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24
한 달은 담그고 절이느라 휴일이 간다. 오이지 매실효소 마늘쫑절임 잼.. 밥집을 이유로 여름의 저장음식들을 평소 같지 않게 대용량 작업을 하고, 식구가 적아서 엄마가 해주시는 걸로도 충족되었던 것마저 지금은 직접 만들다 보니 가을 못지않게 저장음식을 많이 만드는 계절이 여름이구나.. 체감한다.
가을은 겨울을 나려고 마른 공기를 이용하여 말리고, 여름은 먹기 숨 가쁜 빠른 생장에 맞추어 그리고 습한 공기로 열에 끓이고 소금이나 설탕에 절이고 물과 술에 담그는구나.. 식구가 적고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식생활을 포함해 사는 모양새가 많이도 변했고 저장음식을 굳이 만들어 먹을 필요 따위 없으니 이렇게 오래 우리가 먹고 살아온 일상적인 것들이 아카이브되어 보는 역사가 되는 날이 오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나는 이 계절을 먹고사는 법을 어쩌다 보니 체감하고 만 것이 참 반갑다. ' 이런 걸 모르고 살 뻔했네'
먹는 건 사는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다. 혀가 즐겁고 배가 부른 것만이 식생활의 (지금은) 전부일수도 있겠지만, 연결되고 연관된 노동과 지혜와 배움과 공유와 나눔과 차림과 먹는 모든 과정이 대수롭지 않고 참 성의롭고 대단한 일이다. 곡식이나 채소는 물론이고 원물을 저장하거나 그 저장물을 가공하거나 무치고 볶고 끓이는 과정이 모두 삭제된 채 차려지는 오늘의 밥상이 혀가 즐거운 것에 지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하지 모르겠다. 먹는 것과 사는 것이 분리된 듯, 지금은 지금의 것으로 이 둘이 이해되는 것도 맞겠지만 어쩐지 나는 아쉽다. 아직은 먹는 순간까지 일부든 전부든 누군가의 손길을 의존해 얻으니, 로봇과 기술이 그걸 대체하는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그 손길에는 땀방울이 마음이 이야기가 담겨 나에게까지 왔음을 알고 먹는 것은 누구보다 나에게 먹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알고 먹으니 더 맛있다는 뻔한 주관이면 어떤가. 그건 아마 단순히 맛이상의 어떤 만족일 것이다. 우리는 나는 단편적이지만은 않아서 혀로만 충족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먹는 게 사는 게 별스럽고 대단하고 의미로와야만 한다는 얘기는 아니고, 조금 더 행복하고 만족하며 감사하게 사는 법이 여름채소를 먹으며 알아졌다는 그런 이야기다. 음.. 그래서 채소들을 내 식탁에 자급하고 싶고, 그것을 같이 먹고 싶고, 과정에서의 행복과 환희와 기다림과 즐거움과 때론 지침과 실망도 모두 이야기하고 싶은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