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남 Jul 25. 2020

리시안셔스 (lisianthus)

내 아내

리시안셔스 (lisianthus)                                               


숨이 멎는 듯했습니다.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느껴졌어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습니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아하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내가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은 붐비는 새벽 꽃 시장이었어요. 첫눈에 그 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겨버렸지요. 설레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그 아이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봐주었습니다. 우리는 이내 마음이 통했던 것 같습니다. 


“너는 7월의 꽃이야, 왠지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어.”

“…….” 

“너를 예쁘게 꾸며 아내에게 선물로 줄 거야. 물론, 지금 그대로도 너무 아름답지만…….”

“…….” 

“이틀 후면 아내의 생일이거든. 아내도 좋아할까?”

“…….” 


그 아이는 내가 어디론가 데려가 주기만 한다면 상관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응망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아이의 순백 자태는 우아하고 아름다워 눈이 부실 지경이었습니다. 결국, 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어울릴만한 예쁜 집도 마련해주었습니다. 낯선 환경이라 처음에는 다소 어색해했지만 이내 마음에 들어했습니다. 


‘변치 않는 사랑, 영원한 사랑.’

아내도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꽃도 꽃말도……. 




* 작가의 변 

  오래전 화사한 봄날, 영민하고 청아한 소녀를 보았습니다. 

  그 후, 나의 시선은 평생 그녀에게 머물고 있었음을 수줍게 고백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변치 않고 사랑했으며 서로를 위하며 살았던 것처럼, 

  남은 시간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 바나나 구워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