동생을 만들고 있기는 한 거야??”


 응. 나도 그게 의문이야.


 “글쎄…. 엄마도 그렇게까지는… 모르는데.”

 “엄마, 아무래도 재희 이모가 까먹었어봐.”

 “음… 이모부가 노력하신다니까 좀 더 기다려볼까?”

 “응!! 엄마!! 근데 어떤 노력을 하는 거야?”

 

와우, 도대체 이 질문은 언제 끝나는 거야?!?


 “… 어떤 노력이건… 언젠가는….성공을…”

 “언제가는?? 그 언제는 어떻게 결정돼?”


하하. 이젠 나도 모르겠다. 이건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하늘에 토스하자.


 “아하!! 그건 하늘이 정해주는 거야.”

 “앗!! 아냐!!! 모든 일은 하늘이 아니라 사람이 정하는 거라고 엄마가 그랬잖아!!”


롸?! 내가 언제 그런 삼국지의 조조 같은 말을 했냐? 이제 더 이상 토스할 존재(?)도 없고… 실룩거리는 녀석의 주딩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자니 녀석이 문득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재희 이모는 참 속상하겠다.”


왜 또 갑자기 재희이모가 속상할까? 그리고 막냉아, 재희 이모는 속상하기보다는 곤란할 거야. 너땜에.


“막냉아, 재희 이모가 왜 속상할까?”

“나처럼 예쁘고 귀여운 둘째가 없잖아. 이모도 빨리 나처럼 예쁘고 귀여운 둘째가 생겼으면 좋겠다.”


아… 하하하하. 너 정말… 마음이 하해와 같구나.

별 걸 다 지 기준으로 걱정해 주는 이놈들은 참으로 사랑스럽고 이기적이다.


어쩌겠는가. 감당할 수 없는 저 오지랖과 자신감이 늬들의 매력인 것을.


마냥 행복한 질문 메이커들 in 2017

그렇다면 고학년은 어떨까??

10살 도통이가 며칠 전 했던 질문이다.


 “엄마는 나를 자연적으로 출산을 한 거야? 아니면 복부 수술한 거야?”


질문이 이 정도로 고퀄이 되면 더 이상 녀석을 아이 대접을 해주지 않게 된다. 용어부터 달라진다.


 “도통아, 지금… 니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는지, 제왕절개로 태어났는지를 묻는 거야?”

 “응!!”

 “응, 넌 자연분만이었어. 그런데 니가 워낙 머리가 커서 자궁에서 걸렸…“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신랑이 황급히 말을 끊고 나를 째려보았다. 아니, 왜?!?

 

 “아니야!!! 우리 도통이는 복숭아나무에서 따왔어!!”


아하? 이건 또 무슨 개소리지?? 복숭아 나무?!

여보야, 상황을 봐가면서 창작을 하세요. 그 말을 들은 도통이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빠, 그럼 난 몇 살쯤 복숭아에서 사람이 된 거예요?”


예상치 못한 역질문에 상당히 당황한 신랑…


 “아니!! 복숭아가 어떻게 사람이 되니??”


어… 방금 그의 정신줄 끊기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니가 저 놈을 직접 복숭아나무에서 땄다면서요!!


질문을 쏟아내는 중… in 2018

그렇다. 신랑이라고 딱히 대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이런저런 질문들을 쏟아내는 녀석들의 사랑스러운 입을 바라보며,


녀석들이 내 품 안에서
좀 더 오래오래 재잘대 줬으면…
좀 더 천천히 어른이 되어줬으면…
하고 슬며시 바래본다.



왠지 이후로는 ‘운동하는 엄마와 사춘기 아들’이 연재될 거 같습니다.

이전 14화 아이가 수학을 50점을 받아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